2024/10 49

1회용 몸과 영혼의 관계

1회용 몸과 영혼의 관계 '나'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이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우리 눈에 뻔히 보이는 몸과는 어떤 관계일까? 다른 사람의 눈에는 물론이고 나 자신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영혼, 그 영혼의 도구가 바로 우리 저마다와 함께하는 몸이다. 천상과 지상에서 동시에 활동할 수 있지만 유형으로 드러날 수는 없는 무형의 영혼을 대신하여, 단지 지상에서만 활동할 수 있는 유형의 몸을 신과 함께 우리 스스로 창조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몸은 1회용이다. 모든 식물과 동물이 다 그렇지만, 우리 몸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없는 1회용일 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1회용인 몸을 자기 자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여전히 몸의 죽음이 두렵고 따라서 이를 거부하게 된다. 그러나 몸이 죽어 없어진다고 해..

깨달음의 서 2024.10.14

질문일 뿐 답이 아닌

질문일 뿐 답이 아닌노벨문학상 받은 소설가는 말했다자신은 소설을 쓰면서대답이 아닌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개체이자 대상인 우리는질문할 수 있을 뿐스스로 답하지 못하며벗을 줄 아는 것은 옷뿐이고내면에서 굴레를 벗기는커녕굴레를 쓰고 있는 자신을 보지도 못한다그런데 우리는 답이 듣고 싶다그래서 질문을 하는 것이고그러나 우리는 답을 듣지 못한다전체가 아닌 개체에게서는주체가 아닌 대상에게서는내면에서 질문을 하고진정으로 답을 기다릴 때전체이자 주체인 무형의 내가개체이자 대상인 유형의 내게 답한다밖이 아닌 안에서 묻고안에서 답을 듣는 것이다내가 나한테 묻고나한테서 답을 듣는 것이다개체에서 벗어날 때전체가 되는 것이고대상에서 벗어날 때주체가 되는 것인데우리는 벗어나는 방법을 모른다벗어나는 방법은내가 나에게 최면을 거는 것..

잠언 2024.10.12

전체 (절대. 근원. 순수. 본래)란?

전체 (절대. 근원. 순수. 본래)란? 전체 (절대. 근원. 순수. 본래)란 분리된 나를 벗어난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분리된 작은 나'가 아닌 '큰 나'라거나 또는 전체이거나 절대 등을 머릿속으로 상정한다면, 그것 역시 전체가 아닌 또 다른 대상이자 부분일 뿐이다. 아무리 큰 우주 전체를 상정한다고 해도 그것은 전체이거나 절대, 근원, 순수, 본래가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전체란 커다란 무엇이 아니라, '작은 나'에서 벗어난 상태를 뜻한다. 우리가 생각으로 아무리 큰 것을 떠올릴지라도 그것은 한계와 제한을 갖게 된다. 그래서 전체라는 건 '큰 나'가 아니라, 단지 '작은 나'에서 벗어난 상태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몸과 함께하는 '작은 나' 또는 '개체로서의 나'란, 우리의 내면에 존재..

깨달음의 서 2024.10.12

무엇이 깨닫는가?

무엇이 깨닫는가?자신이 무엇인지를 무엇이 깨닫는가? 영혼이 깨닫는다. 영혼이란 씨앗주머니 속에 든 씨앗과 같다. 여기서 씨앗주머니란 망각을 뜻한다. 즉 영혼은 몸 안으로 들어오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망각하게 된다. 그런데 가을날 바람만 살짝 불어도 씨앗주머니가 터지듯이, 물질계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 하나에도 망각이 터져 점차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다만 씨앗주머니처럼 한꺼번에 터지는 게 아니라, 천천히 하나씩 망각이 깨지는 것이다.그리고 마지막으로 깨닫는 게 바로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를 깨닫는 일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깨달음이라는 단어는,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석가모니는 내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역설적으로 무아 無我라고 말씀했다. 대상과는 달리 주체..

깨달음의 서 2024.10.12

위빠사나 명상이란...

위빠사나 명상이란...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즉 타인의 일처럼 다만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위빠사나 명상에서 강조하는 '있는 그대로 본다'는 말의 의미이다. 추위와 더위를 예로 들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춥다 - 덥다'라는 감각과, 추위 또는 더위에 대하여 마음에서 일어나는 '싫다 - 좋다'라는 감정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이러한 감각과 감정을 알아챈 다음 아무런 행동 없이 다만, 그것을 지켜보는 과정을 일정 시간 지속하는 것을 위빠사나 명상 내지 수행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위빠사나 명상의 목적은 무엇일까? 더운 여름날 모기가 물어도 손으로 내쫓지 않고 그냥 참고 앉아 있지만, 참을성을 기르는 게 위..

홧김에 서방질한다고

홧김에 서방질한다고 / 김신타 산수유꽃 하염없이 피던 봄날 지인 집에서 맛본 하이볼 한잔 모처럼 전화하고 약속까지 해 햇살 가득한 가을 아침 시내버스 타고 허위허위 갔으나 사정이 생겨 일정을 미룬다는 카톡만 있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되돌아와 떨어졌다는 말에 사 들고 간 토닉워터는 어차피 있기에 동네 마트에서 위스키를 샀다 홧김에 서방질한다고 하이볼 만드는 법은 인터넷으로 다시 검색해 지금 마시고 있는 중이다 혀끝의 감촉은 아니라고 하지만 한편에서는 속삭인다 기분 좋은 게 더 좋은 거라고

신작 詩 2024.10.12

전화위복 轉禍爲福

전화위복 轉禍爲福 / 김신타시간 맞춰 헐레벌떡 탄시군 경계를 넘는 시내버스감사하면서 자리에 앉아휴대폰을 꺼내 카톡을 본다약속했던 사람으로부터장염 때문에 내일 보자는 내용이다다음 정류장에서 내릴까 말까 하다가일단 그냥 가보기로 마음먹었다손님은 몇 명 없었지만그래도 버스 안이라 통화하기 미안해참고 기다리다 목적지에 내려전화했더니 받지를 않는다장염이면 전화도 받지 못하는 건지그제서야 버스를 놓쳤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까는 버스가 이미 지나갔으면어쩌나 하는 마음이었는데출발지 버스정류장으로 되돌아와조금 전까지의 일을 돌이켜보니그래서 새옹지마인가 보다닥친 일에 무조건 감사해야겠다는생각을 다시금 다져보는 하루이다그것이 늦잠 때문에카톡을 일찍 보지 못한 것이든타려던 버스를 놓친 것이든약속 취소 때문에..

신작 詩 2024.10.12

하이볼

하이볼 / 김신타따로따로 먹어야 제맛인 게 있고함께 섞어 먹어서 더 맛을 내는 게 있다둘 중 어느 하나만이더 진실이고 진리인 게 아니라빛이 입자인 것도 진실이고파동인 것도 과학적 사실인데우리는 하나만을 찾고일등의 이름만을 기억한다주체인 신은 하나이지만대상인 사람은 갈래갈래 퍼졌는데하나인 절대를 애써 벗어난 우리여전히 하나의 상대만을 고집한다주체는 하나일 수밖에 없지만대상은 여러 갈래로 나뉘었으며절대는 하나이지만상대는 둘 이상일 수밖에 없는데

신작 詩 2024.10.11

아침

아침 / 김신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쓴 소설을 읽다가 문득 고개 들어보니 창문 밖은 안개가 뿌연 아침이었다. 하긴 평소대로라면 초저녁이었을 저녁 9시쯤 갑자기 졸음이 몰려와, 잠자리에 누웠다가 밤 열두 시쯤 다시 일어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학생 때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 소설도 어렵지 않게 읽어 나갈 수 있었으나, 쉰 살쯤인가부터는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부터 도무지 재미가 없고 싫증이 나서 더 이상 페이지를 넘기지 못해 소설 읽기를 포기하곤 했다. 그랬던 나였는데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를 e북으로 구입해 읽느라 창밖에 아침이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주인공이 아니라 오히려 그녀의 남편과 형부 그리고 언니의 시점에서 각각 쓰인, 채식주의자와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

신작 詩 2024.10.11

부끄럽지도, 부끄럽지 않지도 않은

부끄럽지도, 부끄럽지 않지도 않은 / 김신타 지금보다 삼사십 년 젊어서는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이라고 무던히도 거듭거듭 생각했으나 이제는 부끄럽지도 부끄럽지 않지도 않은 삶이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는 마음이면서도 또한 보람 있는 삶이고 싶다 무표정한 걸음이지만 만나는 사람을 향해 웃음 띤 얼굴에 흰 구름처럼 떠 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천사의 날개이고 싶다 이제는 젊었을 때처럼 생각 속에서조차 '나와 남'이 있고 내면에서조차 '나와 너'가 있는 나뭇잎처럼 매달린 삶이 되고 싶지 않다 부끄럽지도 않고 부끄럽지 않지도 않지만 죽음과도 같이 나만을 걱정하는 관 속에 갇혀 있는 삶이 되고 싶지 않다 혼자 있을 때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마음이 되자..

詩-깨달음 2024.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