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 57

청소 아줌마

청소 아줌마 / 김신타건물 주변 청소하며머리에 수건 두른 그녀는 말이 없다말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바람에 날리고 비에 쓸려모퉁이에 모여 있는 쓰레기에게,너희들 여기 모여 있구나도로변 스틸 그레이팅 들어 세워그 사이 낀 낙엽 등 쓰레기 더미에게,너희들 이리 오렴~ 내가 빼줄게마대자루 안에 말동무를 담는다말없이 쓰레기를 치우는 게 아니라그들과 조용한 대화 나누고 있음이다*그레이팅 - 주철 등을 격자모양으로 만든 패널. (맨홀 및 하수관로 덮개로 쓰이기도 함)

신작 詩 00:42:51

행복의 기준

행복의 기준보는 주체 즉 '나'와, 보이는 대상 즉 객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하나로 융합되는 것이다. 마음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과 마음이 하나로 융합되는 것뿐이다. 또한 집착이라는 것도 거기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 자신이 집착과 하나가 될 때 집착의 끈적임이 느껴지지 않는 것일 뿐이다.유형이든 무형이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고정된 관념이나 감정, 욕구 등으로부터 벗어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린 일이다. 유형적인 모든 존재는 사라지지 않고 형태가 변할 뿐이다. 그리고 유형과는 달리 무형적인 관념이나 감정 또는 욕구 등은, 우리가 거기에 사로잡히느냐 아니냐에 달린 일일 뿐 그것들은 형태조차 변하지 않는다.즉 모든 관념이나 ..

깨달음의 서 00:41:41

실재와 실존

실재와 실존실재라는 말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을 뜻하며,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즉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허상 또는 환상이라는 말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 몸을 비롯한 모든 물질적인 대상이 허상이라거나 환상이라는 말은, 그것들이 지금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무슨 홀로그램이나 그림자 또는 꿈 같은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영원히 존재하지 않으므로 궁극적으로 실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허상이라고 하는 것일 뿐이다.인간의 육신을 비롯한 모든 물질적이고 물리적인 대상은 언젠가는 사라지는, 즉 영원한 존재가 아니므로 실재하지 않는 허상 또는 환상이라고 하는 것일 뿐, 그것이 지금 실존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 불교에서 말하는 공 空을 깨쳤다는 사람들..

깨달음의 서 2025.03.24

기존의 기억이 새 기억을 막는다

기존의 기억이 새 기억을 막는다ㅡ또한 우리는 흔히 기억을 자기 자신이라고 착각하곤 한다ㅡ우리 자신을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이 모두가 하나의 기억일 뿐이다. 몸이라는 형상에 대한 기억에 더하여, 마음과 영혼이라는 무형에 대한 기억을 가진 채 살아가는 것이다.형상에 대한 기억을 우리는 이미지 또는 상이라고 하며, 무형에 대한 기억을 보통 관념이라고 이름한다. 아무튼 이미지든 관념이든 모두가 기억을 벗어나서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할 수가 없다.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주라는 것도 하나의 기억에 지나지 않는다. 중력이나 인력이라는 게 기억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며, 물리·화학의 모든 법칙도 바로 기억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우리 각자의 몸에 있는 세포도 하나의 기억 덩어리다. 컴퓨터 게임이..

삶과 죽음의 역설

삶과 죽음의 역설 / 김신타있음으로 영원하길 바라지만우리는 없음으로 영원할 뿐이다그러나 없음에서 있음이 생겨나므로우리는 있음으로도 영원할 수 있음이다저마다 자유의지에 따라둘 중 하나 선택하는 것인데없음으로는 영원한 삶인 반면있음으로는 반복되는 죽음이다없음이란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없음으로 있는 것이며 있음이란 아름다운 환상이기는 하지만일시적인 있음에 불과하다오감으로 감각되는 있음이란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고로 오감의 있음은 환영이며없음만이 영원한 삶이다내가 드러나지 않기에내 몸이 살아있는 것이며신이 드러나지 않기에우주가 움직이는 것이다몸으로 태어난 나는 살아있는 있음이고드러나지 않는 나는 살아있는 없음이다

詩-깨달음 2025.03.23

봄날의 파노라마

봄날의 파노라마 / 김신타괭이로 밭을 고르는 봄을 알리는 풍경갓 지은 쌀밥이다살구꽃 붉은 망울이하얗게 핀 모습이기도 한세상의 모든 꽃은 단 한 번 홀로 필 뿐두 번 다시 피지 않는다이듬해 피는 꽃은새롭게 피어나는 것그러나 새로운 꽃과옆에 있는 다른 꽃이 곧이미 피었다 진 그것이다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꽃이둘이 되었다가 셋이 되기도 하며흔적 없이 사라졌다봄날 다시 피어오르고하나에서 나와하나로 돌아가는파노라마일 뿐이다지금 홀로 핀 꽃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는다없음(無)으로 사라질지라도없음이 영원하기 때문이다

詩-깨달음 2025.03.23

강아지 사랑하기

강아지 사랑하기 / 김신타삶이 끝난 뒤 어디 저 멀리 낯선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다만 지금 여기 내 몸뚱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몸으로 체득하고 나면우리는 죽음조차도강아지처럼 사랑할 수 있다씨앗이 썩어 없어져도나라는 생명은씨앗에서 움트는 새싹이며내 몸은 씨앗처럼 썩어 없어질지라도나라는 생명은 영원한 봄이다고로 죽음이란 물거품 같은 것그림자와 같은 것삶이라는 빛이 있으면죽음의 그림자 생겨나며삶이 막을 내리면죽음이라는 그림자도 사라진다생명은 영원하지만죽음의 그림자는꿈처럼 이슬처럼 사라지는 것북망산이니 요단강이니하는 옛이야기는옛사람의 상상일 뿐삶의 막이 오르는 것도막이 내리는 것도모든 것이 지금 여기바로 여기에서 일어난다지구에서의 삶이 막을 내려도영적 삶에는 2막이 있고3막 4막이 끝없이 이어진다겨울이 지나면다..

詩-깨달음 202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