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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있으라, 그리고 내가 신임을 알라 2

고요히 있으라, 그리고 내가 신임을 알라 2 나는(우리는) 현상계에 있지 않은 신 神이다. 즉 현상계에는 내가 없다. 그래서 무아 無我인 것이다. 깨달은 분들은 일찍이 무아와 공 空을 말씀했으며, 진공묘유 眞空妙有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여기서 공이라는 것은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공간 개념에서의 텅 빈 허공이 아니라,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의 텅 빔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나'라는 존재는 감각의 세계인 현상계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현상계를 벗어난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는 텅 빈 미지의 세계에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미지의 세계에 나 홀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하나이자 전체이며 또한 절대인 존재와 함께한다. 전체이기에 하나이며 절대이기도 한 존재를 우리는 보통 신 神이라고 표현..

깨달음의 서 2024.09.09

도 道란 무엇일까?

도 道란 무엇일까? 분별에서 벗어나는 것 또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게 '도'가 아니라, 감각에서 벗어나는 게 바로 도입니다. 우리가 오감 즉 감각에서 벗어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감각에서 벗어난다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감각에서 벗어나는 단적인 예가 바로, 멀쩡히 서 있는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처음으로 지동설을 주장한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습니다. 기독교라는 종교에 의한 재판과 심지어 이탈리아의 '조르다노 부르노'라는 카톨릭 수사이자 철학자는 발가벗겨져 화형까지 당했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감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오감 중에서 대표적인 감각은 다름 아닌 시각일 텐데요, 시각적 오류는 앞에서 예를 든 지동설에서처럼, 지구가 도는 게 ..

깨달음의 서 2024.09.03

내가 없는 것이지 세상이 없는 게 아니다

내가 없는 것이지 세상이 없는 게 아니다 이 세상이 가짜인 게 아니라, 이 세상에 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가짜입니다. 즉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현실의 세상이 아닌 보이지 않는 내면에 내가 존재할 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객체인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 주체인 내가 (눈에 보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지금까지 (주체인 내가 아니라 객체인)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가짜라고 잘못 알아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감을 통하여 보고 듣고 느끼는 존재는 무엇일까요? 그게 바로 보이지 않는 내면에 존재하는 '나'입니다. '내면에 존재하는 나'를 우리는 특별히 '참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무튼 '나'라고 부르든 '참나'라고 부르든 '내면..

깨달음의 서 2024.08.25

믿음에서 깨어나다

믿음에서 깨어나다 / 김신타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닌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도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기쁨 주는 사람만이 아닌 내게 상처를 주는 존재도 나를 사랑하는 영혼이다 앎이 달라서도 아니고 처지가 달라서도 아니며 서로의 믿음이 다를 뿐이다 초월이란 공간적인 도약이거나 시간적인 이동을 뜻하지 않으며 자신이 가진 믿음을 뛰어넘는 일, 자신의 믿음을 초월한 곳에 기적이 있고 신비가 있으며 소망하는 현실이 거기 있다 믿음에서 깨어난 병아리 꽃처럼 소망하던 봄날이 눈발 속에서도 다가온다

신작 詩 2024.08.24

감각+감정=느낌

감각에 감정이 더해진 것이 바로 느낌이다. 느낌을 찬찬히 살펴보면 거기에 어떤 이미지 즉 상이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느낌 안에는 해당 이미지에 대한 좋거나 싫은 감정도 들어있음이 보일 것이다. 이처럼 감각과 감정이란, 느낌이라는 동전의 양면을 각각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을 속이거나 또는 스스로 속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바로 감각과 이미지(상)의 합인 느낌이다. 또한 느낌은 잠재의식 (또는 무의식)이라는 기억의 창고에 영원히 저장된다. 그리고 영원히 저장되는 기억은 물질이 되어 현실로 나타났을 때 비로소 사라진다. 따라서 현실에 나타난 모든 것은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무상하게 사라지고 만다. 잠재의식에서 기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고로 우주에 존재하는 유형적인 모든 건 다름 아닌 잠재..

석가모니의 유언

자등명자귀의 自燈明自歸依 법등명법귀의 法燈明法歸依 대반열반경에 나오는 위 구절에서 주제어(키워드)는 바로 '자귀의'이다. 그래서 '자신을 등불로 삼아 자신에게 귀의하고 타인에게 귀의하지 말라'고 되어 있다. 또한 여기에서 '법'은 진리 또는 불법 佛法이 아니라 자신의 깨달음을 뜻한다. 그래서 전체적인 뜻은, "밖이 아닌 내면을 살피고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의지하며, 자신의 깨달음을 등불로 삼아 진리를 밖에서 찾지 말고 자신의 깨달음에 의지하라."라는 게 바로 석가모니의 가르침이다. 석가모니도 어려서부터 29살 나이까지 궁궐에 머물 때는, 그리고 출가해서도 6년 동안은 밖에서 진리를 찾았으나 결국 실패하였으며, 길거리에서 쓰러져 죽을 고비를 넘긴 후에 명상을 통하여 자기 내면을 바라보다가, 보리수나무 아래..

잠언 2024.08.17

전기적 일상

전기적 일상 / 김신타 여름날 나는 선풍기를 튼 채 어싱 매트 위에다 발을 대고 충전하면서 휴대폰을 보다가 더러는 에어컨을 꿈꾸기도 한다 거리에 늘어진 전선은 사진 찍을 때마다 하늘에 까만 줄 긋고 집안에 들어온 전깃줄은 내 몸 주위를 감싸고 있다 전기 없는 세상을 사는 자연인의 삶도 있을 수 있으나 일상은 나도 모르게 전기적 세상이 되어 버렸다 밤중에도 가로등이 있고 아름다운 야경이 있으며 아궁이 불이 아니어도 따뜻한 겨울이 있다 난로에 주전자를 올려놓지 않아도 커피 포터에서 물이 끓어오르고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 않아도 전기밥솥에서 저녁이 익어간다

신작 詩 2024.07.25

바램과 수용

바램과 수용 / 김신타 해가 났기에 빨래를 했더니 갑자기 비바람이 불어친다 장마 비가 쏟아지던 날 저녁 처마 밑에 널어놓은 빨래 이튿날 해가 반짝 든 적도 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날씨에 대해 불평하고 짜증 내는 사람이 하릴없이 어리석어 보인다 바램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어나는 일을 자신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가 곧 무소불위(無所不爲) 능력의 신(神)이 아닐까

신작 詩 2024.07.24

탈장

탈장 / 김신타 샤워할 때마다 사타구니 옆에 툭 불거진 혹 같은 게 살짝 만져진다 서 있을 땐 탁구공처럼 느껴지고 누워있을 땐 아무런 흔적이 없다 외과일까? 비뇨기과일까? 국가암검진 차 들른 항문외과 가져온 대변 통을 내밀며 물어본다 사타구니 옆 혹이 혹시 어느 과인지 여기도 외과이니 일단 진찰받아 보란다 비교적 젊어 보이는 의사 탈장 脫腸으로 보인다고 한다 대도시 병원에서 수술받는 게 치료법이란다 알겠다며 집에 와 검색해 보니 그동안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 열 명에 한 명꼴로 걸리는 어쩌면 흔한 질병이기도 하다 얇아진 복벽을 창자가 뚫고 나와 생긴다는 주사나 약물이 아닌 외과 수술만이 치료법이라는 게 다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암 덩어리가 아닌 것만 해도 좋은 일 탈속의 심정으로 경과를 살필 밖에 해탈..

신작 詩 2024.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