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또는 수필 144

아름다운 매체

아름다운 매체샤워하면서 거울 속에 비친 알몸뚱이를 보다가 "저게 나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저 몸뚱이가 내가 아니라면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름다운 매체(매개체)]라는 표현이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나와 함께 생활하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고 또한 오감을 느끼게 해주므로 말이다. 표정을 통해서 감정을 나타내기도 하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매체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보통 '인체 또는 신체'라고 표현하기도 하나, 보다 객관적인 표현으로 나는 '매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다시 말해서 나와 늘 함께하는 몸뚱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인 것은 아니라는 뜻에서 매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나와 세상을 매개하고, 나와 비슷한 다른 매체..

기적에 대하여

기적에 대하여자기 내면에 있는 허상과 환영에 가려 우리는 물질 즉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 따라서 이 세상이 허상이며 헛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 안에 있는 상 또는 관념이 바로 허상이요 헛된 것임을 깨우쳐야 한다.그러한 상이나 관념에 쌓여 우물 안 개구리처럼 세상을 보니, 세상이 허상이고 헛된 것으로 보이는 것뿐이다. 보이는 모든 것인 물질은 즉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비 온 다음 날 구월의 풀색을 보라. 작고 낮은 것들 위를 스치는 바람과 흔들거리는 풀잎을 보라.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관념과 상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볼 때 아름답지 않은 것이 어디 있던가? 건물 밖 자연도, 건물 안 물건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어..

최고이자 최상

최고이자 최상나는 지금 늦은 밤에 집에서 혼자 느린마을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아스파탐이라는 인공감미료가 들어있지 않은 생막걸리이다. 마시다가 갑자기 지금으로부터 50년도 더 지난, 중학생 시절 일이 생각났다. 담임 선생님과 아버지를 비롯한 어른들이 막걸리를 마시던 일이 생각났는데, 그분들은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이 생막걸리의 맛을 보지 못하셨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그러나 곧이어 그 시절에는 살균 막걸리가 최고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또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든 미천한 신분이든 막론하고, 모두가 최고의 삶을 살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누구든지 지금 자신의 삶이 최고이자 최상인 것이다. 다른 사람 또는 자신의 다른 때와 비교..

샹그릴라

샹그릴라이상향. 유토피아. 무릉도원 등을 뜻하는 단어로, 중국 윈난성에 속해 있는 티벳 자치구인 '중뎬(中甸)' 현의 이름을 2001년에 '샹그릴라' 현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조셉 록'이라는 여행가가 1928년 샹그릴라 인근 지역인 야딩(竝丁)의 설산에 대한 글과 사진을 내셔날 지오그래픽지에 기고하였는 바, 3년 뒤에야 기사화된 야딩 지역의 설산 사진이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되었으며, 이를 보게 된 '제임스 힐턴'이라는 영국 소설가가 '잃어버린 지평선'이라는 소설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오랜 과거에서부터 물질문명 시대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누구나 이상향을 꿈꾼다.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와 전쟁. 사고. 폭력과 같은 인재 人災가 없는 세상을 말이다. 그러나 지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

전남문인협회 수기.영상 공모전 응모 수기

외국어 남용으로 인한 불편했던 경험과 어문정책 제안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일이다.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제목에서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말을 보고는 무슨 뜻인지 몰라 그냥 시를 읽어보았으나, 역시나 시에서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휴대폰에서 '노이즈 캔슬링'을 검색해 보았다. 쏟아지는 이어폰 광고들! 그쪽 업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온 낱말이었지만 나만 몰랐던 것이다. 지금은 나도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다. 더욱이 이어폰 착용했을 때 나오는 음성 안내음조차 (anti) 노이즈 캔슬링의 영어 머리글자인 'ANC on' 또는 'ANC off'로 발음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세를 거부해 봤자 나만 불편하다. 해서 지금은 그때마다 폰으로 검색해서 생경한 외국어를..

내가 없는 나

내가 없는 나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나감정적으로 느껴지는 나오감으로 기억되는 나이 세 가지가 하나로 뭉뚱그려진자신도 모르게 머리 속에 깊이 박힌위와 같은 허상의 내가 사라지면,즉 깨닫고 나면 저절로 스며드는 그게 바로 '내가 없는 나'입니다지금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나감정 속에서 흔들리는 나오감으로 기억되는눈으로 보이고 생각되는 나는무위 無爲의 내가 아닌유위 有爲로 만들어진 대상일 뿐입니다나란 결코 대상일 수 없는감각되지 않는 주체이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일찍이 석가모니는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했습니다온 우주에서 유일한 내가홀로 존귀하다는 뜻이죠여기서 나란석가모니 개인이 아니라지구상에 살고 있는우리 모두를 가리키고 있습니다우리는 홀로 존재하기에저마다 유일하고 존귀하며또한 우리는 모두 하나인 동시에홀로 존재하는..

행복과 고통

행복과 고통신은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더 많은 행복을 느끼라고, 우주를 창조하고 우주 속의 지구로 우리를 내보냈다. 고로 우리는 더 많은 행복을 느끼기만 하면 된다. 혹시나 행복을 느끼는 게 다른 사람의 질투나 시샘을 받는다고 여겨진다면, 자신이 누리는 행복의 느낌을 이웃 등 타인과 함께 나누면 된다.우리는 신의 뜻에 따라 어떠한 경우에도 행복을 느껴야 한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이다. 그게 바로 몸을 받아 우리가 지상에 태어난 이유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느냐는 방법론을 찾는 일이다.사실 지금까지 우리는 늘 행복을 꿈꾸어 왔다. 또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여러 가지 행복론이 있었지만 그다지 신통한 방법이 되지는..

언제나 지금

언제나 지금지금이 시작이라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여러 번 한 적 있지만, 지금이 끝이라는 생각은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 지금이 시작이자 끝이다. 언제나 지금일 뿐이기 때문이다.우리는 끝을 두려워한다. 끝이라는 단어에서 죽음을 떠올리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내 경우에도 예전부터 지금이 시작이라는 생각은 더러 한 적 있지만, 지금이 끝인 줄은 여지껏 몰랐다.그러나 지금이 시작이라면 마찬가지로 지금이 끝이다. 끝이란, 앞이 막혀있는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새로운 출구이기 때문이다. 모든 시작은 끝에서부터 시작한다. 고로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