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무소의 뿔

신타나몽해 2020. 11. 4. 07:59
무소의 뿔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존엄하게 살기 위해서라는
노동자 인권운동가의 말에
나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여태껏 우리가 사는 이유가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거나
먹기 위해서 사는 것 중에서
어느 하나라고 생각했을 뿐

존엄하게 살기 위해서라는
거대한 담론은 예전에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기에
나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천천히 생각해보니
개돼지처럼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고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스스로
존엄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존엄하게 사는 삶이란
내가 선택하는 삶인 것이다

남이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쟁취해야
진정 존엄한 삶을 향한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깨동무하며 걸어가지만
길은 어차피 혼자서 걷는다
하나가 되어 걷는 게 아니라
홀로 서서 함께 걷는 것이다

그러니 남에게 기대지 말자
진정 존엄한 삶을 사는 길은
남이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홀로 걷는 사무친 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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