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사랑의 느낌

호수의 계절

신타나몽해 2022. 3. 13. 06:38



호수의 계절 / 신타


1
봄날은 왔는데
봄빛은 가득한데

개나리꽃은 노랗게 폈는데
노란 개나리꽃은 눈부신데

마음은 아련하고
그대 소식은 아득하고

그대를 찾아 어찌하리오
서러워 서러워 가신 님

그대는 찾아 무엇하리오
서럽게 서럽게 보낸 님

2
내가 지은 그대의 시를 읽으며
가슴이 다시 벅차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알 수 없어요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의 불길은
잦아드는 듯 타오르고
잦아드는 듯 타오르고

그대는 누구인가요?

3
다가오는 사월, 봄
길에 뿌려져 있는 눈부심, 빛

그대 어느덧 나타나
겨울은 까맣게 지워지고
꽃샘추위마저 기억 저편 하얗다
따스함 옆에 태양을 두고
부드러움 곁에 바람을 매어 놓은 채

그대 다가오면
꽃은 훌훌 옷을 벗어버리고
햇볕은 나신 裸身의 눈부심에 아득하며
바람은 꽃으로만 다가가 속삭이는 듯이
내내 참았던 마음은 정신을 잃고 말리라

꽃향기 되어 그대 다가오면

4
마주 보고 있는 순간이
멈추길 바랬던 사람

내게 다가올 줄
예전에 미처 몰랐던 시간

바람처럼 만나
강물처럼 흐르는 인연

약속은 지워지고
세월은 무너졌어도

풀숲 사이 핀
장미꽃 한 송이

그 붉은빛에
가슴 뛰는 사랑이여!

5
한참을 마주 보는 아침이었다
행선지가 갈리는 전철역
닿기 직전 서로를 바라보며
잘 가라는 인사 속에는
안타까움이 땅거미처럼 깔렸다

시선이 마주친 눈과 눈
오래도록 머물 수 있음은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일 때
가능하다는 얘기 들은 적 있다
오늘이 내게는 그런 아침이었다

누군가를 오래 그리고
그윽하게 바라볼 수 있음은
사랑의 힘에 의해서라는 사실
새롭게 되새길 수 있었던 시간
오늘 아침이 스쳐 지나가고 있다

차창 밖 풍경은 고요한데
헤어져서도 고속버스에서도
마주 보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
내 가슴에 담긴 사랑의 힘, 시선
종종 꺼내어 보고 싶은 아침이다

6
아쉽고 따뜻한 배웅 받으며 나선
기차역 가는 길에 있는 공원
아침 해는 동녘 하늘 붉은데
정월 대보름 며칠 지나지 않아서인지
보기 드물게 커다란 낮달이 하얗다

낮달은 그녀 마음이며
아침 해는 내 마음인 듯
뜨거운 아쉬움은
눈가에서 촉촉해지고
체한 것처럼 가슴 먹먹하다

내려놓는다는 건
마음이 아니라 기억이다
우리가 붙들고 있는 건
기분이거나 느낌이 아니라
이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마음이란 순간이며 우리는
기억에 계속 붙잡혀 있을 뿐이다
내려놓지 못하는 기억에
사로잡혀 있음이다

낮달을 본 기억
체한 것 같은 먹먹함
기차를 스치는 바람처럼
모두 내려놓으리라
다시 불어오리니

7
혼자 쓴 시를 읽어도
누군가 켜놓은 TV 드라마
흘깃거리며 한 번씩 보아도
자전거 타고 가는 길
이어서 노래 들어도
슬프지 않은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린다
웬일인지 그런 날이다

미련이 남아서일까
아쉬움 때문일까
영혼의 끌림으로 만난
사람과의 헤어짐 때문일까
영혼의 손짓이라면
헤어짐도 영혼의 뜻이겠지
슬프지 않은 슬픔이
내 가슴에 가득한 날이다

8
굳이 가시겠다면
진달래꽃 아름 따다 뿌리지는 못할지라도
그대 치맛자락 붙잡진 않으리오

그렇다 해도 그대 없는 계절은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일 뿐
나는 그대만을 바라보는
기꺼운 해바라기 되려 하오

굳이 가시겠다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약산 진달래꽃 아닐지라도
앞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그대가 가고 나면
나는 봄을 여읜 슬픔에
삼백예순 날 하냥 눈물지을 터
모란이 피기까지 나는
그대와 함께 찬란한 봄이리다*

9
잔잔한 가슴에 두 손 적시던 그대
날마다 깊이 부르던 사랑의 이름
떠나고 난 가을은 낙엽이 되었다

추억과 아픔이 무시로 교차하던
계절의 모퉁이를 돌아설 때까지
아름다웠던 만큼 상처가 깊었다

다시금 맑게 비치는 호수의 계절

아픔도 고마움이어라
상처도 감사함이어라
그대가 아니라면,
누가 사랑으로 가슴을 출렁이랴


*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부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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