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실재와 허상

신타나 2026. 2. 8. 00:42

실재와 허상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우리 몸이 허상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존재하는 실재도 아니다. 몸이란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100년 남짓이면 거의 다 사라지는 일시적인 실상일 뿐이다. 일시적인 실상! 이게 바로 '나'라는 착각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랑해 마지않는 우리 몸의 실체인 것이다. 분리된 것처럼 보이는 몸과 함께, 나라는 존재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감각적 믿음 속에서 우리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다.

그러나 감각적으로 보이는 몸이란 우리 자신이 아니며, 또한 분리 독립된 존재도 아니다. 우리 인간은 다른 동식물이나 무생물과는 달리, 자의식 외에도 신의식을 가지고 있음이다. 여기서 자의식이란 자신을 의식할 수 있음이며, 신의식이란 신을 의식할 수 있음이다. 내 주관적 판단이기는 하지만, 인간 이외에는 신을 의식할 수 있는 동식물과 무생물은 없으리라고 본다. 그래서 우리가 곧 신이고 중생이 곧 부처이며 만물의 영장 靈長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보통의 우리가 물리적인 몸을 자기 자신으로 착각한다면, 깨달은 분 중에는 우리 몸을 비롯한 모든 물질적 대상이 허상이라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깨달은 불교의 선사들이 대개 그런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뚱이를 비롯하여 저 앞에 보이는 산이나 강이 모두 허상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서슴치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물리적인 몸 자체가 허상인 게 아니라, 몸을 나라고 착각하는 그 관념이 바로 허상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음이다.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분들임에도 말이다.

그래서 이 글의 서두에서 나는,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우리 몸이 허상이거나 환상인 건 아니라고 했다. 우리 몸을 나라고 생각하는 그 잘못된 관념이 바로 허상일 뿐이다. 몸이 허상인 게 아니라, 몸을 나라고 생각하는 (그 잘못된) 관념이 허상이라는 말이다. '나'라는 게 무엇인지를 깨달은 분 중에도 여전히, 오래전에 깨달은 불교 선사들의 오류를 답습하여 자신의 몸을 비롯한 저 앞에 있는 산과 강이 모두 허상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몸 자체가 허상인 게 아니라, 몸을 자기 자신으로 믿는 잘못된 관념 내지 믿음이 허상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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