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 無我
내가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게 아니라, 나라는 관념이 없어도 몸과 마음이 스스로 알아서 움직인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상대방이며 각자가 주체일 뿐, 내가 있고 남이 있는 게 아니다. 즉 너와 내가 있는 게 아니라 주체와 대상이 있을 뿐이며, 또한 주체가 곧 대상이고 대상이 곧 주체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주체가 곧 나'라는 잘못된 등식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주체와 대상이란 둘이 아닌 하나이다. 불이법 不二法인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현상계에 나라는 것은 없다. 몸과 마음이 나인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나'라는 게 허상이자 환상이다. 몸과 마음이 허상이거나 환상인 게 아니라, '나'라는 관념이 허상이거나 환상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내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허상 또는 환상이라고 들었고 그렇게 배워왔다. 비록 언젠가는 사라지고 마는 무상 無常한 것일지라도, 몸은 물질적 현상이고 마음은 정신적 현상일 뿐이다. 이 세상에 드러났다가 때가 되면 사라지는 현상이지 결코 허상이거나 환상이 아니다. 진짜로 허상이자 환상인 것은 '나'라는 관념이다.
'나'라는 환상 때문에 우리는, 저마다 개체로서가 아닌 모두가 하나인 전체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 개체로서의 나는 없다. '나'라는 존재가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는 모두 하나이며 각자가 주체이자 대상으로서 살아갈 뿐이다. 비유하자면 거목의 뿌리가 수천수만 갈래로 나뉘어져, 각 뿌리의 끝에서 보면 각자가 분리되고 독립된 것처럼 보여도 근원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 근원이 바로 신이며, 우리는 신과 1:1로 연결된 신이다. 신의 부분일지라도 우리 또한 신이므로, 우리는 자신을 현상적인 모습으로 드러낼 수 없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라는 아바타(분신, 화신, 캐릭터)를 이용해 현상계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신으로서는 체험할 수 없는 것을, 아바타인 몸과 마음을 통해 체험하기 위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