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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윤회 輪廻

사과의 윤회 輪廻 / 신타 식탁 위에 놓인 생명 나무에서 떨어졌지만 살아 있다 내가 내 몸을 보고 느끼며 또 생각하듯이 사과 한 알 그도, 제 몸을 스스로 바라보고 느끼며 또 생각한다 사과가 썩는 것은 내 몸이 썩는 것, 파상풍이거나 암에 걸린 것이다 곧바로 죽는 게 아니므로 시름시름 앓다가 병이 씨앗까지 퍼졌을 때 사과 한 알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생명은 여전히 남아 또 다른 사과의 씨앗 속으로 들어간다 씨앗을 여물게 하고 과육을 살찌우게 하며 또다시 나무에서 떨어진다 식탁 위에 놓여 해체되거나 아니면 땅속에서 몸을 푼다 모천을 찾아 알을 낳는 연어처럼 모토 母土에서 새끼를 낳고는 스스로 어린 것의 거름이 된다 몸이 아닌 생명을 이어받은, 어린싹은 어느덧 나무가 되고 암수가 하나 되..

詩-깨달음 2022.09.06

징검다리

징검다리 / 신타 내려놓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것이라고 했던가 사랑도 집착도 욕심을 조금만 내도록 해볼 게 맘 찜찜하게 해서 미안해 살면서 미안하단 말 여태 안 하고 살았던 것 같은데 지금도 안 하고 싶은데 내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 같아 눈물이 나와 태풍과 함께 쏟아진 비에 이제는 기억으로만 남은 엊그제 함께 건너던 징검다리 소용돌이치는 냇물은 세상 살아가는 마음이겠지 흐려졌다가 맑아지고 흘러넘쳤다가 가라앉는 사랑하다가 미워하고 밉다가도 사랑스러워지는 건 냇물처럼 흘러가는 마음이겠지 불어난 물에 사라진 징검다리 여전히 넘쳐흐르는 냇물 가두거나 남길 것 하나 없어도 흘러가고 있음 거기에 아무것도 없는 내가 있겠지

신작 詩 20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