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17

열매처럼

열매처럼 / 신타 무아 無我란 내가 없다는 뜻 아닌 보이지 않을지라도 없는 내가 있다는 말이다 몸 마음뿐만 아니라 영혼도 있음의 세계인 것을 없음이란 혼자이기에 없음에서 있음을 향한 발걸음 몸으로 영원하지 않아도 무아로서 영원한 삶을 살아간다 생명은 썩어 없어지지 않는 흙에 묻혀도 새로운 싹이 트는 열매 지상에서의 삶이란 다름 아닌 어둠 속에서 자신이라는 빛을 찾는 일

신작 詩 2022.10.30

냉정과 열정

냉정과 열정 / 신타 함께할 때는 변덕스런 마음에 힘들었으나 헤어진 뒤로는 죽 끓는 그 마음이 좋을 줄이야 젊어서는 한 번 아니면 아니었겠지만 나이 들어서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이었으리라 땅끝까지 멀리 뒤따라갔어도 냉정했는데 한 달여 만에 다시 함께 여행하게 되는 반전 세상은 한 가지 아름다워서 아름다운 게 아닌 모든 것 함께하기에 비로소 타오르는 불꽃이리라 온통 파랗다면 하늘도 땅도 없을 터 꽃과 함께하는 잎이 있어 향기처럼 빛나는 지금 여기

신작 詩 2022.10.29

지장보살

지장보살 / 신타 내가 지옥에서 나올 수 있다면 그도 스스로 나올 수 있으리니 나도 믿어야 되지만 남도 믿어야 되리라 너와 나 잠시 헤맬 수는 있어도 영원히 길을 잃을 수는 없는 일 스스로 성불하는 게 곧 중생 구제이거늘 중생을 다 구제하고 나서 그때 되어 성불할 거라는 지장보살이라는 상을 만들어 내고 성불을 바라는 가련한 중생이어라 중생을 믿지 못하는 보살이 부처는 어찌 믿는단 말인가

신작 詩 2022.10.28

이런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런 마음이 필요합니다 / 신타 나는 상처받아서는 안 된다 이런 마음 아닌 상처받을 수 있다 상처받아도 괜찮다 사고가 일어나면 안 된다 이런 마음 아닌 일어날 수도 있다 일어나도 상관없다 이런 마음이 필요합니다 일단은 모든 걸 받아들인 뒤 받아들인 다음 반응하는 겁니다 그래도 늦는 일이란 결코 없습니다 오히려 빠릅니다 후회할 일이 없습니다 일단 받아들이고 난 뒤에는 어떤 일이든 내게 좋은 일입니다 받아들인 다음에 내가 행하는 모든 일은 몸마음 아닌 영혼의 뜻입니다 영혼이 행한 일 기쁘게 받아들이세요 우리 뒤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습니다 모두의 뒤엔 따뜻한 마음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우리가 애써 거부할지라도 그조차 받아들이는 사랑이 있습니다

詩-깨달음 2022.10.27

가을 그리고 저녁

가을 그리고 저녁 / 신타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 시인의 시 [파장 罷場]에 나오는 구절이다 시 쓰기 시작한 지 스무 해쯤 된 그동안 몇 번은 읽어보았을 시구 그러나 나는 잘난 놈이고 싶었다 밖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버티고자 애를 써왔다 적어도 생긴 얼굴은 그런대로 잘났다며 못생긴 모습은 눈에 띄는 것조차 꺼렸다 동네 복지관에서 저녁을 먹는데 유독 못생긴 사람이 눈에 띄는 게 싫어 시선을 피하는 나 자신을 자각하면서 부끄러운 마음에 그의 얼굴 한참을 바라보다 신경림 시인의 시구가 다시금 떠올랐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제는 잘난 놈도 못난 놈도 아닌 잘생긴 놈도 못생긴 놈도 아닌 가을이 물들어가는 나무처럼 어둠에 젖어 드는 저녁처럼 그 아래 흩어진 낙엽처럼

신작 詩 2022.10.26

0과 동그라미

0과 동그라미 / 신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존재하지 않음을 뜻하는 모순 아무것도 없음을 뜻하지만 스스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내 몸이 0과 같은 존재임을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의미를 담고 있는 있으면서도 없는 것임을 모르는 오늘도 동그라미 같은 내가 그 안에 많은 것을 담고자 한다 아무것도 없는 동그라미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음을 모르는 채

詩-깨달음 2022.10.25

공사 중

공사 중 / 신타 요천 자전거길 지나 섬진강 자전거길 거쳐 남원에서 구례까지 100리길 나섰는데 요천대교에서 공사 중이다 조금 더 직진해서 좌회전하라는 안내판을 믿고 직진하는데 한참을 가도 뚝방길만 반듯하다 그나마 가다가 길이 끊기는 공사가 여기는 더 크다 동네로 우회하다 보니 곡성 가는 큰 다리가 나온다 자전거로 가다가는 모임 시간에 닿을 수 없어 하릴없이 기차표를 끊는다 곡성역에서 구례구역까지 기차에 자전거를 싣는 예전 기억을 믿었다가 다른 길로 바꾸어야 하는 삶이란 늘 새로운 선택이다

신작 詩 202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