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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생명은 오늘도

내면의 생명은 오늘도 / 신타 꽃 진 자리에 열매 맺는 것처럼 청춘이 꽃핀 뒤에 삶이 익어간다 아침은 아침대로 붉고 노을은 노을대로 아름답다 열매가 묻혀 씨앗이 되는 것처럼 노을은 다시 동녘에서 타오르며 태양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지구의 회전은 오늘도 멈춤이 없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같다고 느껴지지만 몸이란 오감의 대상인 외부 세계일 뿐 내면이 외려 오감을 감싸 안는다 보이지 않으며 다만 느낄 수 있는 내면이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또한 앞으로도 영원히 하나로서 존재하며 진화한다 몸으로 꽃필 때가 있고 열매로 익어갈 때가 있으며 씨앗으로 몸을 버릴 때도 있지만 내면의 생명은 오늘도 타오르는 불씨

신작 詩 2022.11.25

남도로 가는 기차

남도로 가는 기차 / 신타 섬진강 변 어느 안개 자욱한 마을을 지난다 나로서는 모처럼의 일이라 서기 瑞氣 어린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동네 사람에게는 불편한 일상이리라 어느 하나만이 아닌 내 느낌도 옳고 그들의 생각도 옳은 모두를 품은 삶이고 싶다 차창 밖 풍경은 이미 그러한데 내가 그렇지 못할 뿐이다 아침을 비추는 강물처럼 조용한 안개로 피어나리라 생겨났다 덧없이 사라질지라도 그조차 기적 같은 일 아니겠는가 섬진강이 흐르고 전라선 기차가 흐르고 내 마음도 따라 흐르는 곳

신작 詩 2022.11.20

저마다 세상에서

저마다 세상에서 / 신타 저마다 '나'를 빼낸다면 세상에 남는 게 무엇일까 세상을 나 혼자 살 수 없듯 무엇도 나를 벗어날 수 없다 세상과 삶이 바로 나이며 내가 곧 세상이자 삶이기 때문이다 우리 저마다의 삶은 나 아닌 게 없는 세상 저마다의 삶 안에서 서로 배역을 바꾸는 것이며 누구나 저마다의 세상을 몸과 마음, 영혼으로 살고 있음이다 태양이 도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지구가 도는 것이듯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우리는 모두 신이자 하나이다 몸이 아니라 내면으로서 하나인

詩-깨달음 2022.11.19

수용과 거부 그리고 선택 (사랑, 두려움, 자유의지)

수용(사랑), 거부(두려움) 그리고 선택(자유의지) 나는 천사일 수도 있고 악마일 수도 있다. 이렇게 양변을 모두 수용하는 게 바로 중도이자 중용이다. 양변을 잘라 없애고 가운데 있는 어느 한 지점만을 선택하는 건, 중도나 중용이 아니라 하나의 부분일 뿐이다. 풍요와 가난도 마찬가지다. 나는 부자일 수도 있고 가난뱅이일 수도 있다는 허용과 인정 즉 받아들임(수용)이 필요하다. 건강과 병약도 마찬가지로 양쪽 모두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가운데 건강을 선택하는 것이지, 그러지 않고 어느 한쪽인 건강과 풍요 그리고 천사만을 수용하고 다른 한쪽을 거부하는 건, 가운데 있는 길을 걷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친 길을 걷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선택은 밖에 있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안에 있는 마음에서 ..

너 없는 섬에서

너 없는 섬에서 / 신타 횡단보도 건너면서 어쩌다 올려다본 하늘 네 얼굴이 가득했다 놀라우면서도 부정하고픈 보고 싶은 마음과 애써 지우고 싶은 마음 길을 건너면서도 도리질 치는 아니야 이건 아니야 너 없는 섬에서 한 달만 살고 싶다 한 달 두 달 석 달 지나 파도에 묻힌 무인도이고 싶다 홀로 서는 시간 견디기 힘들지라도 아무도 없는 섬에서 너 아닌 나를 잊고 싶다

신작 詩 2022.11.09

무아 無我로서의 나

무아 無我로서의 나 / 신타 나란 유형 有形의 존재가 아닌 무형 無形으로 존재하는 영원함 생각 속에 있는 나는 실상이 아닌 허상이며 무아란 내가 없다는 뜻 아닌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보이지 않아도 지금 여기 무아로서 존재하고 있음이다 물과 함께하는 물결이라고나 할까 나를 따라왔다가 때가 되면 사라지는 몸으로서의 나 윤슬처럼 반짝여도 무아로서의 나 낮은 곳을 채우는 영원함

詩-깨달음 2022.11.05

내맡김의 평안

내맡김의 평안 / 신타 어리석은 내가 그때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다 이제는 어리석음을 아는 나도 그때의 어리석었던 나도 모두가 사랑스럽다 신에게 내 주장을 내세우지 않게 될 때 삶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사랑에 대한 믿음을 가진 것이다 사랑 자체인 신에 대한 깨달음의 믿음을 말이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는 바이블 구절처럼 스스로 염려함 없이 바라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소망을 이루는 지름길이자 신의 사랑을 보게 되는 거울이리라 욕망을 갖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라 조건 없는 사랑을 믿어야 하는 것이다 이유가 있어서 받는 사랑이 아니라 아무런 이유 없이 받게 되는 사랑이다 불안함을 거부하는 평안함이 아니라 불안조차 감사하는 내맡김의 평안이다

詩-깨달음 2022.11.05

섹스

섹스 / 신타 사랑하는 마음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시간이 가면 사랑하는 마음보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자는 것처럼 그저 몸 가운데가 꼴려서 행하는 일상일지라도 사는 동안 때로는 밥을 먹지 못하거나 잠을 자지 못하는 날이 생기는 것처럼 애인과 헤어져 참아야 할 형편이라면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샘솟는다 암컷의 꽁무니만 쫓는 발정 난 수컷이 아니라 몸으로 자신의 마음을 남김없이 드러내고자 함이며 마음의 사랑 몸으로 표현하려는 것이다 때로는 몸으로 때로는 마음으로 더러는 돈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저마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이다 추하게 보지 마라 정녕 추한 것은 추하게 보는 그 마음이며 서로가 좋아서 하는 섹스라면 그보다 성스러운 꽃은 없다

신작 詩 202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