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사랑의 느낌 37

철쭉꽃

철쭉꽃 / 신타 5월의 꽃이라는 말은 이미 지나간 옛 기억일 뿐 4월 중순이면 벌써 지천이다 고속 열차처럼 빨라진 절기 따라 형형색색으로 피어난 길가에는 함께 걷던 기억만이 가득하다 사랑하는 사람은 떠났어도 철쭉꽃은 역사 여기저기 붉은 빛으로 가득한 행복했던 시간을 반추하다가 '사랑해'라는 문자 남기고 떠난 사람 나도 그녀와 함께 철쭉꽃으로 눈부신 여행

사랑이 스스로 말할 때

사랑이 스스로 말할 때 / 신타 커가면서 수없이 들어본 사랑 부모님의 사랑과 선생님의 사랑 종교에서의 사랑과 자비 남녀 그리고 부부간의 사랑 에로스 또는 육체적 사랑 필리아 또는 정신적 사랑 아가페 또는 영성적 사랑 여러 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나 현실과 이상적 사랑으로도 나눌 수 있으리라 그리고 환갑을 지난 나이 사랑에 대한 정의가 스스로 내려졌다 수천 년의 세월에도 정하지 못한 결론을 백 년도 못된 내가 내리는 게 아니라 수천 년에 육십 년을 더한 세월이 말하고 있다 사랑에 있어서 두 갈래 길 안으로의 사랑과 밖으로의 사랑 중에서 스스로 자신에 대한 사랑과 타인 등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 중에서 샘물이 안에서 밖으로 흐르듯 외부에서 사랑을 구하지 말며 내면에서 사랑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 어찌 됐든 자신..

호수의 계절

호수의 계절 / 신타 1 봄날은 왔는데 봄빛은 가득한데 개나리꽃은 노랗게 폈는데 노란 개나리꽃은 눈부신데 마음은 아련하고 그대 소식은 아득하고 그대를 찾아 어찌하리오 서러워 서러워 가신 님 그대는 찾아 무엇하리오 서럽게 서럽게 보낸 님 2 내가 지은 그대의 시를 읽으며 가슴이 다시 벅차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알 수 없어요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의 불길은 잦아드는 듯 타오르고 잦아드는 듯 타오르고 그대는 누구인가요? 3 다가오는 사월, 봄 길에 뿌려져 있는 눈부심, 빛 그대 어느덧 나타나 겨울은 까맣게 지워지고 꽃샘추위마저 기억 저편 하얗다 따스함 옆에 태양을 두고 부드러움 곁에 바람을 매어 놓은 채 그대 다가오면 꽃은 훌훌 옷을 벗어버리고 햇볕은 나신 裸身의 눈부심에 아득하며 바람은 꽃으로만 다가가 속삭이..

우리는 모두 사랑인 까닭이다

우리는 모두 사랑인 까닭이다 / 신타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나는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오늘 내게 서운한 마음일지라도 그에게 용서를 바랄지라도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나의 삶에 빠지고 싶다 스스로 비난하는 삶이 아닌 나를 사랑하는 삶이고 싶다 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의 삶을 인정하는 동시에 나를 인정하는 삶이 되련다 내가 행한 모든 언행에 잘못된 점이 있을 수 있음을 나는 언제든지 받아들이며 스스로 생각지 못한 잘못을 내가 비록 행했을지라도 그러한 나조차 사랑하리라 어쩌다 그도 실수할 수 있으며 나는 그러한 그조차 사랑하리라 그와 내가 다른 게 아니라 우리는 모두 하나인 까닭이다 말과 행동으로 잘못을 범할지라도 우리는 모두 사랑인 까닭이다

눈물 흐르는 날

눈물 흐르는 날 / 신타 혼자 쓴 시를 읽어도 누군가 켜놓은 TV 드라마 흘깃거리며 한 번씩 보아도 자전거 타고 가는 길 이어서 노래 들어도 슬프지 않은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린다 웬일인지 그런 날이다 미련이 남아서일까 아쉬움 때문일까 영혼의 끌림으로 만난 사람과의 헤어짐 때문일까 영혼의 손짓이라면 헤어짐도 영혼의 뜻이겠지 슬프지 않은 슬픔이 내 가슴에 가득한 날이다

시선, 사랑의 힘

시선, 사랑의 힘 / 신타 한참을 마주 보는 아침이었다 행선지가 갈리는 전철역 닿기 직전 서로를 바라보며 잘 가라는 인사 속에는 안타까움이 땅거미처럼 깔렸다 시선이 마주친 눈과 눈 오래도록 머물 수 있음은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일 때 가능하다는 얘기 들은 적 있다 오늘이 내게는 그런 아침이었다 누군가를 오래 그리고 그윽하게 바라볼 수 있음은 사랑의 힘에 의해서라는 사실 새롭게 되새길 수 있었던 시간 오늘 아침이 스쳐 지나가고 있다 차창 밖 풍경은 고요한데 헤어져서도 고속버스에서도 마주 보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 내 가슴에 담긴 사랑의 힘, 시선 종종 꺼내어 보고 싶은 아침이다

용서와 사랑

용서와 사랑 / 신타 그가 실수하지 않았고 잘못을 범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를 용서할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실수한 그를 사랑하는 것이며 잘못했기에 그를 용서하는 것이고 잘못했음에도 그를 용서하는 것이다 내가 실수한 것을 스스로 용서받기 위해 나와 남을 용서하는 것이다 잘못을 범한 나를 스스로 사랑하기 위해 나와 남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와 그가 실수와 잘못을 범했어도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났으며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한 우리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

사랑 신타 은행잎 노랗게 뒹구는 늦가을 가로수 길 걷던 여자, 남자에게 왜 그리 말을 하느냐며 새침하다 내가 뭘? 아까 화가 난 것처럼 말했잖아? 너무 그렇게 예민하게 굴지 마! 은행잎에 미안하지도 않아? 가로등 불빛 아래 은행잎 환하게 비치고 있다 여자는 남자에게 소중하게 끼워 넣은 책갈피 노란 은행잎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낙엽 같은 사랑이고자 한다

살며 사랑하며

살며 사랑하며 신타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라면 언제라도 어디라도 좋아요 나 그대와 함께할 수 있다면 고통의 삶도 기쁨일 거예요 천국이 지금 여기일 거예요 그대라는 바다 위에서 나는 끊임없는 사랑의 파도이며 잔잔한 기쁨이기도 합니다 그대와 함께하는 지금 여기 구름 위를 비추는 태양처럼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순수 환하게 타오르는 빛의 향연 영원한 사랑의 빛일 거예요 그대라는 바다 위에서 나는 끊임없는 사랑의 파도이며 잔잔한 기쁨이기도 합니다

달무리 진 밤

달무리 진 밤 신타 산길 오르다 보니 둥근 달 옆에 그리움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나뭇가지 그림자도 설움이며 스치는 바람조차 아픔입니다 환한 웃음 옆에 눈물 한 방울 별이 되어 떨어질 듯하고 어둠 속에 감추어진 눈물 별처럼 반짝입니다 달무리 진 밤, 내 사연은 꺼내 보지도 못한 채 애써 참는 나뭇잎이 전하는 달빛 그리움에 나도 그만 눈물짓고 맙니다 (자란 김석기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