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사랑의 느낌 37

사랑의 용광로

사랑의 용광로 / 김신타 그와 그녀 남자와 여자는 살로써 살을 느낀다 손에 걸리는 것 하나 없는 몸뚱이가 비록 꿈 같고 이슬 같고 환영 같다 해도 지금은 실존이 아니던가 언젠가 안개처럼 사라질지라도 헤어지고 나서도 여운이 느껴지는 감촉 마른오징어처럼 여전히 씹히는 기쁨 20대 탱탱한 과육이 40대 원숙함에 절여지고 60대 이르러 효소가 되었는지 영육간에 걸림이 없다 우리는 돌아온 청춘 기준이 있지만 내세우지 않으며 스스로의 잣대에 구속되지 않는 다시 태어나는 순수함 육체적 사랑을 신의 선물로 영적 사랑을 영혼의 기쁨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깨어남 그곳에 삶의 기쁨이 있다 홀딱 벗은 침대에서 온몸으로 느끼는 사랑 불안도 미움도 녹여 없애는 신성 가득한 용광로

핑도는 눈물

핑도는 눈물 자란 김석기 언뜻언뜻 전화 걸고픈 맘 애써 누르는 것은 열정이 식어서도 아니요 세상이 인정하지 않는 사랑이어서도 아니며 다만 공연히 딱지 앉으려는 그대 마음의 상처 덧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 때문입니다. 혹여 누군가가 허접한 사랑 놀음이라고 비웃을지라도 이 순간 핑도는 눈물은 태어난 자의 슬픔이면서 느끼는 자의 기쁨이기도 합니다. 2005

호수의 계절

호수의 계절 김신타 잔잔한 가슴에 두 손 적시던 그대 날마다 깊이 부르던 사랑의 이름 떠나고 난 가을은 낙엽이 되었다 추억과 아픔이 무시로 교차하던 계절의 모퉁이를 돌아설 때까지 아름다웠던 만큼 상처가 깊었다 다시금 맑게 비치는 호수의 계절 아픔도 고마움이어라 상처도 감사함이어라 그대가 아니라면, 누가 사랑으로 가슴을 출렁이랴

사랑의 기쁨

사랑의 기쁨 / 신타 그대가 다정한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여도 그대가 차가운 음성으로 이별을 선언해도 모두가 나에겐 힘겨운 것들입니다 그대 목소리에서 나오는 향기 가까이에서 느낄 수 없는 너무나도 먼 곳에 와 있기 때문입니다 그대 음성에서 나오는 한기 견딜 수 있는 외투도 없이 그리움만 걸치고 서있기 때문입니다 그대여! 그대 곁으로 다가가 그대의 손 잡게 되는 그날까지 그대여! 그리움의 옷 벗어 던지고 온몸으로 껴안게 되는 그날까지 이별의 슬픔이 아닌 사랑의 기쁨만을 노래해주오 사랑의 기쁨만을 노래해주오 (자란 김석기 2004)

나에게도 이런 날이

나에게도 이런 날이 신타 나에게도 이런 날이 이런 순간이 올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네 앞에서 내 노래를 부르고 너와 함께 춤을 추는 이런 시간이 있을 줄 예전에 미처 몰랐다 노래 부르려다 나는 기쁨에 넘쳐 너를 바라보고 함께 춤을 추면서도 벅찬 가슴은 너를 꼭 안는다 이 시간이 영원하길 이 순간이 멈추기를 온몸으로 기도하며

이 세상 아름답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아름답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 신타 집안에서 주부가 정성 들여 준비한 식탁 주막에서 주모가 익숙하게 만드는 안주상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막일하며 흘리는 땀 높게 지은 빌딩 안에서 소매 걷고 일하는 분주함 텔레비전에 나오는 잘 알려진 가수의 노래 지하철에서 들리는 이름 없는 가수의 기타 소리 이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 다정하게 손잡고 걷는 연인의 걸음걸이 옷을 모두 벗은 이불 속에서의 들썩거림 나란히 앉아 정답게 지저귀는 새들의 모습 수사슴이 암사슴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풍경 그 어디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으랴 (자란 김석기 2005)

사랑의 나신

사랑의 나신 신타 사랑의 앞면은 베푸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베풂은 받아들임의 뒷모습이며 베푼다는 것은 타인이 먼저가 아니라 자신에게 먼저 베푸는 것이다 자신에게 용서를 베풀고 자신에게 인내를 베풀자 타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만 베풀 때 그것은 위선이거나 다른 때 다른 보상을 바라는 거래일 뿐 사랑의 수레는 받아들임이 앞에서 끌고 나눔이 뒤에서 미는 천국으로 향하는 마음이다 나를 비롯한 모두를 받아들이며 나 자신에게 베풀고 나를 먼저 도운 다음 내가 가진 달란트와 만나를 타인과 함께 나누는 삶 사랑의 나신裸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