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22

어쩌거나 누구라도

어쩌거나 누구라도 김석기 어쩌거나 고맙습니다 고마운 이유 내가 지금 모른다 해도 고맙게 생각하고자 합니다 누구라도 사랑합니다 설령 내 기분 나쁘게 한 사람일지라도 그를 사랑하고자 합니다 내게 무엇을 어떻게 했든 그를 고마운 사람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일어난 일이 나중에 어떤 기쁨으로 다가올지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나와 모두를 위해 일어나며 내가 만들어낸 일이라는 사실을 믿기 때문입니다 어쩌거나 고맙습니다 누구라도 사랑합니다

신작 詩 2020.03.19

돌아온 청춘

돌아온 청춘 김석기 산길 오르다 여우비에 갑자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차를 탔습니다 기차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두 번 더 갈아타고 얼굴 마주했지만, 벗었던 배낭을 도로 메고 나와야 했으며 그녀 마음은 때아닌 눈발까지 날리는 삼월 중순 저녁 어스름이었습니다 되돌아오면 아플까 봐 미리 다독이며 갔는데 그녀 가게에서 나오자 몸은 오히려 개운했습니다 역 근처 식당에서 칼국수에 소주 한 병 마신 나는 마지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밤바람은 차가웠지만 역사에 세워둔 자전거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은 오히려 시원했습니다 가지 않았더라면 몸의 성화가 마음을 몹시 힘들게 했을 테니까요 마음이 아픈 게 아니라 몸이 아픈 게 청춘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십 대 청춘이든 돌아온 청춘이든

신작 詩 2020.03.16

부질없다

부질없다 신타 「강원도 사북 음식 중 가장 뛰어난 것이 곤드레밥인데 1인분은 팔지 않는단다 어찌 세상이 혼자 사는 사람에게 이토록 매정하냐 이 밥을 먹으려면 장가를 가야 하나 내 기어코 이 밥을 먹기 전에 사북을 떠나지 않으리라」 어느 스님의 트윗 글을 보고는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방법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댓글 달려다 그만둔다 부질없다 부질없다 다 부질없다 나도 혼자 가서 곤드레밥 사 먹으면 될 일인데

신작 詩 2020.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