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22

나마스테

나마스테 / 나신타 너와 네 기분은 다르다 네 기분에 따른 행동일 뿐 네 안에 있는 신의 행동이 아니기에 네 본마음은 내면에 있는 한마음이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이 아니라 너와 네 행동은 다르다 기분에 따르지 않은 행동이란 충분히 자신을 깨우친 사람의 그것이다 네가 하는 바른 행동이란 자신이 무엇인지를 이미 체득했을 때의 행동이다 너와 네 체득은 다르다 네가 체득한 것일 뿐 체득이 너인 것은 아니다 고로 너는 없다 기분, 감정, 체득이 아닌 무형의 있음이 바로 너이기에

신작 詩 2023.07.13

기꺼이 받아들이자

기꺼이 받아들이자 / 김신타 오랫동안 사랑했던 사이지만 서로가 때로는 언짢을 수 있는 내 기분이 그때 그랬던 것처럼 그 사람 기분도 그때 그랬을 터 내 기분을 이해하듯 그의 기분 이해하자 그 사람 기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 기분을 스스로 망치는 것일 뿐 내 감정이 흘러가는 것처럼 그의 감정도 흘러가게 하자 내 기분을 내세우지 말자 다만 스스로 받아들이자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우리 모두의 감정을 받아들이자

신작 詩 2023.07.13

혼불 문학관 다녀오면서

혼불 문학관 다녀오면서 / 나신타 식민지 한국을 결과적으로 근대화시켰다는 뉴라이트 그들의 주장을 나는 이제서야 이해했다 전라도 넓은 들에서 나온 쌀 공출해 간 것도 군산과 마산에서 일본 직항로 개설한 것도 우리나라를 근대화시키려는 일본의 배려였음을 목숨 바쳐 독립운동한 애국지사들과 다 뺏기고 굶어 죽어간 민초들의 혼불을 일신의 영달을 위한 새로운 불빛으로 삼는 저들의 앞날에 제국주의 망령이 가득하길… 잔칫상에 올리기 위해서지만 그동안 잘 먹여 살찌워 준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는 논리의 그들이 잔칫날 개돼지처럼 살찌우는 삶이 되길…

신작 詩 2023.07.07

지금 여기

지금 여기 / 나신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없는 늘 지금 여기일 뿐인 인생 지난 것도 다가올 것도 없는 늘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일 그 모습 언제 바뀔지 모르지만 나는 그와 함께 웃음 지으리라 지상에서의 고통을 남에게 던지지 말자 비록 힘겨울지라도 스스로 껴안아 보자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조차 스스로 도는 지구의 모습이며 흘러가는 구름과 바람마저도 지금 여기에서의 움직임이다 불안이 없는 천상에서 애써 지상으로 내려온 이유가 고통을 겪기 위함이며 지상에서의 삶이 고통이면서도 기쁨인 이유 천상에서의 평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작 詩 2023.07.07

장마비

장마비 / 나신타 끊어질 듯하다가도 끊이지 않는 빗소리 길게 이어질 듯하다가도 어느샌가 개어있는 날씨 처마 밑에 빨래 널었다가 이삼일만에 다시 거둬 방안에서 더 말린다 장마철 빗소리가 제행무상 諸行無常 빗소리 듣는 내가 제법무아 諸法無我 끝날 것 같지 않아도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계속되길 바라는 편안함이든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라는 전염병이든 지금의 나, 항상 恒常 한 것 같아도 변하지 않는 나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든 아니면 거부하고 싶은 나 자신이든 나란 없음이면서 있음이다 연기 緣起 하기에 없음일지라도 영원히 연기하기에 있음이기도 한 불생불멸 하는 무형의 있음인 것이다 지루한 장마도 끝이 있으나 장마비는 매년 반복되는 것처럼 순환하는 유형 有形은 끝이 있지만 순..

신작 詩 2023.06.30

소망

소망 / 나신타 나이 들어 가면서 이런 사람 되게 하소서 내 앞에 있는 못생긴 사람과 후줄그레하게 옷을 입은 사람 내 기분을 언짢게 한 사람에게 나마스테! 라고 인사하는 내가 되게 하소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타인을 판단하지 않으며 두려워하지도 않고 비난하지도 않을 수 있는 담대한 내가 되게 하소서 내가 갖게 된 소망을 스스로 이루고자 함이 아니라 이제는 당신에게 맡기고 지켜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내가 되게 하소서 지금 모습이 내가 아닌 아무런 형상이 없으면서도 영원히 지금 여기 존재하는 그가 바로 나임을 아는 그러한 내가 되게 하소서

신작 詩 2023.06.24

포도와 우주

포도와 우주 / 나신타 깨알보다 작은 포도송이 봄철 지나 한여름 뜨거움 아래 알알이 성장한 모습으로 어디에서 온 것일까 지난가을 텅 비었던 가지마다 산산이 부서진 이슬로 맺힌 저 작은 푸른 빛 알갱이 나무에 포도의 우주가 들어있다 아무것도 없음에서 시작하여 모래처럼 작은 알갱이를 거쳐 단단한 씨앗이 담긴 포도알까지 없음에서 생겨난 포도송이 생각과 말씀의 봄 여름 지나 내 안에, 현실처럼 밀려오는 창조의 씨앗과 결실의 열매

신작 詩 2023.06.22

사별

사별 / 나신타 내가 겪어본 바는 아니지만 옆에서 지켜본 적은 있습니다 오래도록 서로 등을 기대던 사이 먼저 간 그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가 간 길을 따라가고 싶기도 한 울퉁불퉁한 마음은 우울로 이어져 아파트 창가를 서성인 적 몇 번입니다 그래도 사람의 일인지라 태양도 돌고 지구도 도는 세상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낳습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어둠조차, 흐르는 세월에 씻기어 웃음꽃이 다시 피어나는 봄날 언젠가 그날이 오늘일 것입니다

신작 詩 2023.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