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타나 2010. 12. 14. 16:23

결단

 

김석기 

 

 

제 몸보다

몇 배는 더 넓고 두툼한 도마 위

닭은 맨몸으로 칼을 받는다

촘촘한 나이테와

순식간에 떨어지는 칼맛

물러날 틈도

피할 틈도 없이 짜릿하다

물오른 고등어처럼

제법 살진 칼맛이 시원하다

일체가 되는 순간

이미 결단이 난 것이다

새로운 결단이 열린 것이다

 

나는 도마가 되고

맨몸이 되고

칼이 된다

 

 

<민들레 문학회 2010년 제 11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