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타나 2005. 6. 1. 12:04

 

지게차

 

  

나도 갈 길이 있다
가야만 하는 길이 있어 8차선 도로 위를 달린다
뒤따라 오는 차 답답할지라도 다른 길로 갈 수가 없다
앞질러 가도 괜찮다 동정할 필요도 없다

다만 욕하지는 말라

 

가는 길은 더디지만 때가 되면 다다른다
늦게 가도 내가 할 일이 있으며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나는 살아 있다
빠른 것만이 살아 있는 것은 아니다

 

빨리 간다 해서 남는 것도 아니다
누구든지 시간에 갇혀 있음이다
끝까지 가야만 한다 시간이 허용하는 마지막까지
무엇으로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없다
누구든지 8차선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자란 김석기 2005


 

<진해문학 19집-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