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버려라, 그리하면 모든 것을 얻으리라
"모든 것을 버려라, 그리하면 모든 것을 얻으리라."
뭔가 그럴듯하고 심오한 내용 같기는 한데, 막상 이 구절을 실천하고자 마음먹으면 여러 가지 의문이 일어난다. 모든 것을 버리라는데, 모든 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가 얼른 알아채기 어렵다. 가진 재산과 내 몸을 포함한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머릿속에 담긴 모든 관념이나 기억을 말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의미하는 바가 전자든 후자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역시 오리무중이다. 전자라면 가진 재산을 다 버리고 나면 그다음에는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이며, 또한 자기 몸을 버리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전자가 아닌 후자라 해도, 머릿속에 담긴 관념과 기억을 어떻게 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방법을 찾는 게 참으로 난감하다.
그래서 이 구절에 대한 해석과 함께, 나름의 방법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모든 것을 버려라.'라는 구절은 무엇인가 내용이 좀 빈약하다. 어디다 또는 누구에게 버려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도 없이, 마냥 모든 것을 버리라고만 하면 짧고 간결해서 좋기는 하지만, 듣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한 문장이다.
이 문장에 대한 나의 해석은 이렇다. 여기서 모든 것이란, 외부 물질계에 있는 재산이나 우리 몸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의식 속에 있는 '나'라는 관념을 말한다. '나'라는 관념이 곧 전 우주이며, 자신의 생명이자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여기서 '나'라는 관념은 진짜 내가 아니라, 하나의 관념일 뿐이며 그림자와 같은 허상일 뿐이다.
아무튼 '모든 것을 버려라.'에서 '모든 것'이 뜻하는 바가, '나라는 관념을 뜻하는 것'이라는 나의 해석에 동의한다면, 다음은 '나라는 관념을 어디다 또는 누구에게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라는 문제가 남는다. 여기에 대한 나의 해석은 이렇다. 어디다 버리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 버려야 하는 문제이다. 관념 속에 있는 자신을, 땅바닥에 버리는 게 아니고 다름 아닌 신에게 버리는 것이다.
물질 세계에 내가 있다는 잘못된 관념을 버릴 수만 있다면, 신은 나 자신을 비롯한 우리 모두를 받아들인다. 하나의 빗방울이든 커다란 강줄기이든 모든 것을 자신의 품 안으로 받아들이는 바다처럼 말이다. 이처럼 잘못된 것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물질 세계에 내가 있다는 관념이다. 나란 오감으로 지각되는 대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면에 존재하는 주체이기에 그렇다.
물질계에 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바로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다. 아울러 생각을 통한 판단과 분별을 모두 신에게 맡겨야 한다. (신의 이름은 무엇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내가 스스로 생각을 통한 판단•분별을 하지 않아도, 내 안에 있는 신으로부터 영감을 통해 생각과 판단과 분별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처 몰라서 그렇지 일상적으로 하는 말도, 사실은 우리 입을 통해 나오는 신의 음성이다. 나아가 숨 쉬는 것도 심장이 뛰는 것도 모두가 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깨달아 알게 되면, "모든 것을 버려라."라는 말을 실천하는 일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우리를 있게 한 이에게,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도로 내놓는 일이므로 말이다. 따라서 다음 구절인 "그리하면 모든 것을 얻으리라."라는 구절을 믿고 받아들이는 것도 보다 쉬운 일이 될 것이다. 버려야 하는 것이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나에 대한 관념이며, 얻게 되는 것이 나에 대한 새로운 관념일 뿐이기에 말이다. 그러나 사실 말이 쉽지, 오래된 자신의 관념을 스스로 바꾼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는 일이며 은산철벽을 뚫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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