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싸가지

신타나 2025. 3. 15. 10:55

싸가지 / 김신타


수년 전 자활에서 같이 일한 적 있는
이십 년 정도 나이 차이가 나지만
동안 童顔이라 여전히 젊어 보이는
그도 어느덧 오십에 가까운 나인데

같은 동네 살기에 어쩌다 마주치면
자전거 타고 그냥 쌩하니 지나치는
오늘도 싸가지 없는 모습 보면서
그가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싸가지 없는 저런 놈은 내가 아니라고
나는 저런 싸가지 없는 놈이 아니라고
예전엔 스스로 굳게 믿었으나
이젠 그가 바로 나라는 사실이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몸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 또한 싸가지 있는 때가 있고
없는 때가 있는 놈이라는 사실

스스로 인정하며 살아갈 일이다
문득 현기증이 느껴진다
내가 지금 육십 고개를 넘어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라니

어쩌거나 받아들일 일이다
싸가지 없는 '어른이'이든
싸가지 있다는 말 듣고픈 '어린이'이든
내가 아닌 나는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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