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모습

축의금 만 삼천원

신타나 2006. 1. 22. 21:46






    서울 쌍문동 "풀무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작가 이철환의
    "축의금 만 삼천원" 이란 글입니다.

    약 10 여년전 자신의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삼천원과 편지1통을 건네 주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에는...

    "친구야! 나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 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우리 아기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친구여~

    이 좋은날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

    해남에서 친구가...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

    해남에 사는 그 친구는
    현재 조그만 지방 읍내에서
    "들꽃서점"을 하고 있고

    이철환작가는
    최근 아버지가 산동네에서
    고물상을 하던 시절에 겪은
    아름답고 눈믈겨웠던 실제 이야기를 담은
    "행복한 고물상"이란 책을 냈습니다.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