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해피데이스' 라는 월간 잡지사에서 공모한
'제4회 해피데이스 문학상' 에서 최우수상으로 뽑힌 작품을
옮긴 것임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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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선물
멀리 강원도 산골에서 낯선 부산까지 전학 왔던 옥이는 엽기 그 자체였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라면을 들고 와서 선생님을 놀래키는가 하면,
점심 시간에는 시커먼 꽁보리밥이랑 썰지도 않은 김치 한 포기를 책상 위에
당당하게 올려놓고 맛깔나게 찢어 먹었다.
당시 초라한 도시락 반찬이 싫어서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내팽개치고
매점에서 라면을 사먹었던 나로서는 옥이의 행동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옥이의 맑은 영혼에 이끌려서일까, 우리는 얼마 후 단짝 친구가 되었다.
방학을 며칠 앞둔 내 생일. 친구들의 예쁜 선물이 책상 서랍에 가득했다.
열쇠 일기장, 예쁜 볼펜 세트, 전영록 코팅받침 등등.
그런데 그날 따라 옥이는 종일 내 눈치만 힐끔거리더니
하교길에 구겨진 종이 가방을 건네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뭐지? 선물인가 보네.' 여러 겹으로 둘둘 말린 신문지를
하나씩 펼치고 나서 나는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아, 세상에! 그것은 비닐봉지 안에 싸여 있는 고등어 한 마리였다.
그리고 종이를 아무렇게나 쭉 찢어서 쓴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선물을 사주고 싶었는데 용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사겠더라.
전에 네가 우리 집 왔을 때 고등어 반찬을 너무 잘 먹더구나.
엄마랑 시장 가서 싱싱하고 제일 큰 놈으로 사왔거든. 깨끗이 다듬어놨다.
오늘 저녁은 고등어 구워서 맛있게 먹어."
순간 눈앞이 흐릿해졌다.
'그랬구나. 혹 생선 비린내 날까 봐 아침부터 구겨진 가방을 들고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친구들 눈치를 봤던 거구나.'
그날 저녁 내 생일상에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고등어 반찬이 올려졌고,
나는 눈물과 우정을 함께 먹으며 평생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추억 하나를 가슴에 새겼다.
20년이 지난 지금,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고를 때면 나는 어김없이 옥이가 건넨 고등어를 떠올린다.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모양이나 형편에 맞지 않는 가격보다 마음에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솔직하고도 따뜻한 선물이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반추하기 위해서다.
배미정 님(부산시 동구 범일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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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때우기 위하여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진열되어 있는, 처음 보는 조그마한 잡지에서 위 글을 발견하고는
아낌없이 2천 원을 투자했지요....ㅎㅎㅎ
그런데 그게 엊저녁이었는데, 오늘 아침 이 내용을 타이핑하면서
흐르는 눈물의 의미는 여러 가지인 것 같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자신의 삶에 대하여 스스로 당당한, 글 속의 주인공 '옥이' 의 모습에 대한 감동.......
2005년 1월 어느 날 자란 김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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