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이면서도 둘인
나는 받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개체(나)이기도 하지만 전체(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로부터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전체와 함께하는 개체이다. '전체와 함께하는 개체'라는 표현이 참으로 아름답다. 절대적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상대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나이면서도 둘일 수 있다는 말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으랴.
유형의 세계에서는 보기 드문 일일지 몰라도, 무형의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보이지 않는 개체가 동시에 보이지 않는 전체라는 것. 또는 여러 개체로 나누어진 존재가 동시에 하나의 전체라는 사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않겠는가? 여러 강물이 하나로 합쳐지는 바다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강물이 흘러 바다가 된다고 해도, 바다로 합쳐지는 것일 뿐 강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강물이 곧 바닷물이고 바닷물이 곧 강물이 된다. 마찬가지로 개체인 인간이 곧 신이고 전체인 신이 곧 인간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받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주는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고로 우리는 대상에 사랑을 주고 관심을 주며 신뢰를 주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대상 즉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몸으로 태어나, 겉으로는 그러한 몸과 함께하는 아바타나 캐릭터인 것처럼 살아가지만, 본래 우리는 대상이 아닌 주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겉모습의 대상이 아닌 내면으로의 주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게 곧 깨달음이다. 겉모습은 비록 대상으로 보일지라도, 내면에 있는 근원은 주체라는 사실을 말이다. 다만 이러한 사실을 다른 누가 깨우쳐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 우리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다른 사람 즉 스승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자기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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