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마음과 나

신타나 2024. 11. 15. 08:33

마음과 나


마음이란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마음은 우리에게서 사라질 수 없습니다. 다만 '작은 마음'에서 벗어나 '큰 마음'이 될 수 있음입니다. '작은 마음'에서 벗어난다는 것 즉 '큰 마음'이 된다는 것은, '작은 나'에서 벗어나 '큰 나'가 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우리가 '마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서도 역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작은 나'에서든 '큰 나'에서든 말입니다. '나'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바와 같이 몸과 함께하는 나만이 아니라, 우주 전체와 함께하는 나이기도 한 때문입니다.

'나'라는 것은 결코 우리 몸과 동일한 것일 수 없습니다. 몸은 오감의 대상인 반면, 나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몸으로서의 내가 있는 게 아니라, 무형의 주체인 내가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세상에는 나와 남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오직 신만이 있으며, 우리는 모두 신의 부분입니다. 신의 부분이기 때문에 모두가 신과 하나이며, 그러므로 동시에 우리는 모두 신인 것입니다.

우리는 작은 마음의 나에서 벗어나 큰 마음의 내가 되어야 합니다. 작은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나라는 생각'을 없애야 합니다. "내가 있다. 내가 존재한다."와 같은 '환상 속에 있는 나'라는 관념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게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내려놓음'이자 '무아 無我'라는 말이 뜻하는 바입니다. 나를 내려놓거나 무아라고 해서 내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작은 나'에서 벗어났을 뿐 나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작은 나'(또는 작은 마음)에서 벗어난 나 즉 '큰 나'가 존재하는 것이죠.

그런데 '큰 나'라고 해서 '작은 나'보다 크기가 또는 범위가 큰, '큰 나'라는 게 따로 존재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작은 나'에서 벗어난 상태 또는, '작은 나'가 없는 무아의 상태가 바로 '큰 나'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큰 나'라는 것 역시 무아입니다. '작은 나'에서 벗어난 전체라는 것은, 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전체인데 내가 어디 있겠어요? 전체에서도 나를 의식한다는 것은, '작은 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반증일 뿐입니다. '작은 나'에서 벗어나게 되면, 내가 사라지는 것도 그렇다고 내가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게 바로 '신과 나눈 이야기'라는 책에 나오는 '신성한 이분법'입니다.

"내가 사라지는 것도 그렇다고 내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구절을 달리 표현한다면, '무아의 있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없는 내가 있다는 표현이 논리적 모순 같아 보일지라도, 이는 자신이 직접 느껴보아야 알 게 되는 것이지 어차피 말로 설명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같은 말이지만, 나는 없으면서도 있고 있으면서도 없습니다. 신도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없으면서도 있고 있으면서도 없는 존재입니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건 없으며, 전체적으로 존재한다는 건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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