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뒤의 아침
자란 김석기
사랑은 한 줄기 강렬한 소나기 되어
건반 두드리듯 때론 소용돌이치듯
마음의 샘물에 떨어져 꽂히면
입술은 환희의 순간에 천둥소리와 입맞추고
두 팔은 허공을 힘껏 끌어안으며
등줄기는 비 오듯 땀에 젖은 채
온몸은 구름 위에 피어올라 폭풍처럼 요동친다오
어둠이 깊어지고
소나기가 그 힘을 다하여 몸을 눕히면
샘물도 깊이를 알 수 없는 고요함에 빠져들며
아침 햇살이 침실로 찾아와 나른함을 흔들어 깨우면
부끄러운 듯 물기 젖은 태양을 바라보며
밤사이 휩쓸고 간 사랑을 반추한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