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그리고 또

버스정류장 휴지통

신타나 2005. 6. 8. 00:16

                 버스정류장 휴지통

                                                                    


쓰레기 종량제 이후 실종된 길거리 휴지통
늦게 배운 담배, 꽁초 버릴 곳이 없다
차마 길에 버리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는 종이조각 놔둘 곳이 없다

 

어쩌다 버스 타려고 정류장에 가면
그곳에 은빛 휴지통 늘 웃음 띤 얼굴이다
담배꽁초 하나 휴지조각 하나라도
길거리에 버리지 않는 마음 기다리며

 

내게는 이제
일 년 가야 편지 한 통 부치지 않는 우체통보다
손에 든 꽁초 버릴 수 있는 휴지통이 더 정겹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깨끗한 편지 기다리는 빨간 우체통이기보다는
더러운 것 귀찮은 것 제 안에 품는,
은빛 휴지통 닮은 마음이 되고 싶다

 


  자란 김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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