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나 죽거들랑
화장을 하여 한 줌의 재마저도
땅에 묻지 말고 강물에 뿌려주오.
다만
내 이름자 새겨진 나무나 돌, 대신 묻어 두고
나를 기억하는 이 있다면 누구든지 찾아와
소풍 온 듯 놀다간다면 좋겠습니다.
살아서도 자유롭고 싶으며
죽어서도 무덤 속에 갇히고 싶지 않은 나는
살아 있을 때에도 마음은 자유로웠지만
일용할 양식 때문에 몸은 자유롭지 못했기에
일용할 양식 염려하지 않아도 될
삶이 끝난 뒤에는 자유로운 몸이 되어
어차피 한없이 날아가지는 못할 터이니
강물 따라 어디론지 끝없이 흘러가고 싶습니다.
나 죽거들랑
곡哭하지도 말고
노래 부르지도 말며
축문祝文을 읽는 대신
내가 쓴 시詩 가운데 하나
그대 마음에 드는 거 골라 읽어주오.
나 죽은 뒤에
일부러 찾아 온 그대
내 가족, 친지, 친구, 이웃
나는 마음 가득 미소 지으리다
그대 읽어 주는 그 목소리 들으며.
자란 김석기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