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밑에서
비 그치고 난 뒤
가로수 밑에 세워둔 자동차에
손에 든 꾸러미를 싣고 있자니
갑자기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진다.
놀라 고개 들어보니
비에 젖어 촉촉하게 빛나는 아스팔트 길
접어든 우산을 흔들며 지나가는 사람들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나뭇가지 등
거리의 풍경은 여전히 잔잔한 모습이다.
이처럼
내가 서 있는 곳에 빗방울이 듣는다 해도
주위를 한번쯤 둘러보는 여유를
삶에서도 갖는다면 나의 삶은
그만큼 더욱 여유로워질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지금 이곳을 벗어나면
빗방울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나 혼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삶이
비의 흔적을 담은 채 살아가고 있으므로…
자란 김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