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그리고 또

7월 첫날의 장마비

신타나 2005. 7. 1. 17:26

 

         7월 첫날의 장마비

 


 오늘 아침엔 멀리서
 고양이처럼 가르릉거리던 천둥소리가
 갑자기 발톱을 세워 눈을 할퀼 듯
 귓가에서 비명을 지른다.

 

 바로 옆에서 툭 떨어지는
 천둥소리에 놀란 마음을 가다듬으며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생각하다가

 볼일이 있어 우산 들고 시내로 나오니
 악을 쓰며 소리쳐도 듣지 않는 소크라테스에게
 크산티페의* 주전자에 든 물처럼
 7월 첫날의 장마비가 쏟아진다.

 

 내리는 비에도 빛은 담겨 있어
 비는 쏟아지고 세상은 그런대로 밝다.

 

 여전히 분주한 사람들 틈에서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 개업한 가게 앞에서 춤추던
 이벤트걸의 마이크 소리가 등 뒤에 따라온다.

 

 비는 올지라도
 오늘 일은 오늘 해야 하므로
 내리는 빗줄기를 지나가는 사람이라 여기며
 이벤트걸이 가게 앞에서 춤을 춘다.

 

 내리는 비에도 혼은 젖어 있어
 7월 첫날의 장마비는 춤추며 떨어지고 있다.

 

 

  * 크산티페 - 소크라테스의 부인


  

  자란 김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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