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도지다
김석기
술 마신 뒤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싶은
젊은 시절의 병이 오십 넘은 나이에 다시 도지다
스스럼없는 지인과 함께
장터에서 국밥 먹으며 마신 탁배기 한 잔에
나도 모르게 생각이 그대에게로 향한다
세월이 흐른 지금 그러나
누군가를 생각하는 일이 조심스러워
들썩거리는 찻주전자 뚜껑 속
차오르는 뜨거움은 찻잔에 나누어 담고
남은 온기를 두 손에 모아
한 모금씩 가슴으로 되새겨본다
눈부시지 않게 빛나는 어머니처럼
격정적이지 않은 나타냄과
뜨겁지 않은 따스함의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