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신 안에서

신타나 2024. 12. 2. 12:02


신 안에서


우리는 신 안에서 신이다. 고로 내 뜻도 신의 뜻 안에 있으며, 신의 뜻에 대한 순종 안에 내가 뜻하는 행복이 있다. 즉 자유의지에 따라 행복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정하고 선택하게 되지만, 그것이 신의 뜻에 대한 순종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신 안이 아닌, 신 밖에 존재하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과 다른 나 즉 신 밖에 있는 나란 존재하지 않으며, 이게 바로 석가모니의 가르침인 무아의 뜻이다.

그러나 무아가, 전체이자 절대인 신의 부분으로서의 나조차 없다는 뜻은 아니다. 개체로서의 내가 신에게서 따로 떨어져 존재하지는 않지만, 신의 부분으로서 나는 신 안에서 개체로서 영원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신 안에서 개체이면서 동시에 모두가 하나로 존재한다. 개체이면서 동시에 하나로 존재한다는 말이 이해가 잘 안될 수 있지만, 유형이 아닌 무형의 존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수도 있다. 의식과 느낌으로는 개체이지만, 감각적 구분이 있을 수 없는 무형이기에 전체가 하나인 것이다.

그리고 전체이자 절대인 하나가 바로 신이며, 우리 인간 또한 그러한 신 안에서 신인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존재하는 어느 것도, 신의 품 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신은 유형이자 무형이기 때문이며, 어떤 면에서 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게 신인데 신이 어떻게 단독자로서 존재할 수 있겠는가? 신 아닌 게 없는데 어느 하나를 신이라고 한다면, 그게 바로 자기모순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고로 신은 분명 존재하면서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인간도 신과 닮은 존재이기에 분명 존재하면서도 어디에서도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몸이라는 옷을 입고 태어나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몸을 자기 자신으로 착각하며 사는 게 보통이지만, 보이는 몸은 대개 일정 기간 수명이 있는 반면 진짜 우리 자신은 수명이라는 게 없는 영원한 존재이다. 신 안에서 신이기 때문이다.

신 안에서 자기 자유의지에 따라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음이다. 신 안에서 말이다. 그러나 '신 안에서'라는 말이 신에 대한 복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신이 인간에게 복종을 원했다면 무엇 하러 자유의지를 주었겠는가? 신은 복종이 아니라 순종을 원했음이다. 타율적인 복종이 아니라 자율적인 순종 말이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반항하여 집을 나갔다가 몇 년 후 돌아오는, 탕자인 아들마저도 기꺼이 반갑게 맞아들인다는 비유의 글이 바이블에 있는 것이다.

신은 인간에게 강제적인 복종이 아니라, 자유의지에 따라 스스로 깨달음을 얻은 뒤의 순종을 기대한다. 그래서 천상 즉 천국에는 오로지 강 같은 평화가 있을 뿐인 데 반해, 지상에는 어쩌다 가끔은 지옥과 같은 고난과 고통이 닥치는 때가 있기도 하다. 우리가 몸을 떠난 뒤의 세상인 천국에는, 기쁨과 평안만이 가득하다는 게 대부분 임사 체험자들의 증언이다. 반면 몸과 함께 살아가는 지상에서의 삶은, 즐거움과 괴로움이 수시로 교차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지옥과 같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며, 천국과 같은 즐거운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천상에는 천국과 같은 평안만이 가득하며, 지옥과 같은 괴로움은 지상에만 있다. 그래서 언어도 절묘하게 만들어져, 천상에는 천국 天國이 있고 지상에는 지옥 地獄이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잘못된 우리의 상상에서처럼, 천상에 천국과 지옥이 동시에 있는 게 아니라 말이다. 따라서 몸이 죽은 다음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영혼이, 천국에서 무슨 벌을 받을지 모른다는 어처구니없는 두려움은 이제부터라도 깡그리 버려야 한다. 천상에는 천국만이 있으며, 지상에 오히려 천국과 지옥이 동시에 있기 때문이다.

왜 지상에 천국과 지옥이 동시에 있는 것일까? 지상에 지옥이 있는 이유는, 평안만이 있는 천상에서는 깨달음을 얻기가 쉽지 않으므로 고락 苦樂이 함께하는 환경을 지상에 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상에 천국과 같은 즐거움이 있는 이유는, 지옥과 같은 괴로움만 있으면 우리 인간이 버틸 수 없으므로 당근과 채찍을 함께 준 것이다. 그런데 지상에서 얻는 깨달음의 기쁨이 크기 때문에, 천상에 있는 영혼들이 지상으로 내려오기 위해 줄을 선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처럼 자유의지에 따른 고락을 통하여 우리가 얻는 깨달음이 점점 커질수록, 우리는 보다 쉬운 방법으로 삶에서 체험을 할 수 있다. 삶이 점점 수월해진다는 얘기다. 그 깨달음 중 하나가 바로, 이 글의 제목처럼 모든 것이 '신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모두 신 안에서 하나로 존재하며,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능력을 통하여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가진 능력은 아무것도 없으며,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모두 신이 직접 행하는 것임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언어로 표현하다 보니 우리 인간과 신이 서로 분리된 존재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분리된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하나의 존재이다. 비유하자면 우리 몸에 독립된 세포의 개수가 조 단위 이상이지만 그 모두가 하나의 몸을 구성하듯이, 지금 현재 지구상에 살아있는 인구수만 해도 70억 명이 넘지만 그 모두가 하나의 신 神을 구성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신 안에서 하나인 것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몸 안에서 하나이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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