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생명 먹고 마시는 것 중에 생명 아닌 것이 없습니다. 물조차도 그 자체로서는 생명이 아닐지라도 물속에는 보이지 않을 뿐 많은 생명이 살고 있습니다. 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다른 생명을 먹고 마심은 생명을 먹고 마시는 참으로 성스러운 일입니다. 내가 다른 생명을 먹고 마시는 것.. 발표작 (詩, 수필) 2005.10.05
구절초 구절초 흔하디흔한 것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었다 국화와 비슷하게 생긴 홑겹의 하얀 꽃잎은 어린 시절 길가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모습이었지만 이름은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심심한 아이는 줄기를 꺾어 하얀 꽃잎은 떼어내고 가운데 솟아오른 동그란 노란.. 발표작 (詩, 수필) 2005.08.08
휘청거리는 아침 휘청거리는 아침 / 김신타 스물아홉이던 유월의 첫날이었다 막차를 놓친 나는 걷기 시작했다 네온사인이 빛나는 곳으로 새벽까지 깨어 있는 곳으로 그곳에는 여자들이 슬피 웃고 있었다 남자들이 기분 좋게 울고 있었다 술에 취해 사랑을 토하고 있었다 새벽이 오자, 구토의 흔적은 어둠과 함께 사라지고 또다시 아침이 흐른다 입안에서 술냄새 풍기는 아침이 사랑에 지쳐 휘청거리는 아침이 2005년 7월 창간호 월간 ******** 자란 김석기 1998 발표작 (詩, 수필) 2005.06.24
마음을 하나로 모으자꾸나 마음을 하나로 모으자꾸나 김석기 어쩌다 이 세상에 태어나 너와 나 서로 다투고 있구나. 네가 살아야 하고 내가 살아야 하기에 이리도 몸부림을 치는구나. 그렇다 하더라도 너와 나 같은 편 되어 함께 살아갈 수도 있을 터, 마음을 하나로 모으자꾸나. 너와 나끼리 이웃한 우리끼리 모여.. 발표작 (詩, 수필) 2005.06.16
윤리와 불륜 윤리와 불륜 / 김신타 윤리가 상큼한 사과 같은 사랑이라면 불륜은 농익은 홍시 같은 사랑이리라. 윤리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수단에 불과할 뿐 결코 목적이 될 수는 없으며 진리 내지 정의라는 생각은 더더욱 가당치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윤리는 창칼이 되어 겨누고 불륜은 방패 뒤에 숨어있다. 수단이 다를 뿐 다 같이 사랑을 목적으로 하는 것임에도 2005년 7월 월간 창간호 발표작 (詩, 수필) 2005.06.09
가을, 11월 가을, 11월 / 김신타 갈대숲 노랗게 물드는 11월 그가 진실로 가을이리라 찬바람에 옷깃 세우게 함은, 짙은 가을빛 위한 고뇌이며 겨울을 예비케 하려 함이리라 시월이 가을의 동생이라면 11월, 그는 홀로 늙는 누님이어라 겉모습은 풍파에 씻긴 바위라 해도 속 깊은 정 여전한 내 누님이요 당신은 가는 세월 잊은 양하면서도 늙은 동생이 애처로운 내 누님이어라 등단시 - 월간 [문학바탕] 2005년 3월호 발표작 (詩, 수필) 2005.06.04
술 술 김석기 술을 마시려 한다 술로써 빈 마음을 채우며 시간의 한 부분을 잘라내고자 한다 구부러져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신작로의 끝처럼 기억이 머물지 않을 시간의 끝까지 술과 함께 얘기하고 싶다 깨어 있어서 좋았던 때 다시 올지라도 이 순간은 술에 취한 기쁨 함께 하고 싶다 살아 .. 발표작 (詩, 수필) 2005.06.02
아랫목 밥 한 그릇 아랫목 밥 한 그릇김석기 집 나간 자식 생각하며 아랫목에 밥 한 그릇 묻어 둔다 아무 일 없기를 물 한 그릇 정성 들여 빈다 한마디 말도 없이 글 한 줄 남김없이, 덩그러니 빈 그 새벽부터 어미는 날마다 밥 한 그릇 가슴에 묻는다 덩그러니 빈, ****************************** 월간 <문학바탕>.. 발표작 (詩, 수필) 2005.06.01
나의 친구이므로 나의 친구이므로 / 김신타 죽음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 힘겨운 우리에게 그는 편안한 휴식과도 같으며 새로운 아침을 여는 창문과도 같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삶이다 이미 이루어진 것을 흰 눈으로 덮는 것도 순수하지만 비록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색깔일지라도 창조하는 일은 더욱 위대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 무덤가 잔디밭에 누운 바람이기보다는 진흙밭에서 흙을 굽는 도공이련다 그리고 삶이 즐거워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삶이 힘겨워도 죽음을 동경하지 않으리라 만날 때가 다를 뿐 그들은 모두 나의 친구이므로 월간 문학바탕 2005년 3월호 등단시 ************ 1999년 11월 햇살이 청명한 어느 가을날, 김석기 쓰다. 발표작 (詩, 수필) 2005.06.01
천자봉에서 천자봉에서 빨간 산불방지 재킷을 입은 아저씨가 검정 비닐봉지를 손에 든 채 비틀거린다 오월의 푸르름에 취했나 보다 비닐봉지 안에는 양은 도시락과 젓가락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그가 천자봉에 있는 시간은 기다림이다 나타나서는 안 될 산불을 기다리고 있으며 동사무소에서 나올지도 모르는 .. 발표작 (詩, 수필) 200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