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詩, 수필) 93

휘청거리는 아침

휘청거리는 아침 / 김신타 스물아홉이던 유월의 첫날이었다 막차를 놓친 나는 걷기 시작했다 네온사인이 빛나는 곳으로 새벽까지 깨어 있는 곳으로 그곳에는 여자들이 슬피 웃고 있었다 남자들이 기분 좋게 울고 있었다 술에 취해 사랑을 토하고 있었다 새벽이 오자, 구토의 흔적은 어둠과 함께 사라지고 또다시 아침이 흐른다 입안에서 술냄새 풍기는 아침이 사랑에 지쳐 휘청거리는 아침이 2005년 7월 창간호 월간 ******** 자란 김석기 1998

윤리와 불륜

윤리와 불륜 / 김신타 윤리가 상큼한 사과 같은 사랑이라면 불륜은 농익은 홍시 같은 사랑이리라. 윤리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수단에 불과할 뿐 결코 목적이 될 수는 없으며 진리 내지 정의라는 생각은 더더욱 가당치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윤리는 창칼이 되어 겨누고 불륜은 방패 뒤에 숨어있다. 수단이 다를 뿐 다 같이 사랑을 목적으로 하는 것임에도 2005년 7월 월간 창간호

가을, 11월

가을, 11월 / 김신타 갈대숲 노랗게 물드는 11월 그가 진실로 가을이리라 찬바람에 옷깃 세우게 함은, 짙은 가을빛 위한 고뇌이며 겨울을 예비케 하려 함이리라 시월이 가을의 동생이라면 11월, 그는 홀로 늙는 누님이어라 겉모습은 풍파에 씻긴 바위라 해도 속 깊은 정 여전한 내 누님이요 당신은 가는 세월 잊은 양하면서도 늙은 동생이 애처로운 내 누님이어라 등단시 - 월간 [문학바탕] 2005년 3월호

나의 친구이므로

나의 친구이므로 / 김신타 죽음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 힘겨운 우리에게 그는 편안한 휴식과도 같으며 새로운 아침을 여는 창문과도 같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삶이다 이미 이루어진 것을 흰 눈으로 덮는 것도 순수하지만 비록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색깔일지라도 창조하는 일은 더욱 위대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 무덤가 잔디밭에 누운 바람이기보다는 진흙밭에서 흙을 굽는 도공이련다 그리고 삶이 즐거워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삶이 힘겨워도 죽음을 동경하지 않으리라 만날 때가 다를 뿐 그들은 모두 나의 친구이므로 월간 문학바탕 2005년 3월호 등단시 ************ 1999년 11월 햇살이 청명한 어느 가을날, 김석기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