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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받아들이자

기꺼이 받아들이자 / 김신타 오랫동안 사랑했던 사이지만 서로가 때로는 언짢을 수 있는 내 기분이 그때 그랬던 것처럼 그 사람 기분도 그때 그랬을 터 내 기분을 이해하듯 그의 기분 이해하자 그 사람 기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 기분을 스스로 망치는 것일 뿐 내 감정이 흘러가는 것처럼 그의 감정도 흘러가게 하자 내 기분을 내세우지 말자 다만 스스로 받아들이자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우리 모두의 감정을 받아들이자

신작 詩 2023.07.13

혼불 문학관 다녀오면서

혼불 문학관 다녀오면서 / 나신타 식민지 한국을 결과적으로 근대화시켰다는 뉴라이트 그들의 주장을 나는 이제서야 이해했다 전라도 넓은 들에서 나온 쌀 공출해 간 것도 군산과 마산에서 일본 직항로 개설한 것도 우리나라를 근대화시키려는 일본의 배려였음을 목숨 바쳐 독립운동한 애국지사들과 다 뺏기고 굶어 죽어간 민초들의 혼불을 일신의 영달을 위한 새로운 불빛으로 삼는 저들의 앞날에 제국주의 망령이 가득하길… 잔칫상에 올리기 위해서지만 그동안 잘 먹여 살찌워 준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는 논리의 그들이 잔칫날 개돼지처럼 살찌우는 삶이 되길…

신작 詩 2023.07.07

지금 여기

지금 여기 / 나신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없는 늘 지금 여기일 뿐인 인생 지난 것도 다가올 것도 없는 늘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일 그 모습 언제 바뀔지 모르지만 나는 그와 함께 웃음 지으리라 지상에서의 고통을 남에게 던지지 말자 비록 힘겨울지라도 스스로 껴안아 보자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조차 스스로 도는 지구의 모습이며 흘러가는 구름과 바람마저도 지금 여기에서의 움직임이다 불안이 없는 천상에서 애써 지상으로 내려온 이유가 고통을 겪기 위함이며 지상에서의 삶이 고통이면서도 기쁨인 이유 천상에서의 평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작 詩 2023.07.07

어느 날 문득

어느 날 문득 / 김신타 새싹이 듬쑥 올라왔다 밑둥과 뿌리만 남은 거기 보이는 건 사라질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생명으로 영원한 지금 여기 * 맞춤법상으로는 '밑둥'이 아니라 '밑동'이 옳다고 되어 있으나, '밑동'의 어감은 무우 밑동과 같이 작은 것을 나타내는 반면, '밑둥'의 어감은 나무 밑둥치와 같이 '밑동'보다 큰 것을 나타내므로, 이를 구분하여 '밑둥'으로 표기했습니다.

디카시 2023.07.05

무상 고 무아 (無常 苦 無我)

무상 고 무아 (無常 苦 無我) 불교 경전에서는 석가모니가 '무상 고 무아'를 설파했다고 합니다. 저는 예전에 '무상'과 '무아'를 설파했다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고'라는 것은 이 세상을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알 수 있는데 이걸 뭐 설파할 게 있느냐고 질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아래 연결한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이 세상(此岸)이 아닌 저 세상(彼岸)은 '고 苦'가 아닌 '낙 樂'이기에, 이 세상은 일부러 고생스런 세상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고생만이 지속되면 사람들이 견디지 못할 것이므로, 밀물이 있고 썰물이 있는 것처럼 때로는 즐거움도 있는 세상으로 말이죠. https://youtu.be/Q6IMcVWkVUg (참고로 예전에 올렸던 글을 복사해서 여기 다시 ..

깨달음의 서 2023.07.02

장마비

장마비 / 나신타 끊어질 듯하다가도 끊이지 않는 빗소리 길게 이어질 듯하다가도 어느샌가 개어있는 날씨 처마 밑에 빨래 널었다가 이삼일만에 다시 거둬 방안에서 더 말린다 장마철 빗소리가 제행무상 諸行無常 빗소리 듣는 내가 제법무아 諸法無我 끝날 것 같지 않아도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계속되길 바라는 편안함이든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라는 전염병이든 지금의 나, 항상 恒常 한 것 같아도 변하지 않는 나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든 아니면 거부하고 싶은 나 자신이든 나란 없음이면서 있음이다 연기 緣起 하기에 없음일지라도 영원히 연기하기에 있음이기도 한 불생불멸 하는 무형의 있음인 것이다 지루한 장마도 끝이 있으나 장마비는 매년 반복되는 것처럼 순환하는 유형 有形은 끝이 있지만 순..

신작 詩 2023.06.30

소망

소망 / 김신타나이 들어 가면서이런 사람 되게 하소서내 앞에 있는 못생긴 사람과후줄그레하게 옷을 입은 사람내 기분을 언짢게 한 사람에게나마스테! 라고 인사하는내가 되게 하소서나이가 들어갈수록타인을 판단하지 않으며두려워하지도 않고비난하지도 않을 수 있는담대한 내가 되게 하소서내가 갖게 된 소망을스스로 이루고자 함이 아니라이제는 당신에게 맡기고지켜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내가 되게 하소서지금 모습이 내가 아닌아무런 형상이 없으면서도영원히 지금 여기 존재하는그가 바로 나임을 아는그러한 내가 되게 하소서

신작 詩 2023.06.24

포도와 우주

포도와 우주 / 나신타 깨알보다 작은 포도송이 봄철 지나 한여름 뜨거움 아래 알알이 성장한 모습으로 어디에서 온 것일까 지난가을 텅 비었던 가지마다 산산이 부서진 이슬로 맺힌 저 작은 푸른 빛 알갱이 나무에 포도의 우주가 들어있다 아무것도 없음에서 시작하여 모래처럼 작은 알갱이를 거쳐 단단한 씨앗이 담긴 포도알까지 없음에서 생겨난 포도송이 생각과 말씀의 봄 여름 지나 내 안에, 현실처럼 밀려오는 창조의 씨앗과 결실의 열매

신작 詩 2023.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