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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으로서의 죽음

환상으로서의 죽음 / 신타 삶이 환상인데 죽음이란 말할 것도 없이 환상 아니겠는가 사람의 형체를 선택한 것일 뿐 형체가 곧 생명인 것은 아니며 우리는 아무것도 없음이자 없음이기에 모든 가능성이다 없음이기에 사라질 수 없는 영원한 가능성의 드러남이다 지금 세상에서의 드러남도 생명 드라마의 한 토막일 뿐인 환상임에도 삶으로 존재케 하는 없으면서도 있는 영원한 생명이다

신작 詩 2022.02.04

지족제일부 知足第一富

지족제일부 知足第一富 / 신타 내가 기준인데 겁날 게 무엇인가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가 무엇이랴 내 운세를 날마다 내가 정하면 그만인데 내가 쓴 시에 독자가 없다면 시가 무슨 소용일까 내가 없다면 우주에 독자가 없다면 우주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물처럼 바람처럼 살고자 생각은 하면서도 우린 마음속에 멋진 동상을 세우고자 한다 오래 간직하고픈 무형의 상을 조각한다 나란 무형도 아닌 아무것도 없음이거늘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하거늘 오히려 무형의 집을 짓다니 집을 허물고 담장을 부수며 동상조차 없애자 무형의 상이 아닌 그림자 없는 빛이며 춤추는 침묵일 뿐이다 아무것도 없음이 곧 모든 것이자 전체인 아무것도 없는 내 안에서 모든 게 나온다 빛과 그림자 삶과 죽음까지도 엄청난 죽음조..

詩-깨달음 2022.02.04

사랑이 사랑이 될 때

사랑이 사랑이 될 때 / 신타 모으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끌어모으는 게 아니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다 체에 걸러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더욱 성기게 될 때 체가 아예 닳아 없어지는 것이다 모든 게 담기면서도 생멸도 증감도 없는 오탁도 청정도 없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 베푸는 게 아니라 사랑이 되는 것이다 다만 내가 사랑이 될 때 사랑이 사랑을 베풀 것이다

신작 詩 2022.02.04

과거로 가는 버스

과거로 가는 버스 / 신타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구례 가는 완행버스 타려고 남원 노암동 정류장에 서서 20여 분은 족히 기다렸을 텐데 버스는 정류장에 다가서지 않고 오던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놀란 나는 소리를 지르며 아스팔트길 복판으로 나가 손짓한다 다행히 저만치에서 차가 멈추기 시작한다 숨이 턱에 닿을 듯 뛰어가 가고자 했던 곳에 갔던 기억 문득 지금 다시 떠오른다 사과도 하지 않는 운전기사를 속으로만 나무라고 말았는데 같은 일이 지금 일어나면 어찌할까 과거로 가는 버스를 타지 않으리라 차가 그대로 지나쳤다면 가고자 했던 곳 가지 못했다면 하는 가정법 과거를 쓰지 않으리라 그냥 지나칠 때의 황당한 기분에 젖어 운전기사에게 삿대질하지 않으리라 지금 버스를 타고 있음에 오히려 감사함을 전하리라 이제부터는

신작 詩 2022.02.04

눈물 흐르는 날

눈물 흐르는 날 / 신타 혼자 쓴 시를 읽어도 누군가 켜놓은 TV 드라마 흘깃거리며 한 번씩 보아도 자전거 타고 가는 길 이어서 노래 들어도 슬프지 않은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린다 웬일인지 그런 날이다 미련이 남아서일까 아쉬움 때문일까 영혼의 끌림으로 만난 사람과의 헤어짐 때문일까 영혼의 손짓이라면 헤어짐도 영혼의 뜻이겠지 슬프지 않은 슬픔이 내 가슴에 가득한 날이다

신 또는 우주의 목소리

신 또는 우주의 목소리 우리는 몸을 통하여 깨달을 수 없습니다. 오직 마음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을 뿐이죠. 마음에 담긴 두려움을 포기하는 게 바로 깨달음을 얻는 지름길입니다. 몸을 통한 수행이나 명상 등은 감각적인 착각을 불러올 뿐입니다. 마음에 있는 두려움을 없앴을 때, 우리는 비로소 신 또는 우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신 또는 우주의 목소리는 마치 라디오나 TV 전파처럼 허공 중에 늘 흐르고 있지만, 우리는 두려움을 바탕으로 하는 마음속 이성 理性이라는 체로 걸러서 듣기 때문에 스스로 온전한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즉 몸속 뇌에서 행해지는 이성적 사유 때문에, 자신이 무엇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쉽사리 얻지 못합니다. 이성이라는 체와 그것의 바탕 에너지인 마음속 두려움을 없애는 게, 우리가 가..

깨달음의 서 2022.02.04

당신과 나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과 나는 사람이 아니다 / 신타 남자라는 단어가 있기에 여자라는 단어가 있고 우리가 아는 건 남자와 여자라는 단어일 뿐으로 남자가 있어 자신이 여자라는 걸 아는 게 아니다 우리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며 이름할 수 없는 빛으로 다만 존재할 뿐 마찬가지로 당신과 나는 사람이 아니다 고로 우리의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나는 무엇인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이 아니라고? 그러면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이 아니라면 도대체? 호랑이나 사자라는 이름처럼 사람이라는 건 동물의 이름일 뿐 사람이라는 이름이 우리인 건 아니며 사랑이라는 무형의 빛이자 없음이라는 있음이기도 한 있을 수밖에 없는 없음이다 우리 스스로 자신의 형체를 사람의 꼴로 선택했을지라도 형체가 곧 생명일 수는 없는 일 원숭이가 아닌 사람의..

詩-깨달음 2022.02.03

서로가 원하는 때

서로가 원하는 때 / 신타 설 연휴 마지막 날 우리는 헤어져야만 했다 생활권이 다르므로 일터가 서로 다르므로 4박 5일간의 긴 연휴 영육 간에 하나가 되었다 머리를 맞대고 쓴 시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이윽고 나는 고속 터미널로 너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돌아서는 순간 잊는 나와 혼자 남는 게 못내 아쉬운 너 지금은 평행선 따라가지만 저 멀리 보이는 곳처럼 하나 되어 만날 날 있으리라 서로가 원하고 때가 된다면

신작 詩 2022.02.02

서어나무 숲

서어나무 숲 / 신타 서어나무 숲 가보지 못한 채 지난해엔 가을이 지나갔어요 지금은 눈 내리는 겨울 새삼 서어나무 숲 가을을 건너뛰었다는 기억이 아쉬움으로 다가오네요 남원 운봉에 있는 행정마을 어쩌다 마주친 이름도 생소했던 서어나무 앞으론 서어나무 숲에서의 노란 전시회와 잎들의 합창 함께하는 삶으로 살고 싶어요 어차피 윤회하는 계절 하얀 겨울에도 파란 봄 여름에도 서어나무 숲 가을로 물든 낙엽처럼 내려놓은 채 내맡기는 삶으로 살고 싶어요

신작 詩 2022.02.02

스스로 존재하는 내면 內面

스스로 존재하는 내면 內面 / 신타 큰 것 앞에서 작아지지 말자 작은 것 앞에서 커지는 것과 다른 점이 무엇이란 말인가 우주 앞에선 먼지보다 작은 먼지에 비하면 우주처럼 큰 크기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는 무 無이기에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이며 비교할 수 없는 크기를 가진 유형·무형의 우주를 비롯한 모든 것을 창조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창조자이다 내면이란 내 몸 안에 있거나 시공간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무형도 아닌 시공간도 없는 무 無 즉 아무것도 없음이다 나는 외형이 아닌 내면이며 고로 외형의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라는 외형이 아니라 시공도 없이 존재하는 얼굴 누구라도 상상을 할 수 없는 없지만 지금 여기 존재하는 내 안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스스로 존재하는 내면이다

詩-깨달음 2022.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