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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은 사람의 성격과 기질을 반영하는가?

신타나몽해 2012. 1. 31. 00:04

 

혈액형은 사람의 성격과 기질을 반영하는가?

크리스천투데이 / 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

 

 

▲조덕영 박사
어릴 적 학교에서 혈액 검사한 추억들이 강렬하게 남아있기 때문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혈액형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혈액형이 성격과 기질을 반영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로 일본을 통해 흘러나온 주장이다. 혈액형에 대한 관심은 이렇게 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유별나다. 혈액형이 성격과 기질을 반영한다는 주장을 넘어 이제는 혈액형 사랑학, 혈액형 인간학 심지어 혈액형 건강학까지 등장하고 있다. 반면에 서양 사람들은 자기 혈액형이 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혈액형과 성격, 기질에 대한 이론은 1920년대 일본 심리학자 후루카와가 혈액형과 기질의 관계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하여 학계에서 비판받았다. 그러다가 1971년 도쿄대 공학부를 나온 일본의 방송작가 노미 마사히코(能見 正比古, 1925-1981)가 사장(死藏) 되었던 이 학설을 발굴하여 혈액형과 궁합, 혈액형과 성격분석 등에 관한 혈액형 인간학의 최초 저서 <혈액형으로 알 수 있는 상성>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연이어 출판된 <혈액형으로 인간을 아는 책>, <혈액형 인간학> 등을 통해 TV출연, 강연 등으로 인기를 끌면서 대중들에게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노미 도시타카(能見 俊賢, 1948~)가 2대에 걸쳐 혈액형 인간학 연구를 이끌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론은 우리나라 매스컴에도 크게 소개되면서 유명해졌고 영화 소재로까지 발전하였다.

 

이들 책을 참고해 보면 혈액형에 따른 성격은 주로 다음과 같다.

 

A 형은 원리원칙주의자 혹은 완전주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많다. 책임감이 강해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신뢰를 받는 편이다. 항상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 행동에 옮기는 스타일 이어서 때로는 융통성이 없다는 평도 듣는다. 인관 관계에 있어서는 낯가림을 하는 막상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어도 표현을 하지 못한다.성실한 반면 실제로는 놀고 싶은 욕구가 왕성하며 연애할 때도 의외의 대담성을 보일 수 있다. 매일 전화하거나 꽃을 보내며 접근하는 남자에게는 매우 약한 타입이다.

 

B 형은 호기심이 왕성한 타입. 항상 화제가 풍부하고 창조력이 넘쳐나 기획면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그러나 집중력이 약해 행동의 일관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 때문에 조직에 들어가기 보다는 프리랜서 활동이 더 어울린다. 인정이 많아서 눈물도 잘 흘리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친절한 사람이지만 때론 쓸데없이 참견한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잠시의 짬도 아까워하며 분주하게 무언가를 하는 편이다. 상냥함을 무기로 한 플레이보이. 플레이걸이 많음.

 

O 형은 성격적으로 인간미가 있고 행동은 목적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일에 구애받지 않는 서글서글한 성격에 정열적으로 일에 몰두하는 스타일이며, 동료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집단내에서는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다.로맨티스트여서 항상 꿈을 같고 사는 듯하지만 막상 돌발적인 상황에서는 놀랄만큼 현실적인 자세를 보여준다. 단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지나쳐 상대를 무시하거나 자아도취에 빠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할 것.

 

AB 형은 A형과 B형이 어우러져 언제 어느 쪽 기질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한마디로는 단정 짓기 어려운 타입이다. 어떤 일이라도 요령있게 적응하며, 매사 객관적으로 판단해 합리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에 실수가 적은 편. 다른 사람이 이끄는 대로 쉽게 따라가는듯 우유부단한 면도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성적표를 공개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월급명세서를 보여준 적이 없는 무언가 사생활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 AB형에 속한다. 물론 타인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다.

 

이것이 정말 맞을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과학의 진실과 오류>나 <인간 이해와 성경> 등의 과목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을 통해 실험을 해 보았다. 먼저 위에 소개된 혈액형 별 특징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그 다음 주로 인터넷을 통해 혈액형이 대중들에게 공개된 유명인사들(연예인, 방송인, 스포츠스타, 정치인, 기업인 등)의 혈액형을 자기 나름대로의 판단으로 맞추어보는 실험이었다. 실험 결과는 놀랍게도 혈액형의 일반적 상식과 전혀 맞지 않았다. 통계적 기법을 동원할 필요도 없이 유의성이 전혀 없었다.

 

그럼 혈액형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신체의 형질일까? 그렇지는 않다.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에 존재하는 항원( 抗原, 항체와 결합하여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결정되는 데 수혈이나 장기 이식을 할 때 혈액형 조사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면역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함이다.예를 들면 2003년 유명 의학전문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한 때 유행했던 집단 식중독 균인 노로 바이러스(Norovirus)가 A형을 기준으로 O형은 평균보다 11배 감염 위험이 높고 B형이나 AB형은 3배 이상 저항력이 있었다. 노로 바이러스 감염이 어떤 혈액형 관련 유전자(FUT2)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즉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성과는 혈액형이 성격이나 기질을 나타내지는 않으나 면역과는 일부 관련이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혈액형이 성격이나 기질을 반영한다고 보는 것일까? 어떤 고정관념이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다음은 서울의 어느 상류 대학 학생들이 자신들이 다니는 대학을 졸업한 동문들에 대한 사회의 평가를 소개한 글이다.

 

<우리 대학 졸업 동문들은 조직 내에선 조용한 편이지만 때로는 도전적이고 앞서가는 느낌이 들며, 말도 잘 듣지만 때로는 할 말은 하는 편이고, 뭔가 바르면서도 때로는 과감한 모험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알려져 있다>

 

듣기에 따라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심리학에서 포러 효과 혹은 바넘 효과(the Forer effect/Barnum effect and subjective validation)라는 것이 있다. 심리학에서 주관적인 평가 혹은 개인적인 평가를 말한다. 심리학자 B. R. 포러는 사람들이 막연하고 일반적인 성격 묘사를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맞는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들 자신에게 유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당신은 타인이 당신을 좋아하고, 자신이 존경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만, 아직 당신은 자신에게는 비판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성격에 약점은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결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아직 당신이 아직 그것을 강점으로 이용하지 않는 숨겨진 훌륭한 재능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당신은 잘 절제할 수 있고 자기 억제도 되어 있습니다만, 내면적으로는 걱정도 있고 불안정 한 점이 있습니다. 때로는, 올바른 결단을 한 것인가, 올바른 행동을 한 것일까 하고 깊이 고민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변화와 다양성을 좋아하고, 규칙이나 규제로 굴레로 둘러 쌓이는 것을 싫어합니다.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서 충분한 근거가 없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독자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종종 당신은 외향적이고 붙임성이 있으며 사회성이 좋지만 가끔은, 내향적이고 주의 깊고, 과묵한 때도 있습니다. 당신의 희망 중의 일부는 좀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

 

포러는 자신의 학생을 대상으로서 성격 진단 테스트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무시하고 학생 전부에 위의 글을 진단 결과로서 주었다. 그는 학생에게, 이 진단 결과가 자신과 잘 맞는지 아닌지를 0으로부터 5까지의 값으로 평가하도록 했다.피험자가 글을 "잘 들어맞고 있다"라고 생각한 경우는 "5", "비교적 잘 맞는다"는 경우는 "4"이다. 클래스의 학생의 평가치를 평균하면 4.26이었다. 이것은 1948년의 이야기이다. 이 테스트는 심리학 전공의 학생을 대상으로서 수백 회를 반복하고 행해지고 있지만, 평균은 여전히 4.2를 기록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포러는 사람들에게 그가 그들의 성격을 성공적으로 읽어냈다고 확신시켰다. 사실은 그가 이용한 진단 결과는 거리에서 신문판매대에서 팔고 있는 신문의 점성술 난으로부터 성좌를 무시하고 뽑아서 나누어 준 것이지만, 그의 정확성은 그의 학생들을 놀라게 했다. 포러 효과는, 왜 많은 사람이 사이비과학이 "잘 들어 맞는다.''라고 믿는가에 대해서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설명해 준다. 점성술, 아스토로세라피, 카드 점치기(cartomancy), 손금보기, 미래 점(fortune telling), 필상학(筆相學) 등은, 그것이 정확한 것 같은 성격 진단을 제공하기 때문에 마치 놀라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학적 연구에 의해, 이러한 유사과학(類似科學)은 성격 진단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졌다. 하지만, 아직도 각각의 사이비과학들은 잘 맞는다고 믿고, 그들을 찾아오는 수많은 고객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이비과학을 개인적, 또는 주관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정확하다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러한 포러 효과에 대한 가장 평범한 설명으로는, 희망, wishful thinking, 허영, 경험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려는 경향 등이 있을 것이다. 포러 자신은 사람이 속기 쉽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객관적 기준에 근거한 실험적으로 정확한 기준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실이었으면 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의견을 받아들이기 쉽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표현이라든가 혹은 귀에 좋은 의견이라면, 좀 믿기 어렵고 혹은 완전히 틀린 의견이라도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들 자신과 관련된 사항은, 애매하고 일관성이 없는 주장에도 관대히 해석 하여, 주장에서 어떤 맞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려 한다. 초능력자나, 영매, 점술사, 독심술사, 필관상학자 등의 카운셀링을 받으려 하는 사람들은 종종 틀린 의견이나 의심스러운 말은 무시하고, 많은 경우, 불연 중에 자신의 이야기나 행동을 통하여 사이비 카운셀러에 정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피험자의 대부분은, 종종 카운셀러가 심오하고 개인적인 정보를 알고 있다고 느끼겠지만, 이러한 주관적인 평가의 과학적 가치는 거의 없다. 노련한(?) 사이비 예언가들이나 사이비 교주들도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을 실험한 최근에 나온 책 <보이지 않는 고릴라>도 유사한 심리적 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심리학적 실험처럼 혈액형 인각학이나 혈액형 기질학도 다른 유사과학처럼 근본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논리이다. 맞아도 그만 안 맞아도 나이, 환경, 학벌, 성별, 가정, 가족 구성 등등 둘러대고 변명할 요소가 너무 많다. 그러니 독자가 어떤 희망을 갖고 이런 부류의 책을 읽으면 대충 모두 자기에게 맞는 이론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최근 사람을 혈액형으로 판단하고 심지어 결혼의 대상조차 혈액형에 맡겨버리는 일부 우리 사회의 이상한 세태는 분명 위험하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