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6

전체에서 부분으로

전체에서 부분으로우리가 하게 되는 생각은 부분인 나에게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전체인 신으로부터 부분인 내 몸과 마음과 영혼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 역시, 깨달음이 내 몸 마음 영혼 안에서 생기는 게 아니라, 전체에서 부분인 내 안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즉 내가 하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나란 즉 내 몸과 마음과 영혼이란 하나의 그릇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인 신으로부터 모두에게 떨어져 내리는, 깨달음의 빗물을 담을 수 있는 통이 바로 내 몸과 마음과 영혼일 뿐이다.깨달음에도 철학자 헤겔이 말한 정반합의 원리가 적용된다. 정 正이 우리가 지금 보는 바와 같이 물질세계(색)라면, 반 反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세계(공)인 것이다. 우리는 대개 물질세계가 전부인 것으로 여기며 세상..

깨달음의 서 2024.12.03

깨달은 사람이란

깨달은 사람이란 외면적으로 어린아이가 되는 게 아니라, 내면적으로 어린아이가 되기 시작한다. 내면이 변함에 따라 외면도 점차 따라서 변하겠지만, 우선은 외면이 아니라 내면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는 말이다. 어쩌면 내면에서조차 어린아이가 되는 게 아니라, 성인의 인식과 아이의 인식이 병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성장하면서 기억에서 지워버린 어린아이 때의 인식이 되살아나, 성인이 된 지금의 인식과 병렬로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깨닫게 되면 때로는 어린아이와 같은 행동을 서슴지 않기도 한다. 다만 어릴 때와는 달리 논리가 정연하다. 근대의 선승이라 일컫는 경허 선사의 기행 중에, 제사도 지내기 전에 제사상에 올려진 음식을 거두어 배고픈 동네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고도, 분기가 하늘까지 치솟았던 제주 즉 망..

깨달음의 서 2022.09.18

깨달음의 소리

깨달음의 소리 생각에서 벗어난다거나 또는 생각을 끊는다는 말을, 우리는 흔히 생각 자체에서 벗어나거나 끊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이는 자기 생각이 틀렸음을 자각하고 더는 자기 생각에 집착하지 않는 것일 뿐, 생각 자체에서 벗어나거나 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 안에 깊이 뿌리 박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거나, 또는 자신의 주관이나 사상, 믿음 등이 옳다는 생각을 스스로 끊거나 버릴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주관. 사상. 믿음 등을 없애기는커녕, 자신 스스로 그것을 발견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의문에 대한 해답이란 없다. 진리 또는 깨달음이란 밖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내면에 있는 판단기준인 주관. 사상. 믿음이라는 고정관념을 자각..

깨달음의 서 2021.11.15

내가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답이 아니다

내가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답이 아니다 어떠한 것도 내가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답이 아니다. 고로 이것이다 또는 저것이다가 아니며, 이것과 저것 모두 답이라거나 또는 모두 답이 아니다도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런 능력도 없이 신의 은총만을 기다려야 하는가? 물론 그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탁 놔버리면 그때부터 저절로 모든 게 알아지고 또한 모든 게 우리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 영감 靈感을 통해서 말이다. 「모든 것을 버려라, 그리하면 모든 것을 얻으리라.」라는 격언처럼, 자기 스스로 아무것도 규정하지 않고 마음으로 의지하고 있는 모든 걸 내려놓으면 모든 게 저절로 알아진다. 내가 스스로 의존할 수 있는 건..

깨달음의 서 2021.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