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421

노인으로 살아가는 법

노인으로 살아가는 법 / 김신타대한민국에서 65세 이상 노인어느 날 나는무척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다른 누가 아닌 바로 내가일을 하지 않아도나라에서 나오는 돈으로월세 20만 원과 신용회복위 상환금휴대폰 요금과 건강보험료 그리고남은 돈으로멀리 사는 친구도 만날 수 있고혼술도 하면서 이럭저럭나름 체면치레하며 살고 있다십일조 아니면 오일조라도 하고자몇몇 단체에 매월 기부금도 내며며칠 전부터는 노인복지관에서점심 배식 봉사를 시작했다마음이 편하니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건지점심은 다이어트로 건너뛰고지금은 저녁 시간이다밖은 천둥 치고 비가 내리는내 몸과 함께하는 나만의 시간다만 몸의 감각에서는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나삶도 죽음도 없다는생각 문득 떠오르면서아무런 감정이 없었던 날바람같이 가벼운 때도 있었다

신작 詩 2025.05.29

데이트

데이트 / 김신타"오랜만에 도봉산에 사는호랑이나 만나러 가야겠다."는수락산 자락에 사는 여친의 카톡에"수락산도 아니고 도봉산까지?누굴까?" 하고 답장하니 아침 시간노인 일자리에서 같이 일하는 남자란다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문득데이트 방해하고픈 생각에여친에게 전화를 했다마침 일요일이라서 사람들이엄청나게 많다는 소식과 함께순두부가 맛있다는 얘기 들으며호랑이한테 물려 죽지 않고아직 살아 있느냐고 농담하니옆에 있는 사람 바꿔줄까 한다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 쳤다내 여친을 놀리고자 함이지이빨 빠진 호랑이를 내가 왜?세월이 흘러 아무런 허물이 없는내가 사랑하는 여친과 데이트하는낯 모르는 행운의 남자를 내가 왜?

신작 詩 2025.05.25

합장

합장 / 김신타그와 얼굴 마주하고 서서두 손 모을 수 있음에 나는기쁜 마음이 될 수 있겠다이삼 년 지구를 휩쓸고 간코로나 시대 이후인 지금굳이 악수가 아니라 해도반갑고도 기쁜 마음으로우리가 얼굴 마주하면서합장으로 인사를 나누는오월의 마지막 밤을 보낼모처럼 그를 만날 수 있는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반갑고도 기쁜 마음으로우리가 얼굴 마주하면서합장으로 인사를 나누는

신작 詩 2025.05.25

호주머니

호주머니 / 김신타 생각 없이 집을 나서며손 또한 어디로 갈지 모를 때바지 호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는다손도 사라지고 나도 사라진길을 걸으며 떠오르는 생각 속에조용히 잠기며 지나는 삶의 한 모퉁이내 안에서 떠오르지만내가 아닌 나에게서 솟아나는어쩌면 내가 아닌 그가 곧 나일 수 있는나와 남이 없는하나가 되는 길 가고자오늘도 내가 없는 길을 걷는다

신작 詩 2025.05.20

사랑의 밀도

사랑의 밀도 / 김신타모두를 사랑하지만사랑의 밀도가 다르다는생각이 문득 들었다사랑도 감정이기에감정의 밀도가 다르다는느낌도 함께 말이다사랑이란 비교할 수 없는누구를 더 사랑하느냐가 아닌모두를 사랑하는 가운데그와의 사랑이 닫혔을 때내가 받게 될 마음의 상처가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사랑이란 보이지 않는공중을 스치는 바람과도 같은알 수 없는 영원함이기에

신작 詩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