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96

괘씸한 그가 바로 나다

괘씸한 그가 바로 나다 / 김신타동네 지날 때면 보게 되는예전에 함께 모내기 작업했던아파트 담장 옆에 쭈그리고 앉은정신이 좀 이상해진 듯한 그 남자독거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사회복지관 직원이 어느 날 내게복지관에서 자꾸 얘기가 나오면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이유를 묻지도 않았던 괘씸한 그 여자오늘 문득그가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혹시나 내게 말 걸어올까 싶어괜히 피하고 싶었던 그가 바로,어쩌다 복지관에서 눈에 띄면멀리서도 꼴 보기 싫었던 그가 바로나라는 사실이 가슴으로 다가오면서추레한 그의 모습 가깝게 느껴지고그에 대한 괘씸함 조금은 무뎌진다내 모습이 그렇게 추레할 수 있고나 또한 그렇게 괘씸할 수 있음에

신작 詩 2025.04.11

봄날의 한때

봄날의 한때 / 김신타며칠 전만 해도 조용하던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던 숲길어느새 벚나무가 눈을 뜨고단풍나무가 입을 열었다소리에서 풍경으로 바뀌고숲길과 뚝방길이 이어지며시작과 피어남과 끝맺음이함께하는 우리네 인생살이바람이 조금은 찬대숲 스치는 소리 하나봄볕 따라 난 테크로드 아래냇물 함께 흐르는 뚝방길 걷는다숲속의 고요도냇가의 한가함도겨울의 침묵도봄날의 아우성도반짝이는 노란 개나리처럼모두가 반가운 이름들살구꽃도 매화도 다 함께활짝 웃는 봄날의 한때

신작 詩 2025.04.09

마음의 상처

마음의 상처 / 김신타마음에 난 상처는며칠 지나면 아무는살갗에 난 생채기 아닌뼈가 부러져 폐에 박히는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아 있는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인 것이다아프지만 아프지 않은참기 어렵지만 참을 수 있는급성에서 만성이 되어 가는 통증어찌 보면 어린아이 같은참을성 없는 사람의 투정처럼혼자만은 견디기 힘든 마음의 상처누군가와 나누어야 한다동병상련의 위로를 받아야 한다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신작 詩 2025.04.04

칼로 물 베기

칼로 물 베기 / 김신타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에임사체험이니 영성 카페니 해도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미물인 인간이 깨달아 봤자지충고컨대 일장춘몽 같은 꿈에서깨어나시길 진정 바랍니다당신이 가는 길이 어떤 길이든그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겁니다당신과 함께하는 동안 받은 위로가내게 남은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거예요잘 지내 주어요내가 아니어도 당신의 봄 아름답기를…그냥 충고 같은 말 전하고 싶었는데이렇게 결말이 나는군요난 누구든 사랑할 자격이 없나 봐요다시 혼자 남겨질까 봐 두려워요두려움조차 받아들이는 용기를 내세요그런 두려움이 자꾸 두려움을 끌어올 뿐입니다혼자 남겨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결과적으로 당신을 혼자 남게 할 것입니다두려움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요

신작 詩 2025.04.03

동병상련 同病相憐

동병상련 同病相憐 / 김신타나를 치유하는 길이다'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 아니라내가 받은 상처와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그들을 돕는 게 나를 위하는 길이다나만이 알 수 있기에나만이 보듬어 낼 수 있기에상처를 상처로 되갚는 일은아픔을 아픔으로 보상받는 일은내 상처와 아픔을 덧나게 할 뿐이다고통이 내게 어떤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는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용서뿐이다어쩌면 우리는용서의 감정을 느끼고자지상에 다시 태어났을지도 모를 일쉽게 용서가 안 된다면 눈을 감은 채마음속에서 그를 난도질해 죽여보자누구에게 무엇에게도아무런 피해 주지 않은 채자신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동병상련의 마음으로살아가는 기쁨을 느껴보자

신작 詩 2025.04.02

장작

장작 / 김신타어느 숲에서 자라예까지 실려 온 것일까그에게도 청춘이 있었을 터이제는 잘게 토막 난불멍을 위한 장작이지만그에게도 한때 꿈이 있었을 터마을이 보이는 동산 위에서오랜 세월 산을 지키고자 하는커다란 꿈 키워 나갔을지도 모를어느 날 그에게도운명의 날은 닥치고몸통과 팔다리 모두가굉음과 함께 잘렸지만장작으로 다시 태어나는2막의 삶 여전히 타오른다과거의 꿈이 아닌지금 여기 내 모습이꿈처럼 피어나는 불꽃

신작 詩 2025.03.30

쉽게 살아가자

쉽게 살아가자 / 김신타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건선택이 아닌 구속일 뿐이다우리가 행하고자 하는 건무엇이든 선택이 가능하다삶은 주관식이 아니라 객관식이다정답을 써나가야 하는 게 아닌여러 가지 정답 중에서 하나마음대로 선택해 나가는선택하지 않는 것도하나의 선택일 뿐이다객관식 삶임에도 애써주관식 정답 구하지 말자널려 있는 힌트와 함께주어진 것 중에 하나고르는 삶을 살자쉽게 살아가자

신작 詩 2025.03.28

청소 아줌마

청소 아줌마 / 김신타건물 주변 청소하며머리에 수건 두른 그녀는 말이 없다말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바람에 날리고 비에 쓸려모퉁이에 모여 있는 쓰레기에게,너희들 여기 모여 있구나도로변 스틸 그레이팅 들어 세워그 사이 낀 낙엽 등 쓰레기 더미에게,너희들 이리 오렴~ 내가 빼줄게마대자루 안에 말동무를 담는다말없이 쓰레기를 치우는 게 아니라그들과 조용한 대화 나누고 있음이다*그레이팅 - 주철 등을 격자모양으로 만든 패널. (맨홀 및 하수관로 덮개로 쓰이기도 함)

신작 詩 2025.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