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24

신 하여가 2

신 하여가 2 / 김신타내가 죽는 일이 일어나는 것도진정 나를 위해서 좋은 일이며따라서 내 앞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나를 위해서 좋은 일이다내가 죽는 걸 상상하기보다는사는 걸 상상하는 게 좋은 것처럼원치 않는 일보다는 내가원하는 걸 상상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내 안에 있는 내가 생각하기엔그 모든 게 좋은 일이지만,몸과 마음속 내가 생각하기엔더 오래 사는 게 좋으니까 말이다이 몸이 죽고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도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신작 詩 2024.04.26

거룩한 밤

거룩한 밤 / 김신타 거 그리고 룩 떼어놓고 봐도 거룩하다 아무런 의미 없지만 무언가 거룩한 느낌이 내 안에 담겨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모든 게 거룩하다 모두가 신의 창조물이고 또한 신 자신이기도 하므로 생각으로는 그도 나도 신임을 알지만 내 생각과 다른 그를 때로는 미워하고 그가 잘못이라고 판단한다 판단을 없애야 한다고 말로는 떠들면서도 여전히 판단의 포로가 된다 내 판단이 옳다는 생각으로 언제나 되어야 내 판단이 옳은 만큼 그의 판단을 존중하게 될까 언제쯤 웃음 띤 얼굴로 내 생각을 말할 수 있을까 내 생각이 옳은 만큼 그의 생각도 옳으며 그의 생각이 옳은 만큼 내 생각도 옳으므로 이것이냐 저것이냐가 아닌 빛과 어둠이 하나가 된 파란빛과 붉은빛이 합쳐진 밝은 빛으로 빛나는 나 그런 나를 꿈꾸어 본다..

신작 詩 2023.12.25

겨울나무

겨울나무 / 김신타 나뭇가지 사이로 전깃줄 지나가고 참새 몇 마리 앉았다 날아가는 가지만 쭉쭉 솟은 은행나무 가로수 타고 가던 자전거를 세우고 겨울에서 겨울을 보다 그 아래 관목 위 은행잎은 먼지처럼, 어쩌면 눈처럼 쌓여있고 나는 뒤따라 걸어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혹시나 택시 타고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도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다 골목 안 카페 간판을 이미 지나친 것이다 잠시의 방황 끝에 도착한 낯익은 얼굴들 겨울을 감싸는 털모자와 장갑은 가방에 쑤셔 넣고 낯익은 쌍화차를 마신다 봄을 미리 가불하지 않으며 겨울 그대로 살아가고자 함이다 다만 약해지는 믿음에 반복의 힘을 주문 呪文할 뿐이다 "나는 당신 안에서 살아있으며 연말까지 우리가 선언한 소원! 이미 이루어짐에 감사합니다."

신작 詩 2023.12.08

11월

11월 / 김신타 달력이 두 장 남은 10월과 12월 사이에 낀 깊어진 가을의 풍경이다 찢어 먹어야 제맛 나는 김장 김치를 찢는 손가락처럼 젓가락처럼 남들이 눈여겨 보아주지 않아도 거인의 다리가 되어 서 있는 긴 바지에 막대풍선을 접는 아이에게 줄 선물을 든 광대처럼 단풍으로 분장한 채 먼 산 바라보다 계절은 다시 오고 저마다 빈 마음 사이로 11월의 바람이 저녁놀에 스친다

신작 詩 2023.11.05

순종

순종 / 김신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고요히 중심을 찾아 몸을 앉히면서도 마음으로는 흔들림을 받아들이는 것 받아들임이 곧 우리의 삶이겠지 어쩔 수 없이가 아니라 기꺼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든 건 무소불위 당신의 힘에 의한 것이니 내 뜻대로 하면서도 당신의 힘에 따르는 것 순종이 곧 우리의 길이겠지 내 뜻대로 하면서도 당신의 드러냄을 받아들이는 것 그게 바로 순종이겠지 한 마리 양이 길을 벗어남도 탕자가 집을 떠남도 내가 죄를 범함도 모두가 불순종 아닌 당신이 준 선물 자유의지에 의한 일어남이자 순종과 자유의지 내 앞에 난 갈림길이 아니라 정상으로 가는 이정표일 뿐 정상 마침내 당신 품에 안길 수 있는 이정표 맞는 길일까 하는 의문이 생길 때도 있는

신작 詩 2023.11.04

왕자와 거지

왕자와 거지 / 김신타 팔월 마지막 날에도 냇물이 쏟아진다 어제도 비가 내렸지 물은 다시 불어나 징검다리 여전히 잠긴 채 매미 소리 지금도 귓가에 쨍하다 쓸쓸한 허공에 걸쳐둔 시선 나는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다 여름 한때 물결 되어 흘러갈 뿐 누구나 왕자로 태어났지만 기쁘게도 우리는 거지가 되어 살아볼 수 있으며 거지에서 왕자까지 종소리는 넓게 울려 퍼지고 팔월 마지막 날, 이윽고 다가온 길 본래 왕자로 태어난 이제야 우리의 근원 비로소 알게 되다

신작 詩 2023.10.06

시월

시월 / 김신타 삶과 죽음이 하나가 될 때쯤 나는 비로소 석양처럼 익어가고 시월에 매달린 열매처럼 노을 진다 삶과 죽음이 하나가 될 때쯤 나는 비로소 내게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된다 시월 어느 한가로운 아침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나는 내가 전부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저마다 자신만의 세상에서 혼자 살아가기에 무아 無我일 터 나 하나뿐인 세상이므로 나를 위해 남을 돕고자 함이며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함이다

신작 詩 2023.10.06

풍요

풍요 / 김신타 풍요가 있으므로 해서 가난이 있다 풍요가 없는 가난이란 있을 수 없다 바이블에 있는 '마음이 가난한 자'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마음을 뜻한다 다른 이와 비교하는 마음이 아니라 스스로 풍요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풍요는 전체이고 가난은 부분이니 부분이 아니라 전체와 하나가 되라 가난에서 풍요로 향하는 게 아니라 풍요에서 풍요를 향해 가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늘 지금 풍요에 있다 현실이 풍요의 노정 路程이기 때문이다

신작 詩 2023.09.22

무탈한 삶이

무탈한 삶이 / 김신타 이어지길 바래왔고 행복이라 믿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항상함이 아닌 변화무쌍할지라도 무탈한 일상이 아닌 무시로 바뀌는 삶이어도 변화가 내게 고통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로 인해 기쁨 또한 지금까지 내 곁에 있어 왔다 늘 잔잔한 바다 아닌 잔잔하다가 파도치고 파도치다가 잔잔해지는 이게 곧 삶이요 행복임을 나는 이제서야 깨닫는다

신작 詩 2023.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