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 39

끌어당김

끌어당김 / 김신타밝은 태양 아래 한참돋보기를 대고 있어야종이에 불이 붙는 것이지대자마자 불이 붙는 건 아니다기다릴 줄 아는 깨달음 속에서이루고자 하는 소망 늘 새길 때어둠 속에서 새벽이 밝아오는일상의 기적이 일어나게 된다돋보기 잡고 버텨내는 힘과기다릴 줄 아는 마음의 여유바라는 바를 늘 염두에 둔 채생활 속에서 늘 감사한다면이미 이루어졌음을 아는 마음과일상적인 지속과 반복의 자세이미 이루어졌음에 감사하며꾸준하게 기다리는 삶이라면

詩-깨달음 2025.02.28

아이가 그리는 동그라미

아이가 그리는 동그라미 / 김신타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내가 떠올리는 게 아니라우리 모두에게 전해지는누군가의 선물인 것이다안에서 저절로 떠오르는날마다 받는 선물이기에선물인 줄 꿈에도 모르는철모르는 아이일 뿐이다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철모르는 아이가 아니라철이 든 다음에도 여전히아이가 되어 사는 것이다철이 든 아이가 된다는 것물구나무 선 채로 산다는삼각형의 동그라미라는터무니없는 말은 아닐까일상의 분주함 속에서도이따금씩 기다림의 순간가질 수 있는 깨달음의 힘철이 든 아이의 모습이다

신작 詩 2025.02.28

2월의 끝자락

2월의 끝자락 / 김신타겨울 잠바를 허리에 걸쳐 매고도오후 3시의 볕을 피하고자 한다밤은 여전히 겨울을 속삭이는데그늘로 숨어들고자 하나길가에 선 가로수죽은 듯 살아있을 뿐이다내가 나임에 감사한다는 것은지금 내가 볕을 피해그늘로 가고자 함에 대한 자각일어나는 일을 자각할 때 우리는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새삼 깨닫는보다 겸허한 마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어쩔 수 없는 받아들임이 아닌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이 곧내가 나임에 감사하는 것이다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어쩔 수 없다면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바로내가 나임에 감사하는 마음이다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거부하지 않는지금의 나보다 잘난 나를 바라지 않는

신작 詩 2025.02.28

무엇도 버리지 말라

무엇도 버리지 말라 / 김신타밖에 있는 좋고 싫은 것이 동시에내 안에 있는 사랑스러운 것이기도 하다내 몸 안에 있을 때 우리는똥오줌조차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세상에 있는 모든 게밖에 있는 동시에 내 안에도 있음이다밖에 있는 어떤 게 좋고 싫은 건 당연하다다만 동시에 내 안에도 있음을 깨닫는다면우리는 사랑 속에서그 모든 걸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다심지어는 사랑하면서도그를 죽일 수 있는 것이다신의 사랑 속에 사는 우리가죽음과 함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사랑 속에 삶만이 있는 게 아니라삶과 죽음이 함께하기 때문이다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모든 건 신의 품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며우리는 신의 사랑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다우리가 좋고 싫음의 굴레를 벗고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분별과 집착을 버려야 하는 ..

詩-깨달음 2025.02.27

샴쌍둥이

샴쌍둥이 / 김신타겨울 찬바람도따뜻한 빛깔이다사막에 비친 태양도시원한 파인애플이다허공을 가르는칼이 되지 말고둘을 하나로 묶는영원을 향해 나가자이에는 이눈에는 눈이 아니라이에는 물눈에는 바람일 수 있음이다지금 여기 이렇게서로를 바라보지만붙어 태어난 쌍둥이처럼우린 서로 다른 하나일 뿐한때는 네가 나였고내가 너인 적 있었으며어느 곳에서는 내가 너였고네가 나였던 땅조차 있었으리라몸뚱이는 나뉠지라도갈라지지 않는 허공처럼아무것도 없는 너와 나 사이둘이 아닌 우린 하나일 뿐이다

詩-깨달음 2025.02.25

속물

속물 / 김신타스스로 속물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으나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들어 본 적은 있다그녀는 왜 내게 속물이라고 얘기했을까무엇이 속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을까60대 후반의 여성임에도광역 예술 단체장을 맡고 있는고교 동창의 재능이 부럽다고 했던글을 두고 오랜 친구인 그녀가 한 말이다자발적 백수인 내가영원한 현역인 동창의 재능을조금은 부러워하면 안 되는 걸까무엇에도 초연한 사람이어야 할까그래, 받아들이자초연함이 속으로 물들어 속물인잎이 모두 져버린 겨울나무일지라도속에서는 물이 흐르기에 속물인

신작 詩 2025.02.25

귀일 歸一한다는 것

귀일 歸一한다는 것 / 김신타나 자신으로의 합일이다내가 바로 하나이기에나 자신으로 하나 되는 게곧 귀일이 의미하는 바다자궁 안에 있는 태아가자궁과 엄마가 있음을 알까?모든 것 알지 못해도그곳에는 충만함이 있다씨앗에서 열매가 되듯태아에서 어른이 되며탄생에서 귀일이 시작되고귀일에서 깨달음의 싹이 튼다법으로나 진리로가 아닌나 자신에게로의 귀일이다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게다름 아닌 나이기 때문이다하물며 신조차도나 자신일 뿐이다태아가 엄마와 하나이듯인간 또한 신과 하나이기에

詩-깨달음 2025.02.25

겨울눈

겨울눈 / 김신타오늘로 벌써 연 사흘째다우렁각시나 되는 것처럼밤에 살짝 내렸다가 낮에는구름 사이 햇살에 녹아드는잠든 사이 찾아왔다 아침이면어느새 사라지는하지만 꿈이 아닌 겨울눈은밖에 나가면 눈에 띄므로삶이란꿈이나 우렁각시가 아니라밤과 낮이며 눈과 햇살이다고락 苦樂이 출렁대고사랑이 넘실거리는영적인 사랑과 육적인 사랑노을이 짙어질수록점차 명암이 달라지리라사랑과 섹스란밥과 반찬일 수 있으므로사랑이란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상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반찬이 기름지지 않아도밥맛이 더 좋아지는 게 사랑이다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듯이겨울밤 눈이 내려도아침이면 다시 태양이 뜬다태양도 눈도영혼도 육신도밥도 반찬도모두가 삶이자 사랑이다

詩-깨달음 2025.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