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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장

탈장 / 김신타 샤워할 때마다 사타구니 옆에 툭 불거진 혹 같은 게 살짝 만져진다 서 있을 땐 탁구공처럼 느껴지고 누워있을 땐 아무런 흔적이 없다 외과일까? 비뇨기과일까? 국가암검진 차 들른 항문외과 가져온 대변 통을 내밀며 물어본다 사타구니 옆 혹이 혹시 어느 과인지 여기도 외과이니 일단 진찰받아 보란다 비교적 젊어 보이는 의사 탈장 脫腸으로 보인다고 한다 대도시 병원에서 수술받는 게 치료법이란다 알겠다며 집에 와 검색해 보니 그동안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 열 명에 한 명꼴로 걸리는 어쩌면 흔한 질병이기도 하다 얇아진 복벽을 창자가 뚫고 나와 생긴다는 주사나 약물이 아닌 외과 수술만이 치료법이라는 게 다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암 덩어리가 아닌 것만 해도 좋은 일 탈속의 심정으로 경과를 살필 밖에 해탈..

신작 詩 2024.06.11

위빳사나 명상 체험기

저는 지난 5월 23일부터 엊그제 6월 1일까지 10일간 명상 수행을 마치고 2일 아침에 명상 센터를 나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전북 진안군 마량면 덕천리에 있는 "담마코리아 위빳사나 명상 센터"인데요, 특이하게도 돈을 선불로 받지 않고 명상 수행이 거의 끝나가는 9일쯤에 되어서야 자발적인 기부금을 받습니다. 하여튼 만 10일간 하루 6~7시간 정도의 좌선 수행인데요, 방석 위에 앉아서 6시간은 고사하고 책상다리로 1시간을 버틴다는 게 처음 삼사 일간은 정말이지 고문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처음 며칠간은 1시간은 고사하고 30분을 넘기기도 어려웠으니까요. 그러던 것이 4일째 저녁 무렵에 최초로 1시간을 넘겨보고는 기쁨에 잠이 안 올 정도였습니다.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저녁 9시쯤이면 수행이 끝납니다. 새..

무아 無我란?

무아 無我란 지금까지 존재했었던 내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원래부터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하나의 허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체득하는 게 바로 석가모니가 말씀하신 무아입니다. 그런데 내가 원래부터 없었다는 말은,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듯이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지금 여기 이 자리가, 이 순간에도 엄청난 속도로 돌고 있다는 지동설보다도 훨씬 더 경천동지할 일입니다. 여기 있는 저도 내가 없음을 느낀 견성의 순간에조차 텅 빈 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몸과 마음으로서의 나는 없지만 텅 빈 빛으로서의 나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럴 정도로 '나'라는 허상은 우리 의식 안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무아를 깨닫기가 그토록 어려운 일입니다. 나라는 게 본래 없다는 사실을 깨닫..

깨달음의 서 2024.06.05

오늘의 한마디 3

한마디로 우리의 삶이란 '나를 알아가는 것'이며 따라서 삶의 목적은 '나를 아는 것'이다. 일찍이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당시 아테네 청년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라고 외쳤으나 스스로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굳이 소리 높여 외치지 않아도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인지를 알고자 한다. 흔히 얘기하는 이른바 깨달음이라는 단어도 결국 자기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인지를 아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깨달음이란 마라톤 완주 테이프를 통과하듯이 어느 한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모든 것이 이해되고 깨달아지는 게 아니라 평지에서 높이를 더해 봉우리가 되고 산이 되며 얕은 물이 깊이를 더해 강이 되고 바다가 되듯이 그렇게 깨달음이 쌓여가는 것이다. 깨달음이 쌓여갈수록 점차 자기 자신에 대하여 알..

오늘의 한 마디 2

나는 진화론자에게 묻고 싶다. 생명체가 스스로 진화했다면 진화의 법칙도 스스로 진화된 것인가? 그렇다면 이는 누군가가 깔아놓은 레일 위를 달리는 게 아니라 레일을 깔면서 동시에 멈추지 않고 기차가 달릴 수 있다는 얘기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또한 나는 창조론자에게 묻고 싶다. 모든 생명체가 진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그리고 진화론자들이 주장하는 진화의 법칙은 누가 만들었겠는가? 진화론을 거부하는 것은 신이 창조한 진화의 법칙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것도 신의 이름으로 말이다.

오늘의 한 마디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는 창조주 신으로부터 앞으로 선택받아, 앞으로 특별해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는 누구나 이미 선택받은 존재이고 이미 특별한 존재이다. 그리고 우리는 창조주 신의 한 부분인 개체이기도 하지만 신과 동등한 전체이기도 하다. 왜냐? 신이 무수히 많은 부분으로 나눠져 하나하나의 인간이 되었으며 또한 신은, 불교의 반야심경에 나오는 것처럼 부증불감이며 불구부정하고 불생불멸이기 때문에 인간의 몸을 가진 그가 아무리 악하고 비열하고 찌질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누구나 영원히 존재하는 결코 사라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신이 결코 사라질 수 없는 영생, 바로 그것인 것처럼...

벼랑 끝으로 오라

벼랑 끝으로 오라 / 기욤 아폴리네르 그가 말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들이 대답했다 우린 두렵습니다 그가 다시 말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들이 왔다 그는 그들을 밀어버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날았다 ***** 저는 예전 사오십 대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절벽에서 용기있게 뛰어내리면, 정말 새처럼 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실행을 해볼까 말까 오랫동안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동양에서 절벽에 있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양 손을 모두 놓으라는 얘기나, 서양에서 절벽 가까이 다가온 제자의 등을 스승이 떠밀었더니 날개가 돋고 날았다는 얘기는 모두 거짓입니다. 마음속 생각으로 불안이나 두려움을 걱정하지 말고 모두 내려 놓으라는 뜻이지, 실제로 절벽에서 붙잡은 손을 모두 놓거나 또는 뛰어내리면 중상 ..

신 하여가 2

신 하여가 2 / 김신타내가 죽는 일이 일어나는 것도진정 나를 위해서 좋은 일이며따라서 내 앞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나를 위해서 좋은 일이다내가 죽는 걸 상상하기보다는사는 걸 상상하는 게 좋은 것처럼원치 않는 일보다는 내가원하는 걸 상상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내 안에 있는 내가 생각하기엔그 모든 게 좋은 일이지만,몸과 마음속 내가 생각하기엔더 오래 사는 게 좋으니까 말이다이 몸이 죽고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도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신작 詩 2024.04.26

'나'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나'라고 말할 때 그 '나'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얼굴에서 몸통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나'라고 생각합니다. 얼굴에서 몸통을 거쳐 팔다리로 이어지는 물질 형상을 자기 자신으로 여기며 살아가죠. 그러나 '나'라는 것은 이렇게 우리 눈에 보이는, 오감으로 감각되는 물질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존재로서,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내면에 영원히 존재할 뿐이죠. 그런 자신을 자각한다면 우리는 몸의 늙음이나 죽음에 연연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또한 얼굴과 몸통을 자신이라 여기지 않는다면, 자기 낯을 내세우고자 하는 자기과시나 자아도취에도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제는 인근 지역에 다녀오는 길에 버스터미날 대합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이 자기 얼굴과 몸통을 자기 자신으로 여길 것이라는 생..

깨달음의 서 2024.04.21

무아(無我)의 의미

무아(無我)의 의미 따로 떨어진 내가 없다. 전체에서 분리된 내가 없다. 전체와 나는 하나로 존재한다. 즉 전체인 신과 나는 하나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라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얼굴과 몸통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나' 즉 '내면에 있는 나'가 전체 안에서 전체, 또는 신 안에서 신일 따름이다. 그리고 삶의 목적은 행복 추구가 아니라, 나 자신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는 일이다. 즉 우리가 '신 안의 신' 또는 '내 안의 나'임을 자각하는 기쁨을 맛보는 일이 바로 삶의 목적이다.

깨달음의 서 2024.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