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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라는 그림자

외모라는 그림자 / 김신타우리가 배우고 들었던과학적 지식의 입장에서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외모란처음엔 아무것도 없었다가 문득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된 다음자궁 속에서 세포분열을 하고드디어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도크기와 모양과 빛깔과 질감이달마다 그리고 해마다 달라지다가백 년 전후로 질감에 큰 변화가 온다이후로 화장하거나 매장하는 게우리가 아는 외모에 대한 진실우리는 외모로 대상을 기억하지만외모란 이처럼 무에서 와서한순간도 쉬지 않고 변하다가다시 무(無)로 돌아가는 무이며외모 안에 있는 몸도 마찬가지다외모가 보통 백 년을 버티는 것처럼우리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외모가 우리 몸·마음의 겉옷이듯몸·마음이 바로 참나의 겉옷이다사람들 앞에서는너와 나를 얘기할 수밖에 없지만혼자 있는 시간엔내가 아닌 그림자를 떠올려 ..

詩-깨달음 08:28:41

안단테

안단테 / 김신타달팽이처럼 '천천히 느리게'가아바의 '안단테 안단테'에서는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손끝으로부드럽고 가볍게 나비가 되어악기처럼 몸을 연주해 달라는관능적인 가사임을 알게 된 건'목신의 오후'가 저물어가는어느 날 노을이 익을 무렵그래도 여전히 '안단테 안단테'어려운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바라볼 수밖에 없는 여친과의오랜만에 만나는 기쁨 때문일까

신작 詩 2026.06.06

반딧불이

반딧불이 / 김신타지나온 길이 환하라고불을 켜는 것만은 아니며내게 다가오지 말라고불을 켜는 것일 수도 있다꼬리에 불을 켜는 게나만을 위한 마음일 수 있고머리에 불을 켠다는 게남을 생각하는 마음일 수도 있듯무심코 하는 행동이모두에게 도움이 되는불빛이 될 수도 있을 터모여 사는 반딧불이그곳이 청정 지역임을알려주는 나침반이고자애써 태어났을지도 모를 일

신작 詩 2026.06.06

떠오르는 별

떠오르는 별 / 김신타꼼짝 않고 앉아 있는 게 매우 어렵지만말하지 않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수행이며생각을 멈춘다는 건 아예 불가능한 행이다행동과 말은 내 의지일 수 있으나생각은 내 의지가 아닌 나도 몰래저절로 떠오르는 별이기 때문이다맑은 날 저녁 등불밤하늘 빛나는 별처럼소리 없이 다가오는 생각생각을 없애라는어리석은 가르침은일찍이 닫혔어야 할 문

詩-깨달음 2026.06.05

어순

어순 / 김신타주인공은 맨 나중에 나타난다고?그럴 때 있고 아닐 때 있지 않을까영어 I love you, 에선 그렇기도 해서술어가 뒤에 나오는 우리말은그래서 끝까지 들어봐야 한단다사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 아냐그러나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건어디에서나 마찬가지 아닐까It's her I love, not you가끔은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네게사랑에 빠진 내가 하는 말"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인용

신작 詩 2026.06.05

신의 세계로

신의 세계로 / 김신타함께하기에 신이다혼자 지내는 당신은신이 아닌 인간일 뿐모두 다 그렇지 않냐고정녕 당신이 묻는다면그렇다고 말할 수밖에그렇지만 우리 가야 할 길지금 여기 머무는 게 아닌지금 여기로 나아가는 것지금 여기에서 지금 여기로나아간다는 건 무슨 뜻인가멈출 수 없는 바람의 목소리지금 서 있다고 해서 앞으로도같은 자리 머물 거라는 생각은 거울 속에 비친 흐르는 시냇물바다를 향해 걷는 가벼운 발걸음 저마다 홀로 서는 인간세계에서모두가 다 함께하는 신의 세계로

詩-깨달음 2026.06.04

나를 표현하다

나를 표현하다 / 김신타배우고 때때로 익히면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논어 첫 구절 다음에배우고 익힌 것을 표현할 때기쁨은 기쁨을 낳으리라라는 구절 하나 더 넣고 싶다안으로 감추고 숨기는 게 아니라배우고 익힌 뒤 드러내는 햇살나를 표현하는 사랑이리라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이유가혼자서만 즐겁고자 함이 아니라나누고 베풀기 위함이 아니겠는가몸으로 태어나세상을 살아가는 아픔꽃으로 향기를 품고열매로 씨앗을 맺는 기쁨이리라

신작 詩 2026.06.02

오후의 햇살

오후의 햇살 / 김신타내 나이 칠순 코앞삼월 중순의 어느 날 오후햇살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누구한테?누군지 알 수 없는그를 향해 감사할 뿐이다그 존재의 이름이신이든 무엇이든 괜찮다어차피 우리가 붙인 이름이므로그러나 그가햇살일 수는 없다고 본다햇살을 있게 한 무엇이 있어야 하니까설사, 무에서 유가 나왔다 해도유가 나오려면 무라는 게이미 있어야 한다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알 수 없는 일이다모른다면 좀 더 겸손해지자내 뜻대로 마옵시고당신 뜻대로 하옵소서내맡기는 삶이고자 한다

신작 詩 202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