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추억 황금빛 추억 / 김신타잡곡밥이 몸에 좋다고 하여신혼 시절부터 밥상에서끊이지 않았던 찰보리미리 삶아 채반에 널어 두던입안에서 노는 보리쌀 대신차지고도 맛있었던 찰보리뚝배기에 된장찌개 끓여찰보리밥 비벼 먹던 시절생각만 해도 침 넘어가는보리 이삭 출렁이는 들판영광 찰보리 문화축제에서황금빛 추억을 되살려 본다 詩-그리고 또 2025.03.30
가을 수채화 가을 수채화 / 김신타 고개 숙인 채 걸어도 눈은 땅을 쳐다보지 않으며 낙엽을 밟으며 걸어도 마음은 손에 들고 바라봅니다 느릿한 걸음으로 무언가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가을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낭만의 쓸쓸함과 여유로운 고독이 낙엽 되어 떨어집니다 이맘때면 늘 수채화를 그리는 가을은 거리의 화가입니다 詩-그리고 또 2023.10.31
남원 '평화의 소녀상' 남원 '평화의 소녀상' / 김신타 손바닥에 뭔가 들려있어 다가가 보니 누군가 벚꽃 한 가지 올려놓았더군 맞아! 지금이 삼월 말이지 문득 만져보고 싶어져 가녀린 당신 손 잡으며 얼굴 올려다보았지 무표정한 눈동자 먼데 보고 있더군 한참을 바라보더군 살면서 당신 곁을 그토록 지나쳤어도 처음으로 당신 손 잡으며 눈물 쏟았지 이유는 몰라 다만 내가 그랬어 당신 손길이 따스하더군 다음날 다시 찾아가 새 꽃가지 당신 손에 얹어주었지 오늘은 초점이 맞았는지 서 있는 내내 나를 바라보더군 누군가 씌워준 분홍 목도리와 파란 빵모자 맨발에 한 손으로는 치마를 움켜쥐고 있었지 더는 울음도 안 나오는 슬프고도 휑한 눈으로 돌아 가려는데 소녀상 한켠에 새겨진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부치는 시인의 시에 오늘도 그만 눈물이, 동참한 .. 詩-그리고 또 2023.10.18
하냥 하냥 / 김신타 하냥이라는 단어를무척이나 사랑하는 여인 시를 쓸 때도 글을 버무릴 때도하냥은 반찬이고 양념이다 '늘' 또는 '함께''마냥'이라는 사전적 해석보다는 '넋 놓고 먼산 바라보다'또는 '아무런 애씀 없이 저절로'라는 느낌으로 내겐 다가온다 하냥 사랑하고하냥 살아가는 詩-그리고 또 2020.04.03
환승 환승 김석기 문상 마치고 나오는 길 대화는 사람 죽은 얘기다 저번에 누가 상 당했는데 미처 알지 못해서 못 갔다는 둥 너무 젊은 나이에 안 됐다는 둥 나도 한마디 거든다 죽어도 좋고 살아도 좋은 것 아니냐고 끝없는 여행길 기차를 타고 가도 좋고 버스를 타고 가도 좋으며 기차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도 좋은 것 아닌가 장례식장 환승역에 때아닌 환송객들로 붐빈다 죽음이란 하나의 삶을 끝맺는 것임과 동시에 또 다른 삶으로 환승하는 것임에도 장례식장마다 환송하는 가족, 친지, 지인들로 붐빈다. 정작 당사자는 이미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기에 환송식이 한창인 장례식장엔 그저 그림자만 남아있을 뿐인데. 詩-그리고 또 2020.04.03
바람의 바램 바람의 바램 / 김신타 글을 쓸 때면 가끔 신호위반을 하곤 한다바라다, 의 명사형은바램이 아니라 바람이라고그것의 과거형은 바랬던, 이 아니라 바랐던, 이라고맞춤법 신호등은 빨간 불인데나는 그냥 직진을 하는 것이다자장면은 어쩐지 싱거워나도 모르게 짜장면을 주문하곤 한다된장 맛 나는 장맛비 대신장마비라고 쓰고 싶은 장마철이다 詩-그리고 또 2020.04.03
주차 골목 주차 골목 / 김신타 밤 12시 넘어 남편 택시 올 때까지 대문 앞 들락거리는 아내내 집 앞은 내가 지킨다는 흰 플라스틱 통제대로 보초 서고 있는지차 소리 날 때마다 살펴본다예전엔 놀이터로 좁았던 골목길지금은 밤마다 빈틈없는 주차장없어도 좋고 많아도 좋은 게 아니라없을 땐 없어서 불편하고많을 땐 많아서 불편한 詩-그리고 또 2013.05.10
환자 환자 / 김신타 봉투에 하얀 예의를 담아문병 온 마음에 젖어들기보다는봉투 속 액수가 궁금한 환자그게 나다그게 우리다마음과 물질의 에너지 같으므로봉투의 두께에 따라 마음의 넓이 잴 수 있으나그보다 더 낮은 곳보이지 않는 깊이는 쉽사리 가늠되지 않는 것임에도넓이와 깊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환자그게 바로 나다그게 바로 우리다 詩-그리고 또 2013.05.10
생명 4 생명 4 / 김신타 사람과 동물의 사체를 두려워하는 이여!집을 짓고 책을 만드는 나무와 종이가,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동물과 식물의 사체가 아니고 무엇이랴꽃병에 꽃을 꽂는다 해서 꽃병이 꽃이 되는 게 아니듯진흙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해서 진흙이 생명이 되는 게 아니다 신이 부여한 생명은 영원하리니진흙이 아닌 그대의 생명은 영원하리라몸이 아닌 그대의 생명은 영원하리라 詩-그리고 또 2013.05.10
생각 생각 / 김신타 나뭇잎은 여기 있다 해도 초록은 어디에서 왔으며허공은 여기 있다 해도 흔들림은 어디에서 왔단 말인가?몸은 여기 있다 해도마음은 어디에서 왔으며의식은 여기 있다 해도생각은 어디에서 왔단 말인가?나뭇잎이 흔들린다 해서흔들림이 나뭇잎에서 오는 게 아닌 것처럼몸으로 생각한다 해서생각이 몸에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詩-그리고 또 201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