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4

내면의 생명은 오늘도

내면의 생명은 오늘도 / 신타 꽃 진 자리에 열매 맺는 것처럼 청춘이 꽃핀 뒤에 삶이 익어간다 아침은 아침대로 붉고 노을은 노을대로 아름답다 열매가 묻혀 씨앗이 되는 것처럼 노을은 다시 동녘에서 타오르며 태양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지구의 회전은 오늘도 멈춤이 없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같다고 느껴지지만 몸이란 오감의 대상인 외부 세계일 뿐 내면이 외려 오감을 감싸 안는다 보이지 않으며 다만 느낄 수 있는 내면이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또한 앞으로도 영원히 하나로서 존재하며 진화한다 몸으로 꽃필 때가 있고 열매로 익어갈 때가 있으며 씨앗으로 몸을 버릴 때도 있지만 내면의 생명은 오늘도 타오르는 불씨

신작 詩 2022.11.25

깨달은 사람이란

깨달은 사람이란 외면적으로 어린아이가 되는 게 아니라, 내면적으로 어린아이가 되기 시작한다. 내면이 변함에 따라 외면도 점차 따라서 변하겠지만, 우선은 외면이 아니라 내면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는 말이다. 어쩌면 내면에서조차 어린아이가 되는 게 아니라, 성인의 인식과 아이의 인식이 병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성장하면서 기억에서 지워버린 어린아이 때의 인식이 되살아나, 성인이 된 지금의 인식과 병렬로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깨닫게 되면 때로는 어린아이와 같은 행동을 서슴지 않기도 한다. 다만 어릴 때와는 달리 논리가 정연하다. 근대의 선승이라 일컫는 경허 선사의 기행 중에, 제사도 지내기 전에 제사상에 올려진 음식을 거두어 배고픈 동네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고도, 분기가 하늘까지 치솟았던 제주 즉 망..

깨달음의 서 2022.09.18

내가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답이 아니다

내가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답이 아니다 어떠한 것도 내가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답이 아니다. 고로 이것이다 또는 저것이다가 아니며, 이것과 저것 모두 답이라거나 또는 모두 답이 아니다도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런 능력도 없이 신의 은총만을 기다려야 하는가? 물론 그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탁 놔버리면 그때부터 저절로 모든 게 알아지고 또한 모든 게 우리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 영감 靈感을 통해서 말이다. 「모든 것을 버려라, 그리하면 모든 것을 얻으리라.」라는 격언처럼, 자기 스스로 아무것도 규정하지 않고 마음으로 의지하고 있는 모든 걸 내려놓으면 모든 게 저절로 알아진다. 내가 스스로 의존할 수 있는 건..

깨달음의 서 2021.11.10

자유를 얻는 길

자유를 얻는 길 무 無에 의지하는 게 가능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무란 곧 신 神이기도 하고 절대자이며 전체이기도 하다. 반면 유 有 또는 유형 有形은 언젠가 사라지고 마는 영원하지 않은 부분일 뿐이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우리에겐 비빌 언덕이 없어야 한다. 물질적으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말이다. 정신적으로 비빌 언덕이 없을 때 우리는 매우 당황할 수 있지만, 그것마저 놓아버리고 받아들인다면 그때 우리는 자유와 평안이라는 언덕을 만나게 된다. 이게 바로 백척간두 진일보의 뜻이요, 벼랑 끝 나뭇가지에 겨우 매달린 한 손마저 놓으라는 비유이다. 실제로 신체적으로 그렇게 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상상 속에서 그렇게 하라는 얘기다. 서양에서 전..

깨달음의 서 2021.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