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또는 수필 102

기존의 기억이 새 기억을 막는다

기존의 기억이 새 기억을 막는다ㅡ또한 우리는 흔히 기억을 자기 자신이라고 착각하곤 한다ㅡ우리 자신을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이 모두가 하나의 기억일 뿐이다. 몸이라는 형상에 대한 기억에 더하여, 마음과 영혼이라는 무형에 대한 기억을 가진 채 살아가는 것이다.형상에 대한 기억을 우리는 이미지 또는 상이라고 하며, 무형에 대한 기억을 보통 관념이라고 이름한다. 아무튼 이미지든 관념이든 모두가 기억을 벗어나서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할 수가 없다.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주라는 것도 하나의 기억에 지나지 않는다. 중력이나 인력이라는 게 기억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며, 물리·화학의 모든 법칙도 바로 기억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우리 각자의 몸에 있는 세포도 하나의 기억 덩어리다. 컴퓨터 게임이..

태어남과 죽음

태어남과 죽음우리 삶은 태어남의 연속입니다. 영적 존재에서 육적 존재인 사람 몸으로 태어나며, 육적 존재에서 다시 영적 존재로 태어나기를 반복합니다. 고로 죽음이란 허상이며 영원한 삶이 존재할 뿐입니다. 육체로서 죽음이 곧 영으로서 태어남이기 때문입니다. 달걀에서 병아리로 또는 애벌레에서 나비로 변하는 것을, 달걀 또는 애벌레의 죽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따라서 나이가 들어서 또는 사고로 몸의 삶을 마치는 것을, 육적인 죽음이 아닌 영적인 태어남으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까지의 장례문화는 마치 저녁에 해가 지는 것을 보며 슬퍼하고 눈물짓는 것과 같습니다. 아침이면 다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모르는 채 말입니다. 다른 비유를 든다면 새싹이 터 나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

내 안의 나, 천 개의 그림

내 안의 나, 천 개의 그림표정과 목소리 톤 등을 통해서는 상대방의 생각을 읽는 것이며, 말과 행동을 통해서는 글자 그대로 말이 뜻하는 바를 새기고 그의 행동을 보는 것이다.다만 내가 상대방에 대하여 보고 들은 판단이 곧 그 사람인 게 아니라, 그에 대해 판단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내 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 있을 수는 없다. 내 안에 들어 있는 건,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판단한 수많은 그림일 뿐이다. 다른 사람의 이미지 안에 숨어 있는 수많은 내가, 바로 내 안에 있는 나인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름 아닌 내 안에 있는 나 자신이라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얼굴과 모습은, 내 안에 있는 수많은 나를 서로 구별하기 위한 표식에 지나지 않는다.한 사람이 오는..

비움과 채움의 패러다임

비움과 채움의 패러다임마음을 비운다는 것! 나에게는 오랜 세월 동안 풀리지 않는 화두였다.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마음이라는 게 무슨 그릇처럼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더군다나 그것을 비운다니? 참으로 난감한 이 의문이 어느 날 메일로 온 글을 읽다가 문득 화두가 타파되듯 느낌으로 다가왔다.저마다 자기 마음 안에 있는'탐욕과 미움과 불의함을 끊임없이 비워 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지는 것',이것이 바로 비우지 못한 마음이다. 언뜻 생각하면 이율배반적인 말 같지만, 내가 무얼 하겠다고 마음먹는 것! 이게 바로 채움이고 그러한 겉마음을 내면의식으로 바꾸는 게 다름 아닌 비움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의식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단 말인가?그건 아니다. 우리는 매 순간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

마음 하나 더 생긴다는 것

마음 하나 더 생긴다는 것마음 하나가 더 생긴다는 것은마음이 더 넓어진다는 뜻이다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믿음에서벗어나지 않으려 애쓸 게 아니라우리는 언제나 마음을 더 넓히는방향으로 애쓰며 행동해야 한다지금 머물고 있는 믿음보다 더넓어져야 내가 편하기 때문이다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나를 위해서 넓은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행복

행복행복이란 고통스럽지 않은 마음 상태를 말한다. 행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자신의 몸이나 마음이 고통스럽지 않으면 그게 바로 행복이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생각이 어느 한쪽에 꽂혀 있지 않고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처럼 여유로울 때, 우리는 그러한 상태를 행복이라고 할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는 무념무상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상념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곧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여유가 바로 행복이다. 우리가 몸이나 마음이 괴로우면 생각이 한 곳에 꽂히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없음이다.결론은 행복이라는 파랑새가 어디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저마다 자기가 머무는 지금 여기에서 몸과 마음이 괴롭지 않으면 그게 바로 행복이다. 그런데 지금 몸과 마..

걷기 건강법

걷기 건강법"나무가 늙으면 뿌리가 먼저 마르고, 사람이 늙으면 다리가 먼저 쇠약해진다"는 뜻인,"수노근선고 인노퇴선쇠 老根先枯 人老腿先衰" 라는 옛말을 자세히 설명하는 영상을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70살이 넘은 노인들이 한 번에 쉬지 않고 4km를 걸을 수 있으면, 그렇지 못한 또래의 노인들보다 6년 이상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내용의 영상 글을 보고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몇 년 더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래보다 몇 년 더 오래 사는 것에 무슨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죽는 것보다 몇 년 뒤 죽으면 뭐가 더 좋을까? 중요한 것은 지금 죽으나 나중 죽으나, 살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며 사느냐일 것이다. 오감에 의한 외부에서의 즐거움보다 잔잔히 흐르는 내면에서의 ..

나임에 감사합니다 / 신임에 감사합니다

나임에 감사합니다 / 신임에 감사합니다"내가 신임에 감사합니다. 내가 나임에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구절이지만 느끼는 바가 서로 다를 수 있다. 여기에 적힌 '나'라는 단어에 대한 느낌이 서로 다를 수 있으며, 너나 할 것 없이 내가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를 안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우리가 타인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는 그래도 쉬운 편이지만, 다른 무엇과의 비교도 없이 절대적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를 안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상대적인 비교 없이 절대적으로 자기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게 바로 깨달음이기도 한 때문이다.아무튼 '내가 신임에 감사합니다'라는 주문에 이어 '내가 나임에 감사합니다'라는 주문을 반복해서 외울 때, 지금 벌..

영원한 현역과 자발적 백수

영원한 현역과 자발적 백수3년 전 페이스북에 올렸던 내 시에 댓글을 단 적 있는 그녀는, 지금도 광역시급에서 예술 단체 관장을 맡고 있는 현역이다. 졸업한 지 어느덧 50년이 되어가는 남녀공학 고등학교 동창 얘기다.반면 나는 3년 전쯤부터 이미 백수다. 통장에 들어있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일하기가 싫어서 자발적 백수가 되었다.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게 무척 싫었지만, 물론 그래도 몸으로 살기 위해서는 육십이 넘어서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이제는 법적으로 노인인 만 65세가 된 지 벌써 두 해가 지났다. 자발적 백수가 되기로 용기를 내고 일 년이 지난 2년 전쯤에는, 정말로 생활이 궁핍해져 당시 주민센터에 가서 긴급생계지원금이라는 걸 신청해서 힘든 시기를 넘긴 적도 있다. 그러한 정보도 생계..

초자아적 사랑

초자아적 사랑초자아적 사랑이란 자신에게 특별히 이익이 되든 안 되든,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웃과 동료에게 이익이 되는 쪽을 선택하는 홍익적 사랑을 말한다. 반면 이기적 사랑이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만을 선택하는 닫힌 사랑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이기적 사랑의 반대말로 알고 있는 이타적 사랑이란, 이기적 사랑의 또 다른 양상일 뿐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위하는 것이며 자기만족이기 때문이다. 이기와 이타의 의미는 분명 상대적이지만, 이기적 사랑과 이타적 사랑 모두 나와 남을 둘로 구분하여, 자신을 위하는 것이면 '이기'로 타인을 위하는 것이면 '이타'로 이름할 뿐이다.물론 초자아적 사랑도, 이기적 사랑과 마찬가지로 자기만족을 위한 행위이다. 그런데 초자아적 사랑이 이기적 사랑이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