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242

연기 緣起와 공 空

연기 緣起와 공 空밖에는 내가 없다. 연기로 가득한 이 세상에는 내가 없다. 내가 없기 때문에 모든 게 공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나라는 게 없다고 해서 모든 게 공하다는 주장은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한 착각일 뿐이다.연기로 이루어진 몸과, 무형이기에 공한 내가 바로 지금 여기 이렇게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밖인 물질세계와 안인 내면세계는 차원을 달리하면서도 맞닿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지구라는 우주에 함께하지만, 오감으로 느껴지는 세상에는 내가 없고 오감을 벗어난 세상에 내가 있는 것이며, 따라서 오감을 벗어난 저승은 정신적 고통도 육체적 통증도 없는 오직 강 같은 평화가 흐르는 천국이다.사정이 이러함에도 우리가 몸과 함께 이승으로 온 까닭은 내가 무언지를 깨달아 알기 위함이다. 평안만이 있는 저승..

깨달음의 서 2025.04.16

생명의 기쁨

생명의 기쁨우리는 '생명'과 '생명 아님'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 달리 표현한다면 삶과 죽음이 있거나 또는, 생물과 무생물이 있다는 고정된 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분리되지 않은 하나라면 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신이란 생명 그 자체이다. 모든 게 신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신이 생명 자체라고 하는 말에 대하여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우리의 지금 삶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는지가 궁금한 사람 역시 마찬가지 반응일 테고.우리가 인식하는 이 지구상에는 오로지 생명만이 존재한다. 삶과 죽음이 모두 삶 (또는 생명)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며, 생물과 무생물이 똑같은 물질 현상일 뿐이다. 피가 흐르는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몸뚱이나, 수액이..

깨달음의 서 2025.04.04

욕망과 탐욕

욕망과 탐욕탐욕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례를 (그것이 자신이든 타인이든) 자주 목격하기에 우리는, 지상에 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조차도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욕망이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받게 되는 참으로 아름다운 선물이다. 이 아름다운 욕망이 없다면, 우리 인간의 생존은 물론이려니와 지구라는 물질 우주조차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도, 꽃이 피고 지는 것도 하나의 욕망이다.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식욕·수면욕·성욕 등이 없다면, 우리는 개인적으로도 존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집단적으로도 종족을 이어 나갈 수 없을 것이다. 탐욕이 좋지 않은 것일 뿐 욕망이란 이처럼, 우리가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몸과 마찬가지로 참으로 아름다운 선물임이 ..

깨달음의 서 2025.04.03

실재와 실존

실재와 실존실재라는 말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을 뜻하며,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즉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허상 또는 환상이라는 말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 몸을 비롯한 모든 물질적인 대상이 허상이라거나 환상이라는 말은, 그것들이 지금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무슨 홀로그램이나 그림자 또는 꿈 같은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영원히 존재하지 않으므로 궁극적으로 실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허상이라고 하는 것일 뿐이다.인간의 육신을 비롯한 모든 물질적이고 물리적인 대상은 언젠가는 사라지는, 즉 영원한 존재가 아니므로 실재하지 않는 허상 또는 환상이라고 하는 것일 뿐, 그것이 지금 실존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 불교에서 말하는 공 空을 깨쳤다는 사람들..

깨달음의 서 2025.03.24

내가 나임에 감사합니다

내가 나임에 감사합니다우리는 모두 신의 자식이다. 지금 신앙의 대상이 다르다고 해서 타 종교인 또는 종교인 아닌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부모 속 썩이지 않는 자식이 속 썩이는 자식을 비난함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속상할지라도 부모에게는 다 같은 아들딸임을 깨닫지 못하고, 다른 형제를 향해 폭력과 심지어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는 행동은, 종교인 중에서도 아주 질 낮은 종교인이자 그가 가장 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자식인 것이다.나쁜 놈이 바로 나이다. 좋은 놈만이 내가 아니라 말이다. 내가 서 있는 위치가 동에서 보면 서쪽이고 서에서 보면 동쪽이듯이, 어떤 사람 눈에는 내가 좋은 사람이고 다른 사람 눈에는 내가 나쁜 사람일 수 있음이다. 그러나 나는 좋은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쁜 사람도 아니다. 다른 사..

깨달음의 서 2025.03.23

환상과 실존

환상과 실존아무리 환상이라 할지라도, 세상이라는 환상이 실존하지 않는 건 아니다. 끊임없이 변하고 유동적이며 결국에는 환상처럼 사라질지라도, 지금 당장은 고체 액체 기체의 형태로 존재하는 실상이다.다만 그것들이 언젠가는 사라지는 잠시 동안의 실상임에도, 우리는 그것이 영원히 존재하는 실상 즉 실재라고 착각하는 것일 뿐이다.우리의 감각 안에 원래부터 들어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마치 망원경이나 현미경처럼 처음부터 그것들 안에 들어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즉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이란, 감각이라는 유리창 또는 망원경이나 현미경을 통해 세상에 있는 사물 즉 대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그런데 이러한 도구들과는 달리 우리 인간은 지금 감각되고 있는 상 像에 더해, 이성에 의해 편집되고 교정된 기억 속에 저장된 상..

깨달음의 서 2025.03.11

신은 하나다

신은 하나다"신은 하나다"라는 말은 사실 동어반복이다. 신이 하나이고 하나가 바로 신이기 때문이다. 피라미드를 하나의 우주 즉 신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피라미드 전체가 신이다. 피라미드의 최상층부 일부분만이 신인 게 아니라, 꼭대기와 밑 부분을 포함한 전체가 신이라는 얘기다. '신은 하나다'라는 깨달음이 내게 큰 위안을 가져다준다. 전체가 하나의 신이라면, 붓다의 가르침인 무아 無我에서처럼 '나'라는 개인과 개성 그리고 이름은 비록 사라질지라도 말이다.그러나 내가 사라진다는 말은, 나라는 존재가 영영 죽어 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나라는 개인과 개성이 별도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앞에서 든 비유처럼 신이라는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개개의 돌로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다.이게 바로 거듭남이다. 강물이 바다로 흘러..

깨달음의 서 2025.01.19

중도와 정반합

중도와 정반합진짜인 줄 알았던 것이 어느 순간 진짜가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진짜가 가짜이고 가짜가 진짜인 것으로 생각하나 사실은, 어느 한쪽이 진짜인 게 아니라 모두가 반쪽의 진실일 뿐이다.진실은 정반합의 원리에서와 같이, 진짜와 가짜라고 나누어서 생각했던 두 가지가 하나로 합일되었을 때 나타난다.불교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 (즉 물질이 곧 텅 빔)이라는 말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색과 공이라는 나누어진 두 가지가 하나로 합쳐졌을 때, 비로소 하나의 진실이 완성된다.역시 불교의 가르침 중 하나인 불이법이기 때문이다. 둘로 나누어진 것 중에서 어느 하나만이 진실일 수는 없다. 그래서 석가모니는 중도를 말씀했다.중도란 중간이 아니라 정반합에서의 합을 뜻한다. 그 모든 게 합쳐진 상태가 바로 ..

깨달음의 서 2025.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