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자산어보(玆山魚譜)

신타나초 2022. 6. 15. 23:18

자산어보(玆山魚譜) / 신타


영화 '자산어보'를 보았다
누가 쓴 건지 확실히 몰라 검색해보니
정약용의 형님 정약전이 쓴 책이다
신유사옥 때 흑산도로 유배 간 정약전
거기서 고기잡이 청년 창대를 만나
물고기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세상에 관한 글을 쓰게 되면 혹여나
왕을 부정하는 자신의 서학(西學) 사상 묻어날까
동생 약용과는 달리 사상서를 쓰지 않는다

영화는 실존 인물 창대를 새롭게 그린다
서자(庶子)에서 양반으로 신분을 세탁해
과거에도 급제하고 벼슬아치가 되지만
스승의 동생이 쓴 목민심서에 나오는 대로
백성을 보살피는 정약전의 제자 장창대
백성의 고통에 눈 감을 수 없었던 그

흙탕물에 홀로 남은 버들치처럼
백골징포 황구첨정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벼슬자리에서 기꺼이 쫓겨난다

영화의 끝 무렵, 나는 눈물이 났다
백골징포 황구첨정을 나무랄 수도 없고
백성과 함께하는 창대를 외면할 수도 없었다
나도 그 시대의 탐관오리였으며
스스로 양물을 자르는 백성이었고
흙탕물 속 반짝이는 버들치였기에

'신작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득 느끼다  (0) 2022.06.22
반시 反詩  (0) 2022.06.16
장날  (0) 2022.06.09
전화번호 지우며  (0) 2022.05.29
어느 봄날  (0) 2022.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