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리고 저녁 / 신타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 시인의 시 [파장 罷場]에 나오는 구절이다 시 쓰기 시작한 지 스무 해쯤 된 그동안 몇 번은 읽어보았을 시구 그러나 나는 잘난 놈이고 싶었다 밖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버티고자 애를 써왔다 적어도 생긴 얼굴은 그런대로 잘났다며 못생긴 모습은 눈에 띄는 것조차 꺼렸다 동네 복지관에서 저녁을 먹는데 유독 못생긴 사람이 눈에 띄는 게 싫어 시선을 피하는 나 자신을 자각하면서 부끄러운 마음에 그의 얼굴 한참을 바라보다 신경림 시인의 시구가 다시금 떠올랐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제는 잘난 놈도 못난 놈도 아닌 잘생긴 놈도 못생긴 놈도 아닌 가을이 물들어가는 나무처럼 어둠에 젖어 드는 저녁처럼 그 아래 흩어진 낙엽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