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48

히틀러라는 꽃

히틀러라는 꽃/ 김신타천상과 마찬가지로지상에도 선인과 악인이란 없다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다면그는 징기스칸이고 알렉산더 대왕이다지상에서의 우주란하나의 연극무대일 뿐이고우리는 연극배우에 지나지 않는다악역을 실감 나게 열연했다고 해서그를 악인이라고 할 것인가그렇다고 해도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는 없다벌레도 밟으면 꿈틀거리는데그래야 연기가 실감 나지 않겠는가당장에는 감정이 요동쳐도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하나의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배우임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연기가 끝나고 나서도같은 감정을 갖는다는 것은깨닫지 못한 소치일 뿐이다우리가 몸으로 죽은 뒤에는누구나 다 깨닫게 되지만몸으로 살아있을 때 깨닫는다면얼마나 아름다운 꽃이 되겠는가우리는 모두 꽃을 피우고자지상에 내려온 하나의 씨앗커다란 나무를 품은 작은..

신작 詩 2025.01.17

여기와 저기

여기와 저기 / 김신타밤하늘엔 온통 흰 구름뿐터진 틈으로 별 하나 흐르고한참 뒤 나갔을 땐상현달이 떠 있고 별도 여기저기나는 여기 그대로인데저기 바깥세상은 늘 변한다어쩌면 세상은 그대로인데내가 늘 변하는 것인지도여기 있던 내가 저기 있고이걸 보던 내가 저걸 보는아니다나도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세상이 변하기에 내가 변하고내가 변하기에 세상이 변하는 어쩌면여기 있는 나와저기 있는 내가 같은 나이듯지나간 세상과지금 세상이 같은 것일지도

신작 詩 2025.01.12

보는 눈

보는 눈 / 김신타지금은 초등학교지만 당시엔국민학교 삼 학년 어느 운동회 날왁자한 틈에서 나는 갑자기내가 죽는다는 생각이 떠올랐고올려다보는 하늘에선 눈물이 났다군중 속의 고독이랄까이제는 고희 古稀를 앞둔 나이내 몸이 내가 아님을 알기에사는 내내 옆에 있었을 죽음이더는 저승사자가 아니다늘 마주하게 되는 이웃처럼시합을 끝낸 선수의 라커룸처럼편안한 휴식일 수도 있음이다노래를 잘하진 못해도누구나 듣는 귀가 있는 것처럼시를 잘 쓰진 못해도보는 눈을 가진 독자가 있는 것처럼잘 살고 못 살고가 아니라삶에서 늘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나를 보는 눈이 문득, 문득 커져야 한다나란 있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님을

신작 詩 2025.01.11

겨울밤의 선물

겨울밤의 선물 / 김신타자다가 깨어 밖에 나가보니눈이 하얗게 덮였다터진 구름 사이로별 하나 보이고멀리 있는 친구에게카톡을 보내고 전화를 한다땅엔 하얀 눈이 쌓이고하늘엔 별 하나 떠 있다고서너 번 신호에도 받지 않아얼른 전화를 끊는다밤 12시가 되었기에잠이 들었나 싶어서그래도 좋다마당에 눈이 쌓인 밤전화할 사람이 있다는 게카톡 보낼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게익숙한 것에 새삼 감사함이 느껴지는오래된 친구가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눈 쌓인 겨울밤의 추위는 내게선물 같은 것 깨달음 같은 것

신작 詩 2025.01.08

구례 산수유마을에서

구례 산수유마을에서 / 김신타겨울 초입의 아침 햇살 아래마을 안쪽에 있는 버스 정류소,동네 사람들 오가며 인사 나누는까마귀 울음마저 정다운 풍경이다근처 사는 지인 집에 왔다가남원 가는 버스 시간이 한 시간 반이나 남았다"잠시 여행 좀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알림을 출입문에 붙여놓은'고씨 아지매' 카페 사장님멀리 보일 듯한 지리산 노고단가깝고 먼 능선이 울퉁불퉁하다누군지 모르는 고씨 아지매처럼함께하는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다감나무에 매달린 감도 붉고산수유 열매도 빨간햇살도 바람빛으로가을처럼 물들어버린 어느 날

신작 詩 2025.01.07

실눈 내리는 날

실눈 내리는 날 / 김신타무언가 하고 자세히 보니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다봄날 내리는 실비처럼함박눈이 아닌 실눈이눈이 있어실눈을 볼 수 있음이감사하게 다가오는 아침이다일상에서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오후에는 비로 바뀐다는 예보다아쉬운 마음을 접고도서관을 향해 길을 나선다프린트기를 사용하기 위해서이다눈 내리는 길이 외롭고 쓸쓸하다잠시 마음에서 멀어진 이에게전화 한번 해야겠다커피라도 같이 마시자고실눈 내리는 날마음에 내리는 감사함을프린트 용지에 담아내고 싶다글이나 그림이 아닌 감사와 사랑으로

신작 詩 2025.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