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모습

권력과 남용

신타나몽해 2008. 11. 26. 18:18


지난주 금요일, 아르헨티나에서 한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이것이 톱뉴스를 장식했다. 그의 이름은 Mario "Malevo" Ferreyra 로 63세였다. 그의 자살이 왜 유명해 졌는가하면 기자와 2시간가량의 긴 단독 tv 인터뷰를 끝내자 그 자리에서 자신이 숨겨온 권총으로 머리를 쏴 자살을 했는데 이 장면이 전국방송을 통해 tv 상자로 거르지 않고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왜 자살했으며,  과연 Mario "Malevo" Ferreyra 는 누구인가?


그는 과거 군정독재 당시 경찰서장 이었다. 그리고 그의 방법은 격하다 못해 잔인하기까지 했다. 그는 범인을 책출해 내기 위해 과격하게 행동했으며, 그에게 잡히면 두들겨 맞거나 고문을 당하는것은 물론 심지어 죽이기 까지 했다. 그래서 연방법원은 그에게 1976년 군정독재당시 사람을 죽인 협의로 체포 명령이 내려져 있었다. 물론 그는 이 협의를 부인했고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 했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들이 그를 체포하기 위해 집에 들이 닥쳤던것이다.


그 당시  Mario "Malevo" Ferreyra 는 한 기자와 tv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경찰들이 체포할려 들이 닥쳤지만 그는 기자와 물탱크가 있는 높은 장소로 이동해 2시간가량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경찰이 자신을 체포할순 없을것이라고 말했고, 총격전이 벌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저항할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tv 인터뷰가 끝난 직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로 이미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군정독재시절 경찰서장으로 있었을때 사람들을 죽였을 가능성은 높지만 그 자신은 떳떳했으며 자신은 상부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한 죄 밖엔 없다는 것이다. 즉, 그 역시 역사의 희생자에 불과하며 당시의 상황이 그러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어쩌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상부가 시켜서 한것이고 윗사람이 해야할 일을 그가 대신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혔던것에 불과 할런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당시는 군정독재시대였다. 그 당시에는 한, 두명이 아닌 수만명이 죽어 갔으며 모두 군부의 명령에 의해 자행되었다.


그 당시 거지, 도둑, 강도, 범죄없는 깨끗한 사회질서 확립 이라는 명분앞에 군인과 경찰들은 그들보다 더 잔인한 방법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이건 아르헨티나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던 공포 분위기였다. 사회주의자들이나 정부에 반대하던 인사들도 모조리 잡아 가두거나 고문하거나 그대로 죽여버렸다.


Mario "Malevo" Ferreyra 는 군정독재체제 시스템의 일부였으며, Mario "Malevo" Ferreyra 같은 사람들은 수없이 많았었다. 그리고 잔인하고 두려운 존재로 명성이 날수록 더욱 존경받았고 유능한 경찰로 인정 받던 시대였다. 거지, 강도, 범죄자, 마약자 등으로 섞여 있던 사회를 비록 법위에 군림하면서 잔인하고도 악날한 방법으로 그 쓰레기들을 청소하고 있었지만 국민들은 눈감아 줬다. 실은 사회질서를 원하는 국민들이 하고 싶었던 것을 Mario "Malevo" Ferreyra 가 대신해주고 있던것에 불과 했다. 자신의 손에 피가 묻기를 꺼려하는 깔끔떠는 국민들이 실은 더 무서운 존재였다.


 

권총으로 머리를 쏴 자살한 Mario "Malevo" Ferreyra

 



군정후에도 경찰서장으로 일했던  Mario "Malevo" Ferreyra 가 범죄자들을 강력하게 잡아 넣는것을 응원하면서도 막상 그 방법이 잔인했던것을 알았을땐 국민들은 경악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문제는 사회의 악을 또 다른 악으로 대응하는게 타당한가에 있다.

 

“ 군정때는 좋았어, 범죄도 없었고 강도도 지금처럼 설쳐대지 않았으니까...” 하고들 말한다. “

” 건달뱅이, 거지는 모조리 잡아 감옥에 처 넣어야만 해...“ 하고들 말한다.

 

그러나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도가 넘는 방법과 권력남용에 대해선 눈을 감고들 있다. 또 깨끗한 사회질서 확립을 위해서 간혹 소수의 죄없는 자들이 희생될 수 있겠지만 다수를 위해선 어쩔도리가 없다고들 생각한다. 이러한 편협된 사고방식이  Mario "Malevo" Ferreyra 같은자를 만든것이다.


군정이 끝난 후 Mario "Malevo" FerreyraAntinio Domingo Bussi 주지사로부터 신임을 받아 그의 충실한 부하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그러나 군정때 잔인했던 그의 옛방식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는 그 후에도 범죄자들을 살해해 법정에 여러번 섰고, 증거물을 몰래 말살하기도 했고, 결국엔 감옥수감생활을 하기도 했으나 그의 뒤를 봐주던 Antonio Domingo Bussi 주지사에 의해 모범죄수로서 감형을 받아 나오기도 했다. Bussi 주지사는 그에 대해 " 간혹 방법이 가혹할때도 있긴 했지만 유능한 경찰" 이라고 오히려 칭찬해 줬다.


깨끗한 사회질서를 확립키 위해 수단과 방법은 어떻든 상관없이 질서만 정착시키면 된다는 식의 생각은 사람들의 잠재의식속에 깊이 숨겨져 있는 마초주의이다.

 

“ 요즘 젊은것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쥐뿔도 모르면서 정치에 끼여 들고, 놀기만 하고, 술만 쳐먹는것들을 옛날처럼 주먹이나 방망이로 두들겨 패서 정신을 바짝 들게 만들어야 하는데~” 하고 옛기억속에 빠져사는 마초주의 생각.

 “ 감옥에 가두어 넣고 좀 두들겨 패야지 말을 듣고 좀 조용해지지...” 하는 위험한 생각.

 

 이러한 발상들이  Mario "Malevo" Ferreyra 를 만들어 내게 만든, 결국에 그는 우리사회가 만들어 낸 프랑켄슈타인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는 자살하는 순간까지도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고, 자신은 명령에 따른것 밖엔 없다고 했던것이다.


 

그는 항상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다녔으며 그의 과격한 방법은 많은이들에게 두려움으로 인한 존경심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면  Mario "Malevo" Ferreyra 는 우리들이 범죄, 강도, 마약같은 것에 대한 공포앞에 우리들이 만든 작품으로서 우리 역시 공범자이거나, 최소한 그가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놔뒀던 방관자이거나, 또는 마음속 깊히 저 내면의 세계에서는 그를 응원하고 있던건 아닐까? 우리야 말로 정말 악마가 아닐까?


게다가 치사하고 솔직하지 못한 이중성까지 앉고 있다.  Mario "Malevo" Ferreyra 가 사회범죄를 없애는것을 허용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론 그가 목적달성을 위해 더 큰 범죄를 저질렀던것을 알게 되면 경악하면서 이번에는 그에게 돌을 던지고 있다.


그럼 Mario "Malevo" Ferreyra 는 또 다른 슬픈역사의 희생자에 불과 할까?


독일 나치시대 유태인들을 죽였던 독일장교들도 단지 히틀러의 명령에 복종했던 슬픈역사의 희생자에 불과할까? 오히려 그들은 명령복종에 유능하고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진정한 군인이었기에 훈장이라도 줘야만 하는건 아닐까?


만약 독일나치가 승리했거나 아직도 아르헨티나에 군부가 지배하고 있다면 그들은 우리들의 영웅이라도 됐을까?


천만에, Mario "Malevo" Ferreyra 가 아무생각 없이 명령에만 복종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기본 양심이라는 것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마음속 깊이에서 속삭이는 이 양심이라는것 때문에 우리는 대다수가 <맞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양심이 그건 아니다 라고 속삭이면 <아니다>라고 말할 용기가 생긴다.


Mario "Malevo" Ferreyra 는 상사 명령에 따르기전에 이 생각을 먼저 했어야만 했다. 자신의 양심과 대화를 나눠보고 명령에 따르기전에 고뇌해 봤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건 아니다” 라는 판단이 들면 불복종 했어야만 했다. 이것이 진정한 용기인것이다.


그가 별로 생각도 안하고 복종만하는 인간으로 타락 했을시 부터 그의 양심은 이미 악마에게 줘버린 상태였고, 그에 따른 댓가는 당연히 지불해야만 한다. 비록 명령한것은 상사였지만 복종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의 자유는 전적으로 그와 그의 양심에 있었다.


Mario "Malevo" Ferreyra 가 법을 뛰어 넘어 권력을 남용하더라도 사회질서만 꽉 잡으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아르헨티나 사회에 남아 있기 때문에 그의 자살은 Mario "Malevo" Ferreyra 추종자들에겐 하나의 전설로 남겨 질런지도 모른다. 자살을 할지라도 끝까지 당국에 체포되기를 거부한 그들의 영웅, 사회질서를 장악하기 위해선 폭력과 권총의 힘이 필요하다고 믿는 추종자들, 또 여자를 때리고, 나보다 약한자를 괴롭히고, 힘이 센것이 전부라고 믿는 강자만이 이 세상을 지배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마초주의자들에겐 그는 영웅이었다. 

 

그리고 군부는 마초주의를 뜻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