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차키스의 묘비명
불교의 공 사상이나 도교의 노장사상 또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에 새겨진 글 때문에, 우리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야 두려움이 사라지며, 또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오해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채로 삶을 살아갈 수는 없다. 본능적으로 우리는 먹고 마시며 잠자고 배설하고자 하는 욕망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이다. 거기에 정신적인 욕구까지 더해서.
물론 두려움이 없어졌을 때 우리는 자유를 느낄 수 있지만, 두려움을 없앤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내가 깨달은 바로는, 없애고자 하는 대상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고 오히려 껴안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바라는 게 없어야 하는 게 아니라 바라는 것도 바라지 않는 것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며, 모두를 받아들인 다음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일 따름이다. 이런 경지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을 수 있으며, 또한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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