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기억에 지나지 않는 / 신타
오직 모를 뿐이라는 말조차
아는 게 없을 순 없는 일
앎을 내려놓을 수 있고
비울 힘이 있어야 한다
본래면목이란 텅 빈 침묵
바탕이 드러나지 않는
바탕없는 바탕이자
아무것도 없는 근원
아무런 바탕이 없기에
모든 게 드러날 수 있는
가능성으로 가득한 나란,
하나의 기억에 지나지 않는
내가 만약 댓잎 소리라면
바람 소리는 들리지 않고
내가 만약 하늘빛이라면
파란빛은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알고 있는 사람은
같은 걸 새롭게 보거나
들으려 하지 않는다
기억하는 내가 있기 때문에
기억이란 가능성을 막아서는
스스로 문을 잠그는 문지기
나란, 기억에 지나지 않는
바탕조차 없는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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