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무상하기 때문에 영속한다

신타나 2024. 11. 6. 09:21

무상하기 때문에 영속한다


우리가 지금 '나'라는 단어를 떠올리자마자 동시에 떠오르는 나의 모습은, '개인적인 나'로서 이러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몸으로서의 나'는 환상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몸으로서의 내가 환상이라고 하는 말을 우리는, 자칫 몸이 환상이요 허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건 아니다. 현상 속에서의 몸이 환상인 게 아니라,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몸으로서의 나'라는 존재가 환상인 것이다. 몸은 허상이 아니라, 몸의 형상대로 현실에 존재하는 실상이다. 다만 우리의 상상 속에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몸으로서의 나', 즉 '개인적인 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착각을 하고 있음이다. 그 첫 번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바인, 나라는 존재가 몸과 함께하는 바로 그 모습이라는 착각이다. 그리고 두 번째 착각은 나와 함께하는 몸이 허상이라는 주장으로써, 이는 평범한 생활인이 아닌 오히려 깨달음을 얻은 분들이 주장하는 착각이다. 우리의 몸뚱이 또는 매일 오르내리는 산이 실상이 아닌 허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몸이나 산과 같은 대상을 '나'라고 하는 주체와 혼동한 결과이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의 상상 속에 있는, 몸으로서의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환상인 것이지, 현상적으로 존재하는 그 '몸'이 환상인 것은 아니다. 자신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분들이 대부분 착각하는 바인, 우리 몸을 비롯한 우주 만물이 허상이라거나 환상이라는 잘못된 주장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개인적인 나'란 없다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고자 한다.

우리가 '나'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통상 떠오르는, '몸으로서의 나'란 환상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그럼 나는 무엇일까? 단지 자신의 몸뚱이 하나 하고만 함께하는 '개인적인 나'가 아니라, 자기 몸을 비롯한 우주 만물과 함께하는 '전체로서의 나'가 존재할 뿐이다. '나'라는 것은 결코 작은 존재가 아니다. 나는 우주 전체이자 신 神이며, 몸과 같이 대략 100년 내외를 살다가 생을 마치게 되는 존재가 아니라 영원불멸의 존재이다.

영원불멸이라고 해서 영원불변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우리는 흔히 불멸인 존재는 불변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며 우리의 상상과는 오히려 정반대이다. 불변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불멸이며 영원이다. 우리는 창조된 이후로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우리 인간뿐만이 아니라 우주 만물이 다 그렇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우리 인간의 몸뚱이를 비롯한 만물이 무상함을 설파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 무상하기 때문에 영원불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항상 하지 않고 무상하다고 해서 단멸인 것은 아니다.

무상 즉 변화하기 때문에 영속하는 것이다. 오히려 무상하지 않은 것 즉 변화하지 않는 것은 영속할 수 없다. 커다란 태양에서부터 모래 알갱이까지 우주에 있는 모든 것 중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우주가 지금까지 영속하는 이유이다. 몸이라는 생명체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수명을 다해 죽는 것도, 큰 나 즉 '전체로서의 나'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변화 중의 하나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전체로서의 나' 안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수많은 변화로 인해서, '전체로서의 나'는 영원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나'라는 것은 결코 죽지 않는다. 감각으로 지각되지 않고 오로지 생각으로만 인식될 수 있는 '나'라는 존재는, 유형이 아니라 무형이기 때문이다. 무형이기 때문에 영원하고 불멸인 것이지, 오감으로 지각되는 모든 유형은 단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몸과 같이 단멸의 존재가 아닌 불멸의 존재이며, 늘 함께하는 몸이 우리 자신이 아닌 이유가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몸이란, 감각으로 보이지 않는 무형의 존재인 우리 자신을, 유형으로 나타내 보이고자 쓰는 가면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몸을 아바타나 캐릭터라고 표현하는 것일 뿐, 우리 몸이 환상이거나 허상인 것은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 우리 각자와 함께하는 몸이란, 영원한 우리 삶 중에서 잠시 스쳐 가는 인연 중 하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