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의 전환 / 신타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신경림 시인의 시구를 보는 순간 터진 웃음은 잠시 후 통곡으로 변했다 스스로 못난 놈이라고 생각했었던 기억 참으로 오랜만에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유연하면서도 금강 金剛과 같은 가치관 내면에 세우고자 애를 썼던 내 청춘은 폭풍 같은 열정보다는 우울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서른이 지나고 또다시 서른이 지난 즈음 모든 걸 포기한 그곳에는 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각과 함께 히말라야 정상에서의 하산이 시작되었다 더는 추구할 게 없는 여정이지만 베이스캠프까지 내려가는 시간은 오를 때와 다를 바 하나 없다 모든 게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해서 일순 지동설이 체득되는 게 아니듯 나의 깨달음은 새로운 화두로 이어졌다 ..